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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11/ 23/ 25 온타리오 픽 산행

2025.11.24 15:05

관리자2 조회 수: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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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로를 빠져 나오자 신호등 넘어 계곡 끝에 보이는 하얀 준령.

한눈에 알아보는 발디봉.

 

오늘 오를 온타리오 봉 역시 설국을 이루고 있다.

첫 설산행.

 

집을 나서며 기대가 컷던 만큼 히말라야 닮은 준령이 보기 좋다.

산행에 나선 인원은 모두 7.

 

트레일 헤드에는 많은 사람들이 첫눈 산행에 나서고 있다.

배낭에 얼음도끼 피켈까지 챙긴 배낭도 보이니 겨울 산을 실감한다.

 

무릎 기도를 마치고 나선 산행.

계곡물이 풍년을 이룬 걸 보며 산정엔 눈 풍년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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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 지낼 때 첫눈을 본 후 오늘 설산행까지 오래 걸렸다.

눈 덥힌 산을 예비해 크렘폰 등 겨울 장비를 챙긴 지 벌서 두 달여.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눈 쌓이기를 기다린 내가 이겼다.

기세 좋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동무 삼아 오른다.

 

물은 산이 싫어 떠나는 데, 우린 산이 좋아 거슬러 오르는 중.

 

2마일쯤 되는 우리산악회 쉼터까지는 크렘폰 없이도 가능.

그러나 그곳부터 고도를 올리는 구간이니 크램폰을 착용.

 

초보인 케일라씨에게 강희남 선배가 착용법을 알려 준다.

 

콜롬바인 샘도 물 풍년.

그곳을 지나며 눈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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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폰 쇠발톱이 눈에 밟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누군가 그 느낌을 이야기한다.

 

뽀드득, 뽀드득 듣기 좋죠?”

청각을 간질이는 크렘폰 박히는 소리.

 

언제 들어도 리드미컬한 소음은 듣기 좋다.

 

뽀드득 소리가요? 마눌님이 나를 보며 이를 가는 소리 같네요

키 크고 싱거운 이런 사람은 어느 모임에나 있다.

 

고도를 올리며 이제 주변은 진짜 설국으로 바뀌었다.

11월의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무슨 비유인지 알겠다.

 

쭉쭉빵빵 솟은 나무숲이 모두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 있다.

과연 장관.

 

이런 풍경을 만난 건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내린 폭우는 산에서 모두 눈이 되어 공평하게 대지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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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짓을 하다 가끔은 서서 겨울 동화 같은 풍경을 즐긴다.

그동안 우리는 숱하게 겨울 산행을 해왔다.

 

물론 어느 때라도 같은 풍경은 없기에 늘 행복한 산행이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깨달았다.

 

겨울 동화 화첩 같은 산행을 하려면 3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콧물이 고드름이 되는 추위에서는 도망치기 바쁘다.

모진 바람이 불면 꽁꽁 싸매기에 바쁘다.

눈에 길을 내는 럿셀이 안 되어 있다면 산행은 중노동.

 

오늘은 이 3가지에서 해방된 날.

반바지 차림의 산행객을 보면 날씨를 알 것이다.

 

바람이 없어 햇살이 비치자 땀나는 우모복을 벗는다.

눈 귀경 나온 뚜벅이들이 많은지 럿셀도 잘 되어 있다.

 

걱정 읍쓰니 즐겨라

그렇게 히히호호 새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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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곳까지가 목적지인 사람들이 만든 것인지 눈사람이 보인다.

 

버려진 모자를 씨우고 솔가지로 팔까지 만들어 놓았다.

미소.

 

여회원들이 증명사진을 찍는다.

그녀들에게 눈사람과의 증명사진은 얼마 만일까?

 

한국에서 국민핵교를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을 눈사람.

눈사람 만들러 태평양 건너온 게 아니다.

 

아득하게 잊고 있던 회상 속의 정물 눈사람.

그런데 오늘 미국산에서 눈사람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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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설이 많아 온타리오 정상까지는 무리.

우리는 켈리 캠프까지만 가기로 했다.

 

케일라씨가 이곳까지가 한계라며 고개를 흔든다.

삶은 계란 까묵고 있을 테니 우리만 갔다 오라는 말.

 

보통 산행보다 눈 산행은 힘이 더 드는 법.

사실 그녀가 새들까지 오른 것도 대단하다.

 

여러 회원들의 사탕발림이 시작되었다.

 

이제 오름길은 없다.

빙빙 돌아가는 능선길.

거리도 1마일이 채 안된다.

경치가 직인다.

 

그 말 중 하나만 맞는다.

경치가 직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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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엔 다 틀린다.

소수 뚜벅이들만 갔는지 눈길이 희미하다.

 

예전 길이 아닌 걸 보면 누군가 대충 만들어 놓은 눈길.

조금 더 에돌아 가는 길.

 

경치가 직인다는 말은 맞다.

겨울 동화 속 세상은 고요하다.

 

가끔 후드득 정정을 깨트리는 낙하물들.

크리스탈 닮은 얼음이나 눈꽃이 떨어지는 소리.

 

나무가지에 핀 설화가 녹아 안개처럼 떨어진다.

역광에 그게 꽃비처럼 흩날리고 있다.

 

그 또한 지금 아니면 만나지 못 했을 오묘한 풍경.

그 꽃비 사이로 눈밭을 헤치며 우리는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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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속에서도 왠지 포근한 켈리 캠프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고요 속에 쌓인 눈이 만든 파노라마 궁전.

 

눈밭을 밟아 점심 먹을 자리를 만들었다.

하나 둘 일행이 도착하고 있다.

 

먼빛에 캐일라씨가 슬로우모션으로 나타났다.

한국 산악영웅 오은선씨 흉내를 낸다.

 

크레킹 폴을 눈밭에 꼽은 채 허리를 숙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저 모습을 본 적이 있다.

 

2010년 히말라야 14좌 마지막 봉우리 안나푸르나 등반 때.

세계 최초의 14좌 여성 초등을 놓고 다투던 때.

 

오은선의 14좌 완등이라는 위업 때문에 KBS가 생중계에 나섰다.

나는 해설자로 참가했었다.

 

방송카메라가 잡은 오은선 씨가 정상 직전에서 바로 저런 모습을 보였다.

힘 내~! 올라가!”

 

나는 그렇게 소리 질렀고 그 모습이 한국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런데 케일라씨는 오은선보다 한 수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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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눈밭에 벌러덩 눕는다.

첫 설산행에서 여그까지 온 건 사실 대단한 일.

 

우리는 동화속 같은 풍경 속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도 쉬지 않고 꽃비가 내렸다.

 

가지에 핀 눈꽃이 녹아내리는 비이니 그게 바로 꽃비.

이 또한 지나가겠으나, 참 행복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적과 만족하는 행복이 다르다.

우리 뚜벅이들 행복은 간단명료하다.

 

철 따라 바뀌는 풍경을 만드는 자연.

무엇을 요구하지도, 무엇을 주려 하지도 않는 침묵의 산.

 

그 산에 들면 평온하고, 행복하고, 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은 어떤 것.

산속에 고여있는 무한 에너지를 마음껏 퍼가라는 너른 오지랍.

 

그래서 우리는 매주 일주일 일용할 에너지를 산에서 얻는다.

오은선 흉내를 낸 케일라씨도 이 고통을 넘어서길 바란다.

 

그러면 알 것이고 또 알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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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그야말로 겨울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들 완성판.

글리세이드 즉 히프 썰매는 영화에 자주 나오는 컷.

 

모두를 걱정 없던 궁민핵교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노루꼬리만한 겨울 하루는 짧기만 하다.

 

 

 

 

 

 

서둘러 라운드테이블에서 뒤풀이를 하고 바삐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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