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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詩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 회원 2006.08.12 06:58
    와우..
    참 아름답습니다.
    나도 욕심 다 벗어버리고 흐르는 저 물속으로 함께 흐르고 싶습니다.
  • 산친구 2006.08.16 08:15
    마치 휴식처인양 몇번이고 이곳에 들러 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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