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전선 이상있따
2006.07.27 20:38


정말 지겹게, 무작스럽게, 함부로, 마구, 엄청스레 비가 내리고 있다.
호우 주의보가 끊이질 안는다.
민디 때문이 아닌가 해서 술 자리가 있을 때 몇 번 불러 내어 기우제를 지냈는데도 약발이 없다.
한강이, 지가 무슨 바다라고 엄청 넓어졌다.
에효효~ 청계천도 지가 무슨 한강이라고 강 흉내를 내고 있다.
각설하고, 예전에 이 지겨운 비에 대한 단상을 올린 적이 있다. 문득 그 생각이 나서 다시 전재한다.
비에 대한 생각.
빗소리는 포근하다. 빗소리는 사람 마음을 갈아 앉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어릴 적 자장가 같은 빗소리가 귓볼을 어루만지면 이내 깊은 잠이 들었다. 오줌이 마려워 늦은 밤 깨면 그때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대청에 나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 물을 향해 나는 오줌발을 세웠다.
오늘도 비님이 오신다. 앞으로 몇 날 며칠 더 쏟아져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올해는 과연 장마철답다. 이 땅 온갖 가난한 생명들이 이 빗물에 싱싱하게 살아날 것이다. 초록 숲은 이 비를 마시고, 머금고 더 청정해졌다. 이렇게 여름 장마는 자신의 할 도리를 다 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다.
역시 오늘도 비는 계속 내린다. 비는 세상 모든 것들에게 공평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젖는다. 젖으면 우리들 마음도 함께 젖는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알수 없는 외로움에 진저리를 친다. 그러나 그 고독은 감미롭다. 문득 그대가 보고 싶다.
몇 일째 비는 계속 되고 있다. 엘피판을 찾아 걸었다. 감미로운 허스키가 방안을 감돈다. 빗소리는 나의 마음 나의 고독/ 길 잃은 나그네의 조용한 흐느낌... 배호 노래다. 요즘 같이 비가 오는 날 잘 어울리는 노래다. 장마에 접어든 요즈음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만 그저 바라 볼 뿐이다.
그칠 생각이 전혀없는 비를 보며 비에 관련 된 노래들을 떠올렸다. 1 비 - 김세 환. 2 소낙비 - 이연실. 3. 비의 나그네 - 송창식. 4. 내리는 비야 - 방의경. 5. 어제 내린 비 - 윤형주. 6. 비야 비야 - 허림. 비와 나 - 송창식. 이게 내 한계다. 의외로 적다. 하긴 적은 게 아니라 내 머리가 그쯤이겠지만.
오늘도 비는 내린다. 문득 소쇄원瀟灑園생각이 난다. 그곳을 만든 양산보梁山甫는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소쇄’는 빗소리 소’또는‘물 맑고 깊을 소'다. 쇄는 뭔가. '물 뿌릴 쇄’또는‘깨끗할 쇄’라는 뜻과 음을 갖는다. 광풍각 마루에 앉아 앞에 흐르는 개울을 본적이 있다. 빗소리인지 물소리인지 참 좋았다는 생각.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다. 비에 대한 평가나 표현도 사람 얼굴 따라 각색이다. 이렇게 여름에 오는 비를 누이동생 같다고 했다. 아름답고 따뜻한 비가 귀엽게 뛰고 귀엽게 달아난다고 묘사했다. 렐벨그라는 시인 말이다. 김진섭 시인은 비란 하나의 커다란 위안이며 신뢰할 만한 벗이라고도 했다.
계속 되는 비에 조금 지쳐간다. 그런 마음을 다스리는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실린 윤선도의 시조가 생각난다. "비 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먹여라/ 마이 매양이라 장기 연장 다스려라/ 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 긴 밭 갈아라" 옳은 말이다. 비 올 때는 그저 들어앉아 쉬는 것이 맞다.
참 와도 너무 많이 온다. 할 일없어 윤선도 싯귀를 풀어봤다. 비 오는데 들일 나갈 것 있느냐.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사립을 닫고 소나 잘 먹여라. 장마가 늘 지겠느냐.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그저 집에서 쟁기 같은 연장이나 잘 손질해 두어라. 쉬다가 개는 날을 보아서 이랑 긴 밭을 갈려무나. 맞는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여니 빗발이 거세다. 장마 비에 초조할 이유가 없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뮤지컬 영화를 기억해 낸다. 비 오는 장면은 이미 여러 영화에 패러디되었을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데, 이 때 흐르는 Singin In The Rain’은 따라 부르기 쉬워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명곡이다.
인내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오는 비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비에서 탈출 할 수는 없을까? 쇼생크 탈출 같은 느낌이다.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20년간 준비한 탈출에 성공하여 하늘에서 퍼붓는 비를 맞는 장면은 자유에 대한 갈증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옘병. 하늘이 빵꾸가 났나. 뭐가 이렇게 지루하게 오냐?. 비가 뭐가 대단한 것이라고. 비는 물일뿐이다. 사방에 지천인 물일뿐이데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물이고 내 오줌도 물이다. 빨리 날이 개어야 해변의 물을 찾아가지. 비 그칠 때를 대비해 사 놓은 텐트며 장비가 아깝다.
아침에도 그치지 않는 하늘을 보며 눈물이 났다. 눈물도 물이다. 과일 값이 엄청 올랐다. 태양의 따가운 볕이 그립다. 그 빛은 과일에게 필수고 내 해수욕 장비에도 필수다. 우산 셋이 나란히 좋아하네. 모자란 놈들. 그런데도 비는 모른 척 한다. 온 방안이 습기가 차 냄새가 쾨쾨하다. 보일러를 넣어야겠다.
이러다 올 여름은 빗속에 끝나는 것은 아닐까?. 올해만 유독 쏟아져 내리는 장마 비에 저주를 퍼부었다. 어랏! 문득 달력을 보니 내일이 처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말이다. 서둘러 해수욕 장비를 반환해야겠다. 여름 끝났다. 옘병, 이젠 비가 오지 않는 엘에이로 가야 할 이유를 찾았다. 나쁜 비.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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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2006.07.28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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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2006.07.28 03:25
장마비에 그져 툇마루쯤에서 비스듬히 누워
이것 저것 모듬으로 생각하신것일테인데..
저도 옆자리에 함께 누워 비에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느낌입니다.
형과함께 툇마루에서 막걸리 거하게 한잔하고
처마로 흐르는 빗줄기를 향해 아랫배 불쑥 내밀고
두줄기?.... 시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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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진
2006.07.28 14:18
하늘이 불공평 하신지 LA에는 20여년만에 최고의 더위랍니다.
LA에 아직 서툰 사람이 LA는 시원한 곳이라고 몇번 뇌까렸더니
참 더위의 매운 맛을 보고 있습니다. 적당히 내리는, 우산 쓰고
둘이서 아니면 혼자라도 거닐만한 우리가 즐기던 그런 비가
매우 그리운 지경입니다.
지난 일요일의 San Jacinto는 참으로 시원했습니다.
속세에서는 109도F 였는데 정상에서는 70도F 로
그 서늘함에 속세로 내려 오기가 못내 싫었습니다.
18분 참석 회원님 전원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나번 큰 배낭을 처남에게 전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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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2006.07.28 19:02
태미님. 울지 마시오! 눈물도 물이란 말 입니다. 증말 지겹게 퍼 붇는 지맘대로 장마 비에, 집 떠내려 간 사람들 심정을 헤아려 본인의 가심도 홍수가 났소이다. 그러므로 물을 아끼시지요^^
필산. 막걸리도 물이란 말이얏! 물 이바구는 제발 쫌~ 금방까지도 시간당 30미리가 넘는 그 넘의 물 바가지가 퍼 부었어. 띠빠띠빠 호우 경보도 자주 발령하니깐 약효도 떨어 지고. 두 주ㅡㄹ기는 좋타~!^^
총무. 시방 독사 약 올리는 겨? 우산 쓰고 매운 장마를 견뎌라? 태양이 워떻게 생긴 건지, 네모나게 생긴 건지 세모꼴로 생긴 건지 잊어 버렸어. 차라리 윌슨 마운틴 폭염이 천국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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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빗줄기를 이곳으로 좀 돌릴수는 없을까요?
여름내내 비 한방울 보기 힘든 이곳에 있으니,
저같이 무조건 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쏟아지는 비가 그리워 집니다.
비 한번 실컷 맞아보았으면......
지난번 출판 기념회때 직접 싸인해서 저희에게 주신
"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 책 감명깊게 읽었읍니다.
그 책을 읽으며 받은 감동. 그리고 몇번 흘린 눈물,
기다리는 빗줄기로 대신하겠읍니다.
또 하나의 좋은 작품 기대해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