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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공양간의 비밀

2008.12.02 00:57

민디 조회 수:667

 


          미물이 땅끝으로 간 까닭은?



  오늘도 목탁 알람은 단호하게 울린다. 깨어야 했다. 귀를 막는다고 안 들리는게 아니다. 아그(?)스님은 잠도 없으신가 보다. 유난히 내 방 앞에서 크게 치시는 것 같음이, 질기게도 안 일어나는 나를 사전에 간파 하신 것일까?

  목탁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졌다. 방을 여니 밖은 아직 칠흑이다. 밤 새 대지를 비추느라 잠 못 이룬 별들이 졸린 눈을 껌벅거린다. 아니 내 눈이 껌벅거리나? 그렇다고 다시 누울 수는 없다. 이차로 확인 잠 깨우기, 아침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스물여덟 번 울린다. 비로소 하루가 시작 될 터이다. 예불을 마치면 나는 잰 걸음으로 공양 간으로 가야 한다.


  운명적으로 다가 온 달마산 미황사의 아름다운 자태 그 것이 문제 였다.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참 사람의 향기’ 라. 거기가면 참 사람들 냄새라도 맡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하루하루 일정을 보니 도저히 그 모든 것을 수행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단어 ‘적당히’또는 ‘눈치 봐 가면서’를 실천하기에 자원봉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것을 수행하자. 내가 부엌에서 삼십년 이상 가족을 위해서 근무를 했으니 음식 다루는 곳에서는 할일이 있을 거야.

 나는 기실 얄팍한 마음을 가지고 절에 왔다. 본능적으로 머리회전이 빨리되는 편이다. 평소에 진중하지 못한 나의 성정을 알기에 모든 프로그램을 다 해내지 못 할 나를 진즉에 알았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공양 간에 있었다. 공양주 보살의 손 끝 만 보고 있어도 깊숙이 숨어 있던 나쁜 것들이 도망갈 것 같았다.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채소들이 요술 같이 요리가 되어 나왔다. 신선한 먹을거리들이 별다른 양념 없이 부침개가 되고, 나물이 되고, 국이 되였고, 심지어는 젓갈이 하나도 안 들어 간 김치가 유산균 냄새를 풍풍 풍겼다. 그리고 다양한 죽의 종류는 거의 나를 매료 시키고도 남는 값진 정보였다. 쌀의 얼굴이 똘망똘망 아름답게 살아있어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졌다.


  인생은 반전의 묘미가 있어서 살 만한 것이다. 내가 일 하러 간 공양간은 봉사의 장이 아니고 돈 주고도 못 배우는 신기로운 배움의 터였다. 나는 익숙하지 못한 곳에서의 고단함도 잊은 채 열심히 배우고자 했다. 그런 내가 약간 기특해 보였는지 공양주 보살님은 무한한 자비로 여러 가지 차근차근 말씀해 주셨다.


  단지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비밀 결사대에 암호 마냥 ‘보살님 얼굴이 너무 맑아졌어요. 예뻐졌어요.'라고 속삭인다. 나는 묵언 수행 중이었기에 염화시중의 미소만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목에서‘사기야. 묵언이라 고라’라고 반박 하실 분 들은 반박 기사를 써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런 암호들은 ‘이 뭣고’를 생각게 했다. 내가 무엇을 몰래 많이 먹었기에 피부가 그렇게 좋아졌을까, 이렇게 자꾸 예뻐지면 종내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참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화두였다.





동이 터 내 눈에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참선을 열심히 하고 있을 수행자들의 가지런히 벗어 놓은 털신들, 새로운 집을 짓고 계시는 목수 아저씨들, 밤을 밝히시며 안전을 책임지시는 처사님들, 아침 저녁 종을 치시며 우리의 영혼을 깨워주시는 분 , 사찰체험을 하러 오시는 분들 , 스님의 청아한 염불소리 등 모든 것이 아름답다. 마음에 아름다운 것이 가득차 있는 데 어찌 내 얼굴이 맑아지지 않겠는가.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쉬움에 푹 젖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커다란 선물을 받고 돌아왔다. 다리에 힘이 빠져 헛디뎌 넘어질 때, 가서 기댈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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