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7/ 24 퍼시피코 산행
2024.11.18 13:01
오늘 퍼시피코 산행에는 7명이 모였다.
오랜만에 이규영씨 얼굴이 보여 반가웠다.
한달 여 알프스 트레킹을 갔다 왔다고 한다.
선물은 없었다.
건강한 얼굴이 선물이겠지... 우리는 마음이 넓다.
카풀로 도착한 포니 주차장엔 성큼 겨울이 자리잡았다.
눈이라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매운 삭풍뿐.
바람이 이렇게 차가운 걸 보면 뜨거웠던 여름이 정말 있긴 있었던가?
우리가 산을 통째로 전세 내었다.
이 넓은 산군에 달랑 우리 7명뿐.
올 봄 우리 산악회가 잔치를 열어 주었던 PCT 뚜벅이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가고 오는 게 계절뿐이 아니라 사람도 그와 같다.
유회장이 없어도 샤론씨 리드로 스트레칭을 한다.
‘무릅기도’까지 마무리.






코가 매운 바람.
이제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걸 웅변한다.
장갑을 끼고 패딩을 입은 채 산행에 나섰다.
무서리가 하얀 걸 보니 서설, 상서러운 눈도 곧 올 것이다.
우리가 전세를 낸 퍼시피코도 올 해는 이제 마지막 산행.
우리가 오던 안 오든 늘씬한 소나무와 바위들은 그 자리에 있다.
그렇게 시간만 가고 오고, 사람만 가고 오는 것.
신입 ‘동기회’ 분들이 요즘 펄펄 날고 있다.
“4주만 빼놓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다면 근육이 그걸 기억합니다.”
동기회 분들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여하더니 노루가 다 되었다.
본인을 위해서나 가족을 생각할 때 아주 바람직 한 일이다.





그늘에 들어서면 햇볕이 그립다.
그만큼 날씨가 차갑다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여름 지옥을 생각하면 우습다.
여름이 지난 게 몇 년이라도 흘렀던가?
사람이 간사한 건 그렇다 치고 하늘은 환장하게 푸르다.
우리 산악회에서 늘 다리쉼을 하는 쉼터에 모두 모였다.
이규영씨 알프스 트레킹 이야기를 청해 듣는다.
한달 넘게 불란서와 스위스 알프스를 헤맸다면 흥미진진.
“몽블랑을 걸어 오르려 시도했는데, 두 번 길을 잃고 헤맨 후 포기.”
“비도 많이 왔고 독일말 쓰는 스위스인들의 무뚝뚝함과 못 알아들을 언어.”
이규영씨 말끝에 한 번 더 꼬추가루 투척 확인 사살.
“아휴 이렇게 아름답고 저렴한 LA산을 놔두고 왜 유럽에서 생고생?”
“그러게 말이에요.”




고도를 올릴수록 모하비 사막이 둥실 떠오른다.
우리들 쉼터만 지나면 경사가 거의 없는 늘씬한 소나무 숲길이다.
산굽이를 휘돌아 가는 순한 산길에 모두 즐거워한다.
PCT와 퍼시피코 갈림길에 도착했다.
우리는 민주산악회다.
그러므로 산정에 오르는 코스를 설명하고 고객이 그 코스를 선택하도록 한다.
“요길로 가면 40분 소요, 요길로 가면 15분 정도.”
매번 그렇듯 역시 내 낚시질을 덥썩 문다.
가파른 직등 코스를 선택한 것.
알프스에서 비만 맞고 온 탓인지 이규영씨 걸음이 느리다.
눈설미 좋은 이규영씨는 김공용씨와 이 산을 오른 적이 있다.
김공용씨는 내 낚시를 물지 않았으므로 편한 소방도로로 정상을 올랐다.
그러므로 잘 찾아 정상에 올 것으로 믿고 우리는 직등.




공짜는 없다.
시간이 단축된 만큼 역시 힘들다.
정상에도 인적이 없다.
바람이 차가워 바위 병풍이 쳐진 양지쪽 점심터로 자리 잡았다.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규영씨가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소리를 쳐도 바위 병풍 때문에 들리지 않았던 것.
모두 모인 상황에서 다시 민주산악회 답게 낚시질 시작.
“하산의 선택은 두 가지. 온 길로 가는 것과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
미끼가 없으면 잘 물지 않는다.
“노동력은 비슷하겠지만 두 번째가 경치는 직인다.”
낚시를 또 물었다.
그리하여 우리 산악회가 즐겨 이용하는 ‘바위길’로 하산 시작.
“어째 산을 두 번 오르는 느낌이네요?
‘동기회’분의 말대로 경치를 즐기려면 힘이 좀 더 든다.
세상 공짜는 없으니까.




기도 바위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마지막 봉우리에서 다리쉼.
마운틴 윌슨을 비롯 첩첩 산군과 모하비 광대한 사막이 한눈에 든다.
우리가 올랐던 퍼시피코 봉과 설악산 닮은 암봉들.
이규영씨가 이번 유럽 여행에서 배운 독일어와 불어로 감탄한다.
“오매~! 멋져 ‘불어’, 증말 멋지 ‘당께’”
우리도 유럽에서 배워 온 ‘불어’와 ‘당께’를 외친 날이었다.
하산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모두 건각들이다.
다~! 산에 베푼 건강이고, 산이 안아 준 고마운 인연이다.
무심히 가고 오는 계절이지만, 계절마다 나름 행복이 쌓여있다.
큰 나무가 산불로 넘어져 트레일 막아 놓은 곳.
누군가 고마운 봉사자들이 우듬지를 잘라 길을 틔여 놓았다.
미소, 고마운 사람들.
잘 가라~ 가을이여, 어서 오라~ 겨울아.
한 해가 저물기 때문에 감상에 빠진 걸까?
함께 한 회원들 얼굴이 큰 바위 얼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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