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02/ 2025 MT 루켄스 산행
2025.02.03 12:16
약속 장소로 달리며 듣는 한국 라디오.
한국은 오늘이 입춘(立春)이란다.
입춘은 봄이 실제로 시작하는 날이라는 뜻.
라디오는 서울이 입춘인데도 기온이 영하 13도.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안팎까지 뚝 떨어진다고 열을 낸다.
남의 나라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우리는 이 겨울 산행에서 제대로 눈 구경 한번 하지 못했다.
눈과는 반대로 뜨거운 LA 대화재만 겪었을 뿐.
엄청난 화재 역시 이 겨울 눈 없는 가뭄을 보냈던 기후 탓도 크다.
그래도 엊그제 비가 좀 내렸으니 높은 산정엔 눈이 쌓였을지 몰라...
작년 11월 배낭에 챙겨 넣은 마이크로 크렘폰.
한 번도 쓰지 못했는데 이번에 사용할지도 몰라...
그런 기대를 한 건 2년 전 루켄스에서 굉장한 설국을 만났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환타스틱한 설국 풍경에 회원들은 모두 압도 당했다.
겨울이면 팀버 눈꽃도 훌륭하지만 루켄스 설경은 더 멋졌다는 생각.



우리 홈페이지에 있는 2/ 26/ 2023 MT 루켄스 산행 사진이다.

세상은 기대와 생각대로 흐르는 게 절대 아니다.
카풀에서 내린 득메지안Deukmejian Park에서 보이는 루켄스는 민둥산.
오늘 루켄스 산행에는 8명이 참여했다.
유튜브 영상에서만 만났던 반가운 이순덕 회원 얼굴이 보인다.
7월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로 트레킹 간다니 훈련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산행에 나서자 기대했던 설국은커녕 초여름처럼 덥다.
가파른 산행에서 더위를 참다못해 배낭 속 반바지를 꺼내 입는다.
입춘(立春)은 본적도 없는데, 우리는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를 만났다.
비 덕분인지 산불은 엊그제 모두 꺼졌다.
그 여파인지 스모그가 심하다.
주차장은 북새통이다.
산불 때문에 이곳도 어제서야 트레일이 열렸다.
배고픈... 아니 산고픈 사람들이 왕창 몰렸을 것이다.


구름바다 정확히 반쪽은 옅은 검은빛이고 반은 하얗다.





고도를 올리니 눈 아래, 혹은 눈높이로 희한한 풍경이 펼쳐진다.
산 아래를 덮은 스모그 위로 올라섰다.
구름바다에 멀리 샌 하신토 봉이 섬처럼 떠 있다.
운해는 구름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다.
운해의 정확히 반쪽은 옅은 검은빛이고 반은 하얗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사진을 마구 찍는다.
스모그를 벗어 나니 하늘이 정말 눈부시게 푸르다.
검푸른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정상의 방송 타워.
루켄스 봉이 왕관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가 부르는 깃대봉에 성조기가 사라졌다.
찢어져 수리 중인지 이곳에서 매번 만났던 깃발이 없는 게 서운하다.
이제 여기쯤 오면 반 정도 오른 것.






입춘 햇볕의 따가움을 넘어 초여름 뜨거운 햇빛 속 우리는 계속 고도를 올린다.
LA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바로 이 Mount Lukens·5,080피트.
5,000피트 정도 높이라고 루켄스 봉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왕복 10마일에 높이를 거의 3,000피트 정도 극복해야 하니까.
고도를 높일수록 눈 아래 풍경이 신기하다.
루켄스 정상을 감싼 푸른 하늘과 샌 하신토 쪽의 구름바다.
스모그인지 옅은 구름인지 음영으로 보이는 210번 고속도로와 흐릿한 다운타운.
그리고 섬이 되어 정상만 보이는 산들.
좋다.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 때문인지 몰라도 구름 아래에서 음울했던 기분이 밝아진다.
2년 전 이곳에서 만났던 환상적인 설국이 사라졌듯 저 구름바다도 곧 사라질 것이다.
그 또한 지나갈지니 미워할 것도, 사랑하는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각성.






드디어 트레일이 끝나고 소방도로를 만났다.
정상 라디오 타워까지 오르내리는 도로인데 햇살 때문에 고역이다.
유회장이 숏커트 길을 찾아내 오른다.
좀 더 걷고 싶은 욕심에 도로를 따르다 보니 0.3마일 정도가 길다.
땡볕에 0.3마일이 쉽지 않다.
아마 이순덕회원과 윤혜경회원이 늦게 정상에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일 것.
유회장 혼자 아는 지름길을 몰랐기 때문에 나처럼 도로를 따른 덕분.
정상에서 점심을 먹는다.
산 아래에서 이순덕회원이 챙겨준 간식을 꺼내 놓았다.
삶은 계란에는 랩이 소금과 함께 쌓여 있다.
이순덕회원의 어제 저녁 집안 풍경이 그려진다.
오늘 나누어줄 간식을 포장하는 마음.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음식이 아니라 ‘정’을 먹는 것이다.






봄을 건너 뛴 산정에서 멋진 전망을 즐기며 사진을 찍었다.
업드려 사진을 찍는 강필성님의 자세가 프로답다.
오늘 저녁 우리 홈페이지 산행방에서 그 사진을 만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훌훌 비우고 나서는 하산길은 즐겁다.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동요를 부르고 휘파람으로 장단을 맞추며 루켄스에서의 행복한 하산.






뒷풀이는 라운드 피자에서 김종두회원께서 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강필성님 작품 사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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