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수」
2006.07.12 00:15
한 사흘 콩밥을 씹다 보면 깨우치리라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순 무식쟁이든
모르는 것 빼놓고 다 아시는 도사든
둘러보아 사방 네 벽 감방에서
갖고 놀 만한 것이라고는 네 자지밖에 없다는 것을
김남주 (1946 - 1994) 「독거수」 전문
두 번에 걸쳐 근 십년간을 감방에서 보냈던 투사적 삶이, 김남주 시인의 시에도 느껴져 그의 시를 읽다보면 사뭇 비장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혼자서 실성한 사람처럼 마구 웃었던 적이 있다. 목사님이 거룩한 설교를 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농담을 던질 때 더 웃게 되는 것과 같이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 번 웃고 지나가기에는 이 시가 너무 많은 것을 던져준다. 그가 사방이 벽인 감방에서 외로움을 겪으며 얻었던 것은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독재와 체제에 대한 투지보다는 오히려 깊은 허무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독재자나 그에 맞서는 자신이나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때 얻은 마음의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그리 빨리 세상을 등진 것은 아니었을까.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순 무식쟁이든
모르는 것 빼놓고 다 아시는 도사든
둘러보아 사방 네 벽 감방에서
갖고 놀 만한 것이라고는 네 자지밖에 없다는 것을
김남주 (1946 - 1994) 「독거수」 전문
두 번에 걸쳐 근 십년간을 감방에서 보냈던 투사적 삶이, 김남주 시인의 시에도 느껴져 그의 시를 읽다보면 사뭇 비장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혼자서 실성한 사람처럼 마구 웃었던 적이 있다. 목사님이 거룩한 설교를 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농담을 던질 때 더 웃게 되는 것과 같이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 번 웃고 지나가기에는 이 시가 너무 많은 것을 던져준다. 그가 사방이 벽인 감방에서 외로움을 겪으며 얻었던 것은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독재와 체제에 대한 투지보다는 오히려 깊은 허무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독재자나 그에 맞서는 자신이나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때 얻은 마음의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그리 빨리 세상을 등진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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