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발디봉 산행
2022.03.21 14:53
풍경 1
1월 2일 새해 첫 산행은 산악회 관례처럼 Mt발디를 올랐다.
눈 풍년을 이룬 백색의 설산 Mt발디에서의 그야말로 눈부신 산행.
오늘은 3월 20일, 9명의 회원이 정기산행으로 찾은 발디였다.
첫 산행으로부터 108일 만에 다시 만난 것.




자연에서 3개월은 긴 시간이 맞다.
봄을 맞은 트레일 헤드는 온통 싱그러운 초록이다.
그런데 그 많은 눈은 어디로 갔을까.
샌안토니오 폭포소리가 세차다.
눈이 녹은 물이 골골 모여 떼 창하는 우렁찬 하모니.




정상근처엔 차마 떠나기 싫어 버티고 있는 잔설이 보인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봄.
가난했던 시절 아이들 얼굴에 핀 하얀 버짐처럼 군데군데 남은 잔설.
누가 막거나 손사래를 쳐도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간다.




풍경 2
골수 선배 산악인의 장례식이 오늘 있었다.
아픈 기억.
함께 산에서 땀을 나누던 우리회원을 보낸 후 1달쯤 흘렀을 것이다.

정기산행으로 Mt 배든 파월을 오른 후 하산을 즐겁게 재촉하던 길.
형수와 함께 올라오고 있던 선배를 외길 등산로에서 만났다.
아아... 형님, 이제 정상은 코앞이네요.
건강한 모습 볼 수 있어 너무 반갑습니다.
꼭 정상 찍으세요.





반가운 인사가 아니었다.
그 선배는 몸이 아픈 상황이며 예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평생 산을 오른 선배를 산에서 만난 산후배는 대체 무슨 말을 건넬까?
야... 이게 내 생에서 마지막 산행이 될 거 같아.
곁에 있던 산악회 동료들도 그때 그 선배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게 그 선배의 마지막 산행이었을 것이다.





오늘이 장례라는 부고를 받았다.
Mt 발디를 오른 후 간단한 뒤풀이를 끝내고 회원들과 장례식장을 찾았다.
많은 산악인들이 모였고, 영상 속 그 선배는 속없이 웃고 있었다.
풍경 3
우리 산악회는 세상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의 교집합이다.
매 주 한 번씩 원족 같은 산행을 하며 세상 살 만하다고 믿는 사람들.
누구 대단한 사람들 있어 매 주 우리처럼 소풍 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오늘 발디 계곡의 물소리는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눈물(雪水)인가, 눈물(目水)인가.
햇볕에 야위어가면서도 차마 떠나기 싫어 녹아내린 시간의 눈물.
떠 날 때를 알고 요란하게 산을 내려서며 겨울이 되면 설국으로 다시 만날 거라는 눈물.
아마, 두 가지 다였을 것이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건 아름다운 일.
단풍이, 낙엽이, 떠나지 않고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면, 이 봄 새싹은 어떻게 필까.
하여 아름다웠던 설국 Mt 발디의 변신은 아주 자연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했던 눈물은 두 가지뿐이 아니었다.
오늘도 오를 수 있어 범사에 감사하는 눈물까지 세 가지가 되어야하지 않을지.



오미크론으로 세상이 시끄러워도, 스키크론으로 이긴다며 유럽을 휩쓴 회원.
거기도 봄인데 별 수 있나 雪이 水이 되니까 산악회로 복귀.
배신한 산 ‘배산’이라 호를 하나 선사했지만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오랜 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태미김 회원이 고맙게 뒷풀이를 쏘셨습니다.



눈물 하나 더 추가.
고마워 눈물을 추가한 게 아닙니다.
공짜라고 퍼 담은 야채에 멕시코 청양고추 쎄라노(Serrano)가 범인이네요.
워찌되었던 감사드리고 눈은 이제 물이 되었으니 자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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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한인산악회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많은 위로를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재미한인산악회 모든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해주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