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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진규 (1939 -   ) 「연필로 쓰기」 전문

나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면 늘 연필을 깎아서 필통 속에 가지런히 넣어주셨다. 헌 종이 위에 문질러서 연필심의 끝이 너무 날카롭지 않게 만드는 일도 잊지 않으셨다. 아버지도 내 생애가 잘 씌어지길 바라고 또 잘못 씌어진 부분이 있으면 지우개로 잘 지워갈 수 있게 되길 바라셨을까. 무엇보다 향그런 영혼의 냄새를 지니길 바라셨을 게다. 컴퓨터로 이 글을 치면서 너무 쉽게 쓰고 너무 쉽게 지워지는 내 삶, 향기 없는 내 생애를 떠올리니 서글퍼진다.
  • 중산 2006.06.17 07:07
    내일은 아버지날, 그리고 아버지들이 좋아하는 축구 시합이 있는 날이네요.
    모든 아버지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빌며. Happy Father's Day!! 아자아자!!

    지난 주말 시원한 참치와 콩국수를 준비해주신 정철교 선배님 내외분, 그리고 골프대회와 그 후의 회식까지 베풀어주신 한영세 님 내외분, 그리고 생업도 밀쳐두고 모임을 위해 뒤에서 헌신하시는 집행부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밖에도 모든 회원님들이 서로 많이 베풀려고 경쟁하시는, 향기로운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그런 분들과 자주는 못하지만 가끔씩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게 대단한 행운이라고 여깁니다.
  • 필립 2006.06.17 07:11
    정진규님의 글에서 감명받고...
    김동찬님의 글에서 상처받습니다.
    컴퓨터로 댓글쓰는 지금...이구~~
    앞으론 댓글을 연필로 써설랑은...팩스로 보내야될까 봅니다.
  • 이진아 2006.06.18 07:48
    두분 모두 다 향기가 느껴지는 분들입니다.
    Father's Day 아침 맘에 촉촉해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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