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더냐?
2007.04.22 16:03

“산에는 꽃이 피었더냐?”
“이미 꽃이 지고 있나이다.”
“그렇구나. 벌써 꽃이 지고 있단 말이지?”
“예~으이~”
묻는 나마스테나 대답하는 졸따구나 장난은 틀림없는데 내용은 사뭇 비장하다.
“올 봄은 햇볕이 좋고 기온 상승 덕분인지 꽃 색깔이 참으로 이뻤더랬습니다요. 노란 꽃 빨간 꽃, 하양 꽃 연분홍 꽃, 무덤무덤 벗고 피는 산 벚꽃. 그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그런 산을 그린다는 듯 그윽한 눈길을 들어 나마스테는 아련한 표정이 된다.
그러나 보이는 건 벽뿐이다.
컴퓨터 모니터 넘어 벽엔 독사 약 올리는 그림이 한 점 걸려있다. 티베트 쪽에서 본 에베레스트 정상이다.
이번 달 네팔 출장 같을 때(놀러 간 것이 아님!), 선물 받은 네팔 화가의 유화다.
그러나 그 비정한 산에 꽃이 있을 리 없다.
꽃이 없는 산은 죽은 산이요 희망이 없는 절망의 산일 뿐.
잠시 몽롱한 눈길로 면벽을 하던 나마스테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쫄다구를 부른다.
“이리 오너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대구리를 가까이 하여라.”
무신 긴한 말이라도 하려는 나마스테의 폼에, 쫄따구가 머리를 숙인 채 가까이 왔다.
“딱~!”
꿀밤을 세게 맞은 쫄따구가 눈이 자동으로 왕방울만큼 커졌다.
“꽃 귀경 싫컨 했으믄 이젠 셋트로 별귀경도 하여라. 나는 산에 꽃이 피는지 지는지 모른 채 이 골방에서 누렇게 살아왔다. 오늘 일요일 임에도 이렇게 살고 있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꽃 이바구는 왜 하여 속을 뒤집느냐. 그런데... 눈앞에 별이 반짝이느냐?”
“에고고. 저별은 행님 별, 조 별은 나으별... 대낮인데도 별이 많이 떠 있군요. 그나저나 행님 꿀밤이 예전처럼 내공이 없는 걸 보면 행님도 맛이 가는 세월으로 보이나이다.”
저 놈의 조동이와 붙어 한번도 이겨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마스테는 필살의 비밀 무기이자 비장의 초식을 펼쳤다.
“내 이미 진 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꽃이 진들 바람을 탓하랴~ 그러나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요, 일 년의 시작은 봄인데 그걸 놓친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 자연주의자인 이 행님이 이미 꽃 사라진 조선 산을 가서 무엇 하랴.”
“무신 말씀이온지...”
“꽃 찾아 삼만리, 다음 주 미국에 간다는 말이다. 이놈아.”
꿀밤에도 끄떡하지 않던 쫄다구가 이번엔 약이 오른 듯 누깔이 가자미 눈이 되더라.
뱀 꼬랑지 말. 이번 29일 산행에는 그리운 얼굴 모두 뵙겠군요. 퀴즈 맞춘 민디님 선물 기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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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꽃구경 못하시고 노랗게 되어 오신다니,
저희들이 산에핀 꽃구경 맘껏 하게 해드리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