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2011.05.20 07:05
병원 만들러 히말라야에 가서 외도를 했지요.
에베레스트가 외길인데 안 가볼 수 없잖아요.
장비 지고 루트 개척, 등반가의 손발 되는 ‘셰르파’ 인터뷰
“셰르파만 죽어서 다행” 이런 소리 다신 안 듣고 싶어요
23년간 에베레스트 등정 21번, 세계 최고의 셰르파 아파
“히말라야는 신성한 곳, 쓰레기조차 아무나 치울 수 없다”
지난 23년간 에베레스트를 21번 오른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아파(Apa·51) 셰르파. 세계 산악계에서는 그를 수퍼 셰르파(Super Sherpa)로 부른다. 아파는 2011년 5월 16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며 매년 그랬듯 자신의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에베레스트 등반 역사에서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세계 최다의 기록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면 언제나 그가 있었다. 병원을 지으러 네팔에 가 있는 동안 늘 그랬듯 발이 근지러워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로 내쳐 갔었다. 거기서 또 아파 셰르파를 만났다.
그에겐 일단 교만이 없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아서 원정기간 동안 분쟁이 끊이지 않지만 결론은 늘 아파의 말을 따랐다. 그게 조용한 카리스마라면 행동하는 카리스마도 있었다. 2007년에 만든 환경 원정대가 그것이다. 5년째인데 이번에도 미국 산악인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2011년 본 시즌도 아파는 등반을 하며 쓰레기를 치웠다.
“히말라야는 신성한 곳이다.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면 이곳은 항상 깨끗한 청정 지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쓰레기를 치울 수가 없다. 그 책임은 우리 셰르파들에게 있다.”
그 말처럼 아파는 해발 8000m까지 올라가 빈 산소병과 각종 쓰레기를 수거해 내려왔다. 올해에도 그는 그런 봉사정신을 보여줬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본격적인 등반에 나서면 죽은 산악인들이 방치된 채 많이 보인다. 또 얼음 속에 숨어 있다가 빙하가 흐르면서 노출되는 시체도 있었다.아파는 등반을 지연시켜가면서 그 시체를 거두었다. 나라도 다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번에도 3구의 시신을 베이스캠프로 내려 화장시켰다.
2010년 1월, 세븐서밋 최고령 등정자로 기네스 북에도 오른 재미한인 산악인 김명준씨의 소개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도 아파 셰르파를 만났었다. 아파는 말한다.
“김씨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오른 인연이 있다. 셰르파들에게 친절한 매우 고마운 사람이다. 올 봄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꼭 올라야 할 이유가 있다. 정상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유골을 뿌리고 라마불교식 천도재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경은 우리에게 달라이라마 같은 분이다. 실제로 우리 집엔 두 분의 사진을 모셔놓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경은 1966년부터 자선단체를 만들어 수십 개의 학교와 보건소, 그리고 다리를 네팔에 놓아주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죽으면 화장을 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산골(散骨)해 주기를 희망했다.
1m65cm의 키에 55kg. 작은 체구인 아파의 고향은 힐러리 경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텐징 노르게이 셰르파와 같은 쿰부 지역 타메(Thame) 마을이다.
“나는 그곳에 작은 로지(여관)를 경영하고 있다. 원래 내 아버지가 만든 것이다. 아버지도 셰르파였는데 내가 12살이 됐을 때 산에서 죽었다.”아파는 돈을 벌기 위해 포터 일부터 시작했다. 1990년 롭 홀과 처음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뒤 96년 한 번 불참한 것을 빼곤 매년 단 한 번의 등정 실패도 없었다.“96년에도 롭 홀과 에베레스트를 오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말렸다. 당시 타메에 있는 로지를 증축 중이었는데 일손도 바쁘지만 꿈자리가 안 좋다는 것이었다. 이혼까지 하겠다며 너무 강력하게 말려 결국 못 올라갔다.”96년 그해 에베레스트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에베레스트 등반 역사상 한 해에 가장 많은 사람이 숨져 무려 1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그 사고로 롭 홀도 죽었다.
아파에게 ‘수퍼 셰르파’라는 수식어는 누가 붙여준 것일까.
“나와 락파 겔루(Lhakpa Gelu) 셰르파가 그렇게 불린다. 락파는 에베레스트를 10시간46분 만에 오른 기록 보유자다. 2003년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때의 일이다. 최단시간 등정자와 최다 등정자라서 네팔 언론이 붙여준 것 같다.”
그 50주년 기념 등반 때도 아파는 정상에 섰다. 무사히 내려왔지만 아파는 엉뚱한 곳에서 죽음을 맞을 뻔했다.
“베이스캠프에서 우리가 타고 카트만두로 귀환하던 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4명이 죽었다. 그런데도 락파와 나, 둘은 살아남았다. 그래서 더욱 수퍼 셰르파라고 불러주는 것 같다. 아마 더 에베레스트를 오르라고 신이 살려준 것 같다.”
"언제 등반을 그만 둘 것인가?"
"아직은 체력이 따라 준다.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히말라야 신이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할 때 등반을 그만두겠다."
그때가 언제일까. 분명한 것은 미국 영주권도 있는 아파는 미국보다 히말라야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에베레스트를.
j 칵테일 >>에베레스트에 남긴 사람의 발자취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들은 별의별 기록들을 탄생시켜왔다. 1990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아들 피터 힐러리가 부친이 37년 전 올랐던 남동릉을 타며 최초의 부자 등정 기록을 세웠다. 작년 5월 21일 13세인 미국의 조던 로메로 소년은 최연소 등정 기록을 수립했다. 최고령은 2008년 정상에 선 네팔의 민 바하두르 셰르찬으로 76세였다. 한국인으로는 1977년 고상돈씨가 처음 등정했다. 등정자로는 58번째, 나라로는 여덟 번째였다. 재미한인산악인 김명준씨는 2006년 에베레스트를 비롯 최고령 7서밋 등정자로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다.
2000년 10월 슬로베니아의 다보 카르니카가 정상에 오른 뒤 스키활강으로 단 5시간 만에 베이스캠프까지 하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앞선 1988년 프랑스의 장 마크 브와벵은 패러글라이딩으로 2캠프까지 하강에 성공했었다.
1994년 오스트리아의 마이크 라인베르거는 여섯 번의 실패를 극복하고 등정한 뒤 정상 바로 밑 20m 지점에서 비박을 했으나 다음날 사망했다.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서의 비박이었다. 1999년 5월 6일 네팔의 바부 치리히 셰르파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21시간을 체류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히말라야의 신이 사람에게 가장 너그러웠던 해는 2001년. 그해에 182명이 등정에 성공했고, 하루에 가장 많은 88명의 등정자 신기록을 허락했다.
특별한 만남>> 독한 한국인
2011년 봄 시즌에는 한국 팀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 팀은 무려 다섯. 전체 26개 원정대.
자주 만났던 외국 유명 산악인 인터뷰등 베이스캠프 스케치를 끝내고 하산 길, 반갑게 먼 빛에 태극기가 보였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한국 여성. 뉴저지에사는 재미교포 수잔나(이연숙 51세)씨가 외국 상업등반대의 일환으로 에베레스트를 왔다. 그녀는 이번 에베레스트가 세븐 서밋 마지막 봉우리가 된다. 나를 만나는 날 새벽 캠프 3(7600미터)에서 마지막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베이스 캠프로 하산했다고.
놀라운 일이었고 어쩌면 미국 최초가 될 여성 세븐 서미터일 텐데 그동안 언론에 노출 되지 않은 게 이상했다. 그녀는 미디어의 관심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고 그저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뜻대로 한번 해보자 선택한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9살 때 이민을 와서 미국인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키웠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했으나 한국인 임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어 태극기를 베이스캠프에 걸어 두었다고 했다. 에베레스트에서 한국인을 만난 게 반가워서 일까? 어릴적 할머니가 주었다는 매듭 노리개를 마스코트로 위안을 삼고 기어이 정상에 태극기를 올리겠다는 그녀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나 귀국하여 확인한 결과 그녀의 등정 소식은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산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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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해보는 히말라야 소식입니다.
사진들을보니 예전 히말라야에 원정갔었을때의 생각이 납니다.
이제는 먼 옛날같이 느껴지지만.....
히말라야에 한국인들이 만든다는 토토하얀병원이 이제 형태를 갖춰가는것 같네요.
아파 세르파는 저희도 지난번 만나본것 같읍니다.
좋은소식과 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