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6/ 22 딸기봉 크로싱
2022.10.17 11:36
오늘은 딸기봉Strawberry Peak 크로싱이었다.
한 팀은 레드박스Red Box 주차장에서 출발.
다른 한 팀은 콜비캐년Colby Canyon Trailhead로 올랐다.
산행에는 모두 9명이 참여 했다.




우째 이런 일이! 어제 소나기가 내렸기에 졸졸 거리는 콜비캐년 물줄기를 기대했다.
여름 내내 땡볕에 달구어진 탓일 게다.
아니면 마른 스폰지처럼 목 타는 갈증에 말라 비틀어진 탓일 수도.
어제의 제법 큰 비에도 계곡 물줄기는 타는 목마름처럼 말라 있다.
그러나 기특하게도 등산로에는 먼지가 나지 않는다.
등산로마다 물을 촉촉하게 머금은 덕분.
입안에서 ‘촉촉’이라는 말을 궁굴려 본다.
‘축축’보다 확실히 ‘촉촉’이 정감 가는 단어다.




한국은 단풍이 한창이라지만 여긴 초록세상.
촉촉한 습기가 만든 초록가을이다.
그 뜨겁던 태양도 그 힘을 잃어 가는 걸 이제 알겠다.
고도를 올리며 발밑으로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휘파람이 나오는 건 기분이 좋다는 증거.
삽상한 바람과 찬란한 햇빛과 파란하늘.





문득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때 그 인간을 만나며, 고맙게도 인생이 희극이 되어 버렸다.
조르바는 말한다.
아니 조르바 입을 빌려 카잔차키스가 떠벌린 것.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는다.
내가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성경도, 불경도, 탈무드도 노자나 공자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도 그런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올려놓은 적이 있다.
“금중에 어느 금이 최고로 좋아요?”
“백금? 황금? 큰 금?”
“땡~! 틀렸어요. ‘지금’이 정답.”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조르바가 옳다.
왜 뜬금없이 조르바 생각이 났을까?
그건 비온 뒤 너무 청명한 날씨 탓이다.
푸른 산이 어깨 걸고 울퉁불퉁 달리는 샌 개브리얼 준령의 푸르름.
등에 나는 땀을 슬쩍 씻어주는 소슬한 바람.




비가 왔다는 증거로 코를 간질이는 흙냄새.
거기에 가끔 라벤더 향이 섞여 있어 후각도 행복하다.
이게 자족 아닌가?
그러고 보니 조르바도 그런 생각을 말했다.
“지금 여기에 행복이 있음을 느끼기 위해,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그것 참... 누구나 아는 이야기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조르바 말만 기억한다.




조세핀 새들에서 다리쉼을 한 후 긴 능선을 돌아 스트로베리 메도우로 가는 길.
길이 황소등 처럼 순하여 휘파람을 멈출 수 없다.
등산객이 있다면 휘파람은 실례.
그러나 이 좋은 날에, 이 좋은 산을 오르는 사람이 드물다.
우리는 산을 오르며 행복한데, 지금 산 아래 사람들은 무얼 하며 행복할까?
어퍼 메도우에서 레드박스에서 올라 온 팀을 만나 이른 점심을 먹는다.
딸기 봉 정상 하얀 암벽이 창공에 우뚝하다.
볕 좋은 가을 잔치라는 생각.
우리가 먹는 점심보다, 흙보다 많은 도토리 밭도 가을 잔치 중이다.
어쩜 이렇게 씨알이 굵을까. 도토리가 밤톨보다 큰 거 같다.







차 열쇠를 바꾸고 예정된 길을 간다.
레드박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산길에서 저 아래 구름바다는 보며 문득 알았다.
우리가 행복한 이유가 그거구나.
구름 위를 종일 돌아다녔으니 그게 신선 아닌가.
슬며시 미소가 나온다.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신선.
하지만 신선은 싫다.
죽을 수 없으므로.
조르바는 그의 묘비명에 실제로 그 개똥철학을 써 놨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행복한 산행 끝내고 오랜 만에 라크레센타 중국집 흥래각을 찾았다.
당번을 바꿔가면서 까지 유용식회원께서 마련한 자리.
지난 주, 39회 산악축제의 성공적 마감을 축하하기 위함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그 자리에서 유경영회장은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거듭했다.
자신의 일처럼 나서준 회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말이다.
우리가 회장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
회장의 마음고생 많이 한 덕에 행사가 잘 치러진 것을 알기 때문. 땡큐우~!



한턱 거 하게 쏘신 유용식 선배님도 땡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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