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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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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은 힘이 세다

 

오늘 루켄스 산행엔 9명이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얼굴 김영수님을 포함 6명이 카풀로 듀크메지안Deukmejian Park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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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는 한미산악회 박회장 일행 3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칭과 무릅 기도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한미산악회에게는 낯설 겁니다.

 

헛둘헛둘 스트레칭을 인도하는 유회장 목소리가 밝습니다.

“무릎아 오늘도 우리를 잘 인도해 다오”

 

우리처럼 고참은 대충 의식을 치루지만 신참은 진지한 법입니다.

슬쩍 보니 한미산악회는 정말 진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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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이 요상한 듀크메지안 야생공원 이름을 찾아보았습니다.

글렌데일 이 동네 우점종 아르메니아계 이름이더군요.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지낸 인물이랍니다.

우리가 오르는 루켄스 봉은 LA시 경계 내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그러나 정상 5,074피트 정도는 우리에게 부담 없는 높이입니다.

산이 낮으니 겨울에도 눈 구경이 힘든 곳이지요.

 

거기에 루켄스 봉은 그늘에도 인색한 양지바른 산입니다.

그럼에도, 내 기억에 각인된 소중한 풍경 한 컷이 있습니다.

 

몇년 전 이 루켄스봉에서 설국을 만난 적이 있거든요.

전혀 기대도 없었는데 그렇게 예쁜 설국과 만남은 깜짝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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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그림 엽서는 당연히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지금은 햇볕이 깡패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제행무상은 불교 교리이자 고사성어입니다.

우주의 모든 사물과 현상은 늘 돌고 변한다는 간단한 말.

 

짧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며 잘 써먹는 18번이고요.

우리가 깃대봉이라 부르는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매양 펄펄 휘날리던 성조기는 사라지고 깃대만 외롭습니다.

이란에 꼽으려고 성조기를 차출한 걸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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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그저 산만 오릅니다.

세상은 언제나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언제나 산은 조용하니까요.

 

이란도 우크라이나 전쟁도 제행무상 속에 진행 중입니다.

그런 생각 속에 끙끙 오르고 있는데 윤형석회원이 묻습니다.

 

빡센 산의 대명사 아이언피크를 엊그제 오른 건각인데도 삶에 의문이 있는 모양.

유신론 무신론 유튜브 검색을 하니, 알고리즘 때문인지 그런 게 집중적으로 뜬다는 말.

 

이름을 하나 알려 주고 그걸 기억하는지 몇 번 확인 사살했습니다.

에피쿠로스, 에짜 성을 가진 다섯자 이름 에/피/쿠/로/스.

 

에씨는 죽음 뒤의 세상을 ‘구라’라고 했어요.

그게 제행무상이지요.

 

문득, 모든 성인은 깨달음에서 서로 상통한다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낡은 등산화 아래의 행복.

 

그러므로, 그래서, 그리하야, 그렇기에 우리 뚜벅이가 제일 행복하다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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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바구를 윤형석 회원에게 전달하려, 힘들어 죽겠는데도 끊임없이 아블라.

 

“소원 말하라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술통에 살던 디오게네스가 뭐라 한지 알아?”

닮은 꼴 철학자 에피쿠로스와 디오게네스를 연결 시키려 낸 퀴즈.

 

씩~ 웃으며 윤형석이 한 말,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조금만 옆으로 비켜주시오.”

 

어어? 이렇게 정답이 나오면, 내 작전이 안 들어 맞는데...

문득 ‘어당팔’이라는 별명이 떠 올랐습니다.

 

윤형석은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귀를 즐겁게 하려 말을 시켰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윤형석이 바로 ‘어당팔’이었습니다.

 

어름 한 척 하지만 사실은 당수 8단, 숨은 고수 그걸 어당팔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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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약을 팔다 보니 어느새 정상 능선.

스모그 낀 다운타운 건너에는 태평양이 빛나고 있습니다.

 

어당팔 덕분에 쉽게 올라왔습니다.

루켄스 정상의 제프리 소나무 그늘.

 

그곳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 처음 온 김영수님 배낭이 또 하나의 어당팔이었습니다.

 

움직이는 푸드코너처럼 먹을 게 끊임없이 나왔으니까요.

찐 계란이 한 보따리 나오자 강희남 회원께서 묻습니다.

 

“혹시 집에서 양계장 하십니까?”

그 많은 먹을거리가 담긴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닐텐데 거뜬하게 정상.

 

한미 박회장 부인은 그 푸드코너 먹거리 중에 ‘땅콩’에 꽂혔습니다.

땅콩을 뽁는 것만 알았는데 삶고 에어프라이에 넣고 간을 맞추고...

 

슬며시 한 개를 오도독 얻어 먹으며 퍼뜩 든 정신.

“땅콩은 힘이 세다”

 

대한항공 회항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땅콩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5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있었어요.

 

주인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 땅콩 사건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습니다.

궁금하면 검색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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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끝낸 후 하산은 헤인즈 캐니언 로드, 소방도로로 하기로 했습니다.

빡센 코스고 익숙하지 않은 곳이지요.

 

강희남 회원은 처음 가보는 코스라고 합니다.

헤인즈 캐니언 로드를 따라 룰루랄리 7마일쯤 내려왔습니다.

 

물론 기분 좋을 때 자동으로 나오는 휘파람을 휘휘 거리면서요.

다시 우리는 림 오브 더 밸리 트레일(Rim-of-the-Valley Trail)로 접어들었습니다.

 

이게 엄청 빡세다는 예전 경험이 있습니다.

눈 아래 가뭇하게 보이는 계곡까지 내려서야 하거든요.

 

이렇게 원을 그리며 했던 오늘 산행은 쉽지 않은 중급 코스가 분명합니다.

계곡에 내려서 헷갈리는 트레일 찾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잘 걷습니다.

누군가 그게 모두 땅콩 덕이라고 덕담합니다.

 

과연 땅콩은 힘이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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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마일 구간은 여러 비공식 트레일이 섞여 있어 혼란스러웠어요.

에피쿠로스 썰을 이끌어 낸 윤형석과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이 길이 맞다고 생고집을 부리면 땅콩의 힘으로 다시 정상을 올라야 했어요.

하지만 눈치가 어당팔인 우리는 즉시 돌아섰습니다.

 

하산을 마치고 단골 라운드 피자집에 모였습니다.

땅콩의 힘을 끝까지 보여 주신 놀라운 체력의 김영수님은 불참했습니다.

 

누군가 ‘양계장 돌봐야 하기 때문’에 불참했을 거라고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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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있었던 우중 산제.

적극 참여해 준 한미산악회가 고마웠다며 강의남 회원께서 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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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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