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25 Mt 조세핀
2025.05.05 11:09
Mt 조세핀엔 3명이 단출하게 산행을 나섰다.
만남의 장소에서 만난 김종두 부부의 말이 놀랍다.
별일이 다 있지.
서울에서 남산을 오르지 않은 사람을 만난 느낌.
우리 산악회에서는 뒷산 취급 받는 조세핀이 이들 부부에게는 초등이라네.
그렇다면 좀 더 길게 걷는 코스가 어울릴 것.
후르륵 소방도로 따라 올랐다, 내려와서 조세핀을 만만히 보면 안되니까.

산행에 변화를 주어 ‘라운드’로 하기로 했다.
차 두 대로 출발하여 차 한 대는 조세핀에 파킹.
나머지 한 대는 콜비 캐년(Colby Canyon)으로 올라가 조세핀으로 하산.
차가 출발하자 2번 도로는 안개비에 휩싸였다.
길이 어둑어둑하다.
미국 산속 도로에서 이렇게 많이 안개를 본 적이 없다.
헤드라이트를 켠 채 35마일 정도로 천천히 달린다.
왱왱 달리고 싶은, 승질머리 드러븐 오토바이들이 따라온다.
따라오거나 말거나.
미친넘들... 이 빗속에 오토바이라니...
하긴 사돈 남 말이다.
그들이 보면 우리 우중 산행도 미친넘들로 보일 듯.
여기서 미친의 ‘미’는 아름다울 미, ‘친’은 친할 친자를 말 한다.
아름답고 친하고 싶은 사람들이란 말장난.
왱왱을 모른 체하고 굼뱅이 주행을 한다.
그건 정말 시야가 보이지 않는 탓.
그럼에도 도착한 조세핀 봉 주차장엔 많은 차들이 보인다.
우리와 닮은꼴 뚜벅이들 차가 분명.
그곳에 김종두씨 차를 놔두고 내 차로 옮겨 타 콜비캐년으로.
역시 이곳도 차가 많다.
콜비 캐년 트레일 헤드에서 윤혜경씨 리드로 스트레칭을 한다.
교육의 힘은 무섭다.
영판 유회장이 하는 폼이다.
헛 둘, 헛 둘, 체조와 “무릎아 오늘도 나를 잘 부탁한다!”라는 ‘무릎기도’까지.
물 철철 계곡이 눈 앞애 펼쳐진다.
자주 온 등산로 임에도 오늘의 콜비캐년은 새로운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익숙하지만 낮선 풍경.
계절 따라, 시간 따라, 기후 따라, 기분 따라 산은 언제나 새롭다.
안개비가 사방에 자옥하다.
운무 때문에 사위가 도화지처럼 하얗게 칠해졌고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안개비 속에서도 ‘유카’ 꽃 대궁들이 올라 오기 시작한 걸 볼 수 있다.
일년생 선인장과의 풀이 유카인데 윤혜경씨가 관심이 많다.
일 년 한철 살다 가려고 그 높은 꽃대궁을 피워 올리는 말없는 식물의 정성.
미국인들이 이 유카꽃은 ‘캔들 꽃’이라 부른다.
이제부터 이 인근 산에는 캔들 꽃이 개화하는 계절이다.
능선 곳곳에 양초를 켜듯 서 있는 유카꽃은 정말 장관이다.






능선이 가까워질 때 쯤이었다.
“앗~!” 윤혜경씨가 비명을 지른다.
좋지 않은 예감.
“우리 자동차 키를 타고 온 차에 놓고 왔어요.”
자동차 키 찾으러 돌아내려가기 엔 너무 많이 올라왔다.
퀴즈 문제를 내었다.
차 키를 놓고 온 이유 중 다음 한 가지 정답을 고르시오.
1. 등산이 힘들까 봐 무게를 줄이려 쇠로 만든 키를 차에 놔두었다.
2. 몽환처럼 비긋기하는 풍경이 너무 좋아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3. 일부러 키를 차에 놔둔 이유는, 내가 온 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
그래서 둘만 호젓한 산행을 즐기려고.
4. 평소 쌓인 원한이 있기에 일부러 키를 놔 둔 것.
5번... 사지선다형 문제가 뒤로 갈수록 자꾸 험악해지는 중.
그걸 눈치챈 윤혜영씨가 “정답 1번!”을 수차례 외친다.
세상에... 자동차 키가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그러나 착한 우리는 그 말을 믿기로 한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크리스탈처럼 이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작은 물방울에 주변이 담겨 있다.
인타라망. 혹은 인드라망.
인드라망은 힌두교 어휘다.
그걸 받아들인 불교의 신적 존재 가운데 하나인 인드라(Indra).
즉 제석천의 궁전 위에 끝없이 펼쳐진 그물을 가리킨다.
그 그물에는 이음새마다 구슬이 달려 있다.
한 구슬은 다른 모든 구슬과 주변을 담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고 이어지는 관계.
그물은 한없이 넓지만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 주는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세상의 모습이라는 말.
서로가 연결 되어져 있고 서로 비추고 비추는 밀접한 관계가 삶이라는 썰.
안개비로 주변이 도화지처럼 하야니 사람 생각과 상상이 끝없다.
원래 도화지에는 지멋대로 무엇이던 그려낼 자유가 보장되는 거 아닌가.







드디어 조세핀 새들에 올라섰다.
딸기봉은 우회전, 우리 목적지 조세핀은 좌회전.
순한 황소등처럼 순한 능선을 안개비 속 휘적휘적 걷는 맛이 좋다.
지금 우리는 산신령처럼 구름 속을 걷는 중.
역시 행복은 등산화 밑에 있다는 복음은 사실이며 믿어야 한다.
혹시 모른다.
조세핀 정상이 구름 위로 치솟아 우리에게 천지창조 풍경을 보여 줄지도.
일년 내내 결석 하지 않고 산을 올라도 어쩌다 만나는 구름바다 장엄한 행운.
그렇게 산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백가지 있다.
그러나 그런 힘든 짓을 왜 하냐는 반대도 백가지가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해봤자 말을 들을 인간들이 아니니깐 선택은 우리 몫.
땀이 뭐야, 으슬으슬 춥기까지 한 날씨에 드디어 정상이다.
출발하여 정상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 온 능력자들은 안개비 덕을 봤다.




모두가 처음부터 그건 다리 알통이 있었던 건 아니다.
산을 좋아한다는 소박한 욕심에 어쩌다 공짜로 건강이 따라 온 것.
비록 표고는 낮지만 산 가브리엘 산맥에서 외롭게 솟은 조세핀 정상.
맑은 날 이곳에서의 전망은 산 가브리엘 산맥의 최고의 명당.
평소 전망이 좋은 조세핀 정상은 아쉽게도 구름을 뚫지 못했다.
사방이 백지처럼 하얗다.
하지만 꼭 보여야 아는가?
이렇게 사방이 하얗게 안개 속이라면 심안心眼을 떠야 한다.
마음의 눈을 뜨면 보고 싶은 것, 소원하는 것 모두 그려 넣을 수 있다.
물론 상상이지만 행복한 건 현실과 꼭 같이 실재한다.
바람 부는 정상을 피해 조금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에너지 충전 후 김종두씨 부부는 소방도로 루트로 하산을 시작했다.
나는 자동차 키 때문에 콜비 캐년으로 바쁘게 걸었다.
외롭게 홀로 가다 보니 아무래도 정답은 4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사지선다 정답 4번을 한 번 더 읽어 보면 그 뜻을 안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하산을 마칠 시간.
졸졸대는 콜비 계곡 물 음악을 친구 삼아 걷는 건 또 다른 즐거움.
심안도 필요 없다.
백내장 끼가 있다는 눈으로 봐도 정말 지금 이 계곡은 영판 한국 산을 닮았다.
봄비를 맞아 청정한 초목과 푸르른 능선과 계곡에 맑은 계류까지도.
휘휘 휘파람을 불며 하산을 마쳤다.
차를 몰아 조세핀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와 5분 차이로 김종두씨 부부가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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