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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세월아 네월아」

2006.09.08 16:35

김동찬 조회 수:598

세월아 네월아 시정의 아픈 사내가 시정의 아픈 여자를 데리고 여자는 아가를 누런 아가를 데리고 하염없이 염 없이 고구마를 튀겨 파는데

섬섬 바리시고 네여 도 닦듯 하염없이 튀김 기름 끓는 열반 속에 환한 수련 열 듯 고구마는 솟아오르고
누런 아가는 양털 보풀 이는 싸묵눈길을 간다네 마징가나 은하철도 기름 열반 속 고구마 꽃잎에 뚝뚝 떨어지는 기름처럼 눈발은 잠 속을 녹아

세월아 네월아 하염없이 염 없이 네 가면 병 낫더냐 나을 병 없이도 아픈 시정들이
꺼먹꺼먹 튀겨내는 세월 네월아
아마 너라고 기름 열반을 바랐겠냐마는........

      허수경 (1964 -   ) 「세월아 네월아」 전문

타령조의 반복되는 리듬이 한편 불경을 외는 소리처럼 들린다. 고구마를 집어넣었을 때 기름이 솟구치는 모습을 기름 열반 속에 연꽃이 피어난다고 묘사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열반을 원하지 않았지만 끓는 기름 속에 놓여진 고구마는 병든 튀김장사 부부의 막막한 현실이기도 하다. 종국에 “나을 병 없이도 아픈 시정들”에 이르러서는, 기름열반에 끓고 있는 것이 고구마와 튀김장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이란 사실을 느끼게 된다.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한평생을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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