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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윌슨 마운틴이 그런 산이더냐?

2006.06.27 00:41

나마스테 조회 수:565

고백하거니 와, 어제는 참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한국 조그만 산행에 적응 된 몸이, 예전의 미국 산에 어울리는 깡다구로 되 돌리기는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 따로, 몸 따로였지요.

엘에이에서도 보이는 안테나 많은 산이 윌슨이고, 전엔 그 산 반대쪽에서 쉽게 오른 경험이 있었기에 룰루랄라였습니다.
오랫 만에 악우들 얼굴도 보고 건강한 땀을 흘린 후, 하산시 당번이 챙겨온 씨원한 맥주 한잔에 행복해 해야지... 뭐 이런 감정으로 가비얍게 산행을 시작했지요.

한참 오르며, 이거...아닌데... 7년 전 이민 초기에 멋 모르고 따라 나섰다 씨겁을 한 파이루봉(피루봉) 생각이 났습니다.
마지막까지 명준형님과 정현형님 곁에서 버텼습니다만, 하산한 후 2틀 동안 소변이 나오지 않았더랬습니다.
나무가 뭐야, 꼬딱지만 풀 그늘 하나 없는 사막의 산이었는데 어제 산은 다음의 이유에서 그 보다 나빳습니다.

겉 보기에 녹음 짙은 산이기에 땡 볕은, 계산에 넣지 않은 복병이었습니다.
오랫 만에 한국 떡뽁기 피 좀 맛 보자, 앵앵 거리는 공습 경보와 함께 달려드는 모기와 파리가 그 두 번째였지요.
계곡 아래로 제법 소리 내어 흐르는 물소리는, 진짜 독사 약올리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론 울고 겉으로는 웃는 저를 질리게 만든 마지막 지뢰가 있었습니다.
구름 한 점없는 하늘에서 내리 꼽히는 광포한 땡 볕에 미이라가 되어 가는 제 곁을 추월하는 악우들이었습니다.
여자 분들을 포함해서요.

소금이 배어 나 온 팔목에 슬그머니 입을 대 보니 짜더군요.
짠 맛에 물 안 먹는 사람 있습니까?
하여 분유통 젖꼭지 달고 사는 아가 맹쿠로 물 병은 저의 젖병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서도 생각했습니다.
두 통 챙긴, 물 떨어지면 빠꾸다!
물 없이 이 염천 하 산행을 한다는 건, 남이 욕할 거다.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도 물이 없어야 되고, 그려려면 마셔야 된다.
요런 삭수 없는 핑계 거리를 만들어 드뎌 두 통을 빈 통으로 만들었는데 아고고!
그런데 이 뜨거운 산이 물 떨어 질만 하면, 석간수 흐르는 계곡이 나타나는 겁니다. 두 군데나.

예전에 고생한 산은, 아예 사막 속 산이니 그럴 수도 있는 거라는 상상을 할 수는 있지만, 요 놈의 산은 퇴로도 차단한 채 마음 속에서 지들끼리 전쟁을 하게 하는 겁니다.

지옥 다음에 맞는 천국이 진정 고맙듯, 딱- 하나 기대 대로 된 게 있으니 바로 하산주였습니다.
누군가 건네 주는 겉 표면에 얼음이 붙어 있는 깡통 맥주.

미국 산은 참 다양합니다.
입 맛 대로 찾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것! 이거, 산 좋아 하는 우리에겐 축복입니다.
에제 고생한 거, 점차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으니, 내일 쯤 다시 산이 그리워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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