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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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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얼 데이 연휴라 모두 행복한 약속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 역시 일주일을 일용할 행복 충전을 위해 산행에 나섰다.

 

만남의 장소에 강희남회원 얼굴이 보인다.

으뜸 행복은 힐링을 겸한 산행이라는 뜻을 함께하는 분.

 

오늘 갈 곳은 데블스 캐년(Devils Canyon).

처음이다.

 

돌에 새겨진 글자처럼 기억력이 뛰어난 강희남 회원이 말한다.

당신이 한국에서 미국을 오 갈 때 갔었던 곳입니다. 오래전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몇 십 년전 이야기.

그때 입으로 목탁 소리를 내며 해괴한 노래?인가 염불을 한 기억이 납니다.”

 

강희남 회원의 그 기억을 인정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나밖에 모르는 염불... 클래식... 푸르노 노래이니까.

 

요즈음은 철이 들어 부르래도 안 부른다.

하지만 치기어린 예전엔 앵콜도 받아 주었던 기억.

 

정말 영~~~ 철이 든 이후엔 절대 안 부른다.

분명히 갔었던 데블스 캐년이라는데 기억은 하얀 도화지.

 

칠라스 비지터 센터가 있는 캠핑장을 지나자 파킹장과 간이 화장실이 보인다.

데불스 개년 트레일헤드라는 간판.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일찍 산행을 끝낸 누군가 사진을 보여준다.

자신이 계곡에서 체포했다는 송어 사진.

 

손바닥만 한 송어가 제법 크다.

뭘로 잡았을까? 낚시?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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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이 깡패로 바뀌어 가는 시간에 산행에 나섰다.

등산하러 왔는데 처음부터 계곡으로 하산하고 있는 중.

 

등산의 반대는 하산이고 하산의 반대는 등산 아닌가.

무언가 불공평하다.

 

우리는 지금 하산을 하고 있는데, 지금 김종두회원은 등산을 하고 있을 터.

우리동네 최고봉 샌 골고니아(3506m)를 지금 신나게 오르고 있을 것이다.

 

내리막길은 꽃길.

금잔화 닮은 덩굴 꽃이 무덤무덤 피어 있다.

 

꽃은 같은 꽃끼리, 새는 같은 새끼리, 송어는 송어끼리 어울리는 자연.

사람도 사람끼리 어울리고 뚜벅이는 뚜벅이끼리 만난다.

 

등산이 하산이라 그런지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여 걷기 좋다.

지도에는 왕복 코스가 5.7마일(9.6km)로 나타나 있다.

 

사람이 없어 한적한 길.

이런 고즈넉한 시간을 만끽하는 것도 산이 주는 덕목이다.

 

땡볕 내리막을 거치고 아름다운 숲길을 통과한다.

슬쩍 올라 올 때의 땡볕을 걱정한다.

 

외딴 협곡을 좋아하는 뚜벅이들에게 안성맞춤 길.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엔 계곡마다 물철철이지만 우리가 사는 사막의 산엔 귀한 물.

이 산 이쪽저쪽 골골 물이 모여 이룬 계곡.

 

곳곳에 알탕이 보인다.

알탕이라 함은 간장종지처럼 파인 연못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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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물이 많아지고 마시고 싶을 만큼 맑다.

캠핑하기 좋은 소박한 곳도 몇 군데 보인다.

 

드디어 계곡 곁 작은 캠핑장에 도착.

낡은 화덕과 누군가 피웠던 모닥불 흔적도 있다.

 

이 아래쪽으로는 트레일이 희미해 간 사람도 드물다.

우리는 미련이 남아 풀숲을 헤치고 조금더 가보기로 했다.

 

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면 되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

투명한 물속에는 새끼 치어들이 보인다.

 

새끼가 있다면 에미나 아빠 송어도 있는 법.

출발할 때 자랑스레 보여줬던 사진 속 큰 송어도 있을 터.

 

넘어진 나무를 기어 통과하고 얽힌 풀숲을 헤쳐 가며 한동안 걸었다.

더는 가기 곤란한 계곡 곁 풀숲에서 돌아섰다.

 

요 데불스계곡 물이 어디로 가는지 나중에 구글 귀신에게 물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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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은 계곡 곁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발소리에 숨어있던 게 분명한 송어가 제트기 흉내를 낸다.

 

소리도 없이 빠르다.

빵 조각을 던지자 숨어있던 송어가 입질을 한다.

 

문득 한 생각이 스친다.

이젠 추억이 되어가는 미합중국 국까고시 공부하던 시간.

 

그린카드 소지자들까지 툭 하면 추방이고 입국을 막는다는 과잉보도.

그래서 국까 고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패스했다.

 

그런데 참 송어 팔자도 알 수 없다.

이곳 데블스 캐년에서 태어난 송어니 시민권자나 마찬가지 일거다.

 

송어에게는 이 계곡에서 거주할 최소한 영주권리가 있을 터.

그런 증서 잊고 고요히 살고 있는데 어느날 이상한 인간이 왔다.

 

그 인간이 갑자기 자신을 체포할지 송어는 몰랐을 것이다.

그게 위에서 본 송어 사진이다.

 

송어를 체포한 사람이 사형? 조사하고 풀어 줘? 그건 모른다.

사진 속 송어에서 국까고시까지 연결되는 이유가 뭘까?

 

잊어 버리고 산 시험에 증말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다.

씰데읍는 상상이 끝나자 점심 시간도 끝났다.

 

이제는 하산과 반대로 등산의 시간.

내려온 길을 가끔 잊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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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보기 귀한 꽃이었는데 이곳엔 많이 피어 있다.

물소리와 이별하자 그늘도 떠났다.

 

각오는 했으나 땡볕 오름짓은 힘들다.

지겨운 지그재그 스위치 백을 이어가다 그늘을 찾아 다리쉼.

 

올라온 계곡이 눈 아래로 내려가며 나팔처럼 넓어진다.

낮아진 계곡에 오릿~!” 에코를 보낸다.

 

역시 이 계곡은 나팔이 맞다.

에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나팔처럼 계곡을 흔든다.

 

송어가 또 놀랐겠다.

하산에 이은 등산을 마치고 2번 도로에 올라섰다.

 

물속에서 송어가 제트기 흉내를 내듯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씽씽.

소음 없는 송어의 비행은 감동이었으나 오토바이 굉음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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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까고시 뒷풀이는 사람이 많을 때 하는 게 좋겠다는 기특한 생각.

일주일을 일용할 충전을 끝내고 진짜 하산하는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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