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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허공 가지에서 지고
슬픔은 땅속 뿌리로 맺혔느니
여름날 자주색 감자를 캐면서
뿌리에 맺힌 자주색 슬픔을 본다
로에게 답장을 쓸 것인가에 대해
여름 내내 생각했다, 그 사이
자주색 감자꽃은 피었다 지고
자주색 감자는 굵어졌다
감자를 캐느라 종일 웅크린
늑간이 아프다, 웅크린 채 누군가를
기다렸던 나도 한 알의 아픈 감자였다
사람의 사랑도 자주색 감자 같아
누가 나의 뿌리를 쑥 뽑아 올리면
크고 작은 슬픔 자주색 감자알로
송알송알 맺혀 있을 것 같으니 

       정일근 (1958 -   ) 「자주색 감자를 캐면서」 전문

이 시를 읽다보니 늑간이 아프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픔마저 내 몸의 일부인 양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림이 클수록, 웅크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감자는 알이 굵어지고 송알송알 맺힐 것이다. 사람들은 그 슬픔의 열매를 제 살 잘라먹듯 캐먹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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