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3/ 25 Mt 팀버 산행
2025.06.16 13:11
오늘 산행에는 3명이 참석했습니다.
압도적으로 마더스데이에 밀리는 파더스데이지만 그나마 그게 어딥니까.
음식이 맘에 안 들어도 와우~ 최고다~! 맛 있다, 해야 합니다.
집에 가서 신라면 하나 끓여 먹더라도 무조건 쵝오여~!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습니다.
노루꼬리만큼 존재감 없는 파더스데이에, 모두들 쵝오 음식 잘 드셨나요?
유회장 카풀로 달리는 아이스하우스캐년 길가에 개나리가 지천입니다.
한국 개나리보다 훨씬 오래 버티는, 우리가 붙인 미국산 개나리꽃.
산에는 유카꽃 촛대 닮은 대궁이 무수한 촛불처럼 활활 태우고 있네요.
별명이 캔들이라는 유카꽃은 한꺼번에 개화합니다.
과연 장관입니다.
지금이 그 시즌이니 날 잘 잡은 거네요.
기도빨을 무시하는 주차장.
만원을 넘어 십만원이라 반 마일 걸어 스트리트 파킹을 했네요.
무릎팍도사...가 아니라 무릎기도문 합창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이스하우스캐년 물소리가 교향악입니다.
물소리에 몸 안 세포가 반응하여 우르르르~! 일어 섭니다.
지금부터 일주일 일용할 양식을 충전시키는 시간.
기쁜 노가다 힐링 시간입니다.
하늘은 새파랗고 태양은 이제 여름입니다.
다행히 물철철 계곡은 그늘 역시 철철이라 고맙네요.
소나무꽃 송화.
송화는 노란 꽃가루를 오래전 폴폴 날리어야 하지만 이제야 송글 맻히고 있네요.
그렇게 봄이 늦게 왔듯 봄꽃도 늦게 피었습니다.
어어? 이거 많이 본 꽃인데.
발칙한 꽃이라 이름 붙인 미국판 얼레지꽃?
한국에 가면 만항재에 가보실 걸 권합니다.
강원도 정선과 태백, 영월에 걸쳐 있는 함백산 만항재(1330m).
한국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지요.
바로 이곳이 200종 야생화가 자라는 천상 화원이 펼쳐집니다.
지자체가 공을 드린 덕에 봄부터 여름까지 야생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하늘 정원.
태백산 국립공원 지역답게 산림청 숲 해설가 3명이 상주하며 꼬십니다.
야생화는 자세히...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산상의 화원 꽃 대궐을 몇 번을 갔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동자꽃, 말나리, 노루오줌, 둥근이질풀, 하얀색 까치수염 등등.
그중에 얼레지꽃 군락도 보였습니다.
야생화 얼레지는 꽃잎이 말려 올라간 채 거꾸로 핍니다.
그게 치마를 들어 올린 여인과 같다 하여 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라네요.
이렇게 미국판 얼레지꽃과 눈 맟춤, 생각 맞춤하며 걷는 뚜벅이 길.






계곡의 두 번째 집을 지나며 낮에 익은 거대한 삼나무가 보입니다.
앞에서 보면 세 그루, 뒤에서 보면 네 그루.
“저 거목들을 보면 언제나 기분이 밝아 지네요”
강희남 회원의 말씀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수천년을 그곳에 발묻고 한자리에서만 살아온 삼나무.
오가며 백년을 못사는 인간들에 비해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고 있습니까.
그러나 나무인들 그 오랜 세월 속에 흔들림이 왜 없겠습니까.
그래도 말없이 꿋꿋한 나무.
아아~ 그렇군요.
나무에 박힌 옹이 마다 그 아픔이 고인 흔적인가요?
이런 씰데없는 상상과 생각의 연결은 산이 주는 미덕입니다.
하도 자주 다닌 길이라 오래전부터 요령이 생겼네요.





컬럼바인 샘터에서 빈 생수병을 채웁니다.
이 근처 만만한 산은 없지만, 이 샘물 덕에 물 걱정은 뚝~!.
손 시리게 여전히 물이 차갑네요.
무릇 사람과 세상은 변하지만 샘물만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
시원한 바람이 오가는 아이스 하우스 새들 역시 그대로입니다.
쭉쭉빵빵 솟은 소나무 숲은 땀을 흘려야만 만날 수 있는 힐링 숲.
주차장 그 많은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팀버 오르는 길이 한적합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4계절을 함께 한 팀버.
오라는 곳 없어도 언제나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산.
그렇게 찾아 갈 산이 있는 사람은 부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벌이겠군요.
재벌이 될 확률이 제로라서 별로 내키지도 않지만




정상에 도착해서 미소.
누군가 공을 들인 정상 표시 나무판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예사스럽지 않은 공력이 깃든 정상 표시판.
뒤엔 번쩍 치켜 들으라고 손잡이 두 개까지 만들었네요.
들어 올리려니 페인트가 묻어 납니다.
아마 오늘 올려놓은 거 같네요.
이런 말 없는 마음 씀씀이에 말 없는 미소를 보냅니다.
김혜경회원이 퍽 좋아하겠습니다.
지지난주 발디 초등을 했을 때 번쩍 들어 올릴 표지판이 없었거든요.
우리 산악회 단골 점심 터.
거기서 우리는 재벌답지 않게 조촐한 점심을 먹습니다.




하산 길.
사람들 카메라가 바쁩니다.
무당벌레Ladybug 새끼들이 줄지어, 떼 지어 어디론가 이동 중입니다.
이번까지 이곳에서만 세 번째 목격합니다.
예전에 무당벌레Ladybug를 ladybird로 착각해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잔 뮤어 트레일은 상당 부분 PCT와 겹칩니다.
우리 산악회 잔 뮤어 트레일 종주 중 홀로 온 여자를 만났습니다.
대만에서 온 그녀의 트레일 닉네임이 Ladybug였습니다.
트레일에서 만나면 닉네임을 부르는 게 그들 문화입니다.
어디 사니? 왜 왔냐? 왜 사서 생고생? 실연당했니? 회사 잘려서 온 거니?
그게 호기심이 귀찮아 닉네임을 만들어 쓴다는 말.
사적인 사연은 책 백권 분량이니 묻지 말라는 것.
Ladybug를 ladybird로 잘못 들었기에 휘리릭 멋 부려 글을 썼습니다.
“ladybird 그대는 새처럼 자유롭고 싶은가? 그래서 지금 PCT를 훨훨 나르는 중인가?”
회사 홈피에 달린 댓글 욕으로 배가 터질 뻔했습니다.
그런 악연이 있는 무당벌레지만 고물거리는 새끼는 귀엽군요.





태양은 완전히 지글거리는 여름입니다.
하산을 재촉하는 길에 빈 통에 다시 공짜 샘물을 챙깁니다.
힘든 산행에 배낭 물 한 병 무게도 줄이는 게 옳지요.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지지만 컬럼바인 샘물은 그대로라는 각성.
일주일 일용할 충전이 만땅 되어 하산을 마쳤습니다.
뒷풀이가 없는 이유가 있지요.
파더스데이 약속 때문입니다.
맘에 안 드는 음식 앞에서 와우~ 최고다~! 맛있다 하러 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어쩌면 집에서 신라면 하나 또 끓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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