그림과 싯귀의 절묘한 만남.
2004.10.02 07:30

귀먹으니 편하구나
윤추(尹推)
1632(인조10)~1707(숙종33)
내가 성격이 거칠고 말이 많아서
늘 이것을 고치려 했으나 못 고치고 있었는데
귀가 먹은 뒤로는
저절로 말없는 사람이 되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시 두 수를 지어 자신을 조롱한다.
言寡方知自耳聾 내가 말이 왜 줄었지?
耳聾誠有寡言功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人雖語大吾安聽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我亦聲微彼不通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默默謙謙終日坐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廖廖寂寂一堂空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平生駁雜多尤悔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天奪其聰幸此翁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人皆勸我使治聾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吾曰吾聾亦有功 귀머거리로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요.
衆口훤효聞亦厭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同心聲氣默猶通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이도 통한다오.
旣難聽語還無語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非是逃空却喜空 말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此理方知知者少 이런 이치 아는자 세상에 몇 안 될거야
競相提耳笑愚翁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윤추는 자는 자서(子恕)이고,
호는 농은(農隱), 농와(農窩), 농와(聾窩), 청송재(靑松齋)이며,
본관은 파평(坡平)이다.
윤선거(尹宣擧)의 아들인데 사색당쟁이 한창이던 때 소론에 속해있었다.
아마 그때의 시대상도 겹쳤겠지만
그의 문집 농은유고(農隱遺稿)에 이런 시를 남겨 놓았다.
윤추는 74살 때(1705년, 숙종31)에 가는 귀가 먹고
남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게 되는 1705년에 지은 것으로 알려저 있다.
좋다!!
절창이다.
이 기가막힌 절구들은 시공을 넘어 우리에게 분명한 한 방을 후려 갈기는 것!
댓글 4
-
Edward
2004.10.02 08:02
-
나마스테
2004.10.02 11:32
하하. 부지런하기도 하지. 또 언제 퍼왔냐.
나도 흰산이 그리워 미치겠다. 88년에 내 대원이었다가 탈레이사가르 한국 초등을 기록한 대장으로 큰 황원철이란 후배가 네팔 고철에게 가 있다. 원래 같이 가기로 했는데 나는 바빠서 못 갔다. 그 놈에게 니가 말한 6000대급 재미있는 등반 대상 산들 조사를 시켜놨다. 아마 최초로 쓸만한 정보가 나올 것이야. 똘똘한 놈이거든.
아침에 노랑머리에게서 전화가 와 월요일날 한국지부 회식이 있다고 한다.
근데... 돈 버는 게 이리도 바쁜 거냐? 몸도 마음도 말이다. 옘병. -
날라이쥐나
2004.10.05 02:26
월요일 아침을 맞는 지금은, 선배님의 글이 어찌나 가슴에 꽉 와 닿던지...
저희 모임 "잘타" 에서는 주말에 라플린으로 여름을 마감하는 캠프를 갔다왔거든요. 수상스키와 웨익보드, 정말 기박힌 시간이였어요. 그 곳은 사막에 콜로라도 강 줄기를 끼고 있는 곳인데, 저녘에 밤 하늘의 별들이 어찌나 이쁘던지.. 누군가의 제안으로 30초 동안 묵언의 사간을 가졌는데, 어찌나 좋은 시간이 였는지...
찰랑대는 물소리와 스쳐가는 바람결 소리랑, 희미하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랑....
사람의 말 소리 때문에 묻혀있던 소리를 들을수가 있었네요....
말 을 줄이면 귀가 열린다는 ... 그런 좋은 느낌을 가질수가 있었네요.
선배님 감사힙니다. 좋은글 보내주셔서. 그래, 부지런히 우리 카페에 퍼다 날랐네요.
어제로 여름을 마감 했네요...... -
날라이쥐나
2004.10.05 08:26
유썬배님...
대문의 그림좀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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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두고 하는 소리 인 것 같다.
요즘 말많고 시끄러운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마음을 비우듯이 살고 있으니
모든 것이 다 새롭고 흥미가 있다.
주위에 있어도 모르고 지냈던 소중한 분들을 만나
이재야 새로운 세계를 찾아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에 5~6명이 히말라야 등반을 준비하고 있는데
6,000m쯤 되는 산으로 준비 좀 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