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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천양희 (1942 - ) 「단추를 채우면서」전문

  이 시는 첫단추를 잘못 끼면 모든 단추가 잘못 끼어진다는 낡은 격언을 상기시킨다. 산다는 건 단추의 구멍찾기처럼 쉬어보이나 자칫 잘못 첫단추를 채우고 나면 남은 인생이 엉망이 된다. 단추를 채우는 사소한 일상이 인생이 걸린 문제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천양희 시인은 이처럼 누구나 다 아는 말이나 이야기, 그래서 시에서는 죽은 은유라고 거들떠보지 않는 것들을 시 속으로 곧잘 가져온다. 낡고 진부한 단어들, 너무나 흔한 이름들,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물건들이 그녀가 조금 닦고 손질해서 시 속에 올려 놓으면 금방 생기를 얻어 살아 움직이곤 한다.
  • 2006.09.15 10:26
    김형! 우리들 인생이 누구나 쉽지는 않은것 같읍니다, 착찹 하면서도 한편 으로는 차분해 집니다.
    잘 읽고 갑니다.
  • 필립 2006.09.15 13:12
    옷 단추는 몇개 끼워보면 알수있어 다시 채울수 있으나
    인생의 단추는 끝까지 모두 채워보아야 알수 있을것 같다.
    아니 그러고도 끝내 모를수도 있을것 같다.
    보라...제법된 인생을 살고도 이런 현문우답을 하지 않는가?
  • 2006.09.15 17:17
    필립형의 속깊은 철학에 가끔은 깜짝 놀랩니다, 두분 모두 잘 계시지요!
  • 나마스테 2006.09.16 23:46
    예전에 바지에 단추가 있었는데 잘 끼워 지지 않아 자크로 바꾸었는데 이번엔 자크에 무엇이 그리 잘 끼는지.
    중산의 좋은 시평 참 좋은 양식이야.
    한 십년 연재 하려면 얼마나 시집을 읽어야 할꼬?
    그나저나 완장 단추 팔에 채 운 민디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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