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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보리밭」

2006.05.08 02:39

김동찬 조회 수:554

** 아래 글은 미주 한겨레신문에 작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김동찬의 시 이야기'란 꼭지로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매일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문학 비평이 아니고 일반인에게 시를 가까이 하게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던 꼭지였습니다. 마침 시기가 작년 이맘 때쯤이라 그 때 연재했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제 딴에는 바쁜 이민 생활 중에 마음을 쉬어가시라고 올리는데 혹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즉각 중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썼던 글이라 시사성이 있는 내용은 현실과 맞지 않기도 할 것입니다. 이 점 양해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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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박화목 (1923 -    ) 「보리밭」전문

신문에 보리밭길 관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눈에 띠었다.
고향에는 앝으막한 야산으로 이어지는 밭들이 있었고 봄이면 보리가 파랗게 돋아났
다. 그 보리가 자라면 채 익기도 전에 모가지를 따다가 구워먹던 생각이 난다. 문둥이들
이 어린아이를 보리밭에서 잡아먹는다고 하는 슬픈 얘기도 알고보면 문둥이들이 숨어서
보리를 구워먹곤 하던 것이 와전되었으리라. 보리만 바람에 스산하게 넘실거리는 그 한
갓진 보리밭 사이에 숨어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배고픔도, 사랑도,
추억도 다 품에 안고 저무는 저녁처럼 사라져가는 보리밭. 돌아보면 저녁놀 빈하늘만 눈
에 차는 보리밭에 마음은 신문의 관광객이 되어 걷다 멈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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