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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好喪」

2006.06.01 23:05

김동찬 조회 수:428

빈대를 잡으려다 진짜로 초가를 태운 사람이 뒷집에 산다. 두고두고 동네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그 사람이 봄날 죽었다. 상여 나가기 전날 밤 술 마시고 윷 놓던 사람들 눈물 
대신 웃음 참느라고 죽을 지경이다.

     이창수 (1970  -   ) 「好喪」전문 

 복받은 사람임에 틀림 없다. 비명횡사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고향 사람들의 전송
을 받으며 꽃피는 봄날에 떠나는 것이다. 고인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를 태운 적도 있
어서 상여 나가기 전날 밤까지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눈물 대신 웃음을 선사한
다.  술마시고 윷을 놀면서 밤을 보내는 조객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전구알이 
못 미치는 뒷뜰의 한 구석에는 봄꽃이 지고 있다.
빈대보다 못한 것을 잡기 위해 자신과 이웃을 죽이고 눈물과 증오만 가득 주고 떠나
가는 사람들에 비해 고인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얼마나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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