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3/ 22 빅혼 산행
2022.10.24 11:20
모두 12명의 인원이 참여한 빅혼Bighorn Peak봉은 가을이 깊었다.
도시는 며칠 동안 흐렸고, 산에는 귀한 비님이 오신 모양.
지난주 딸기봉도 그랬지만 이제 겨울이 시작된다는 징표로 산엔 소나기가 잦다.
즈려밟고 가라는 듯 트레일 바닥에 붉은 단풍잎이 홍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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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을 이어오며 역대 회장들이 보관해왔던 산악회 블랙박스 전달모습



혹 만나는 웅덩이에 단풍이 이쁜 주변 산들이 온전히 담겨 있다.
여름 내 힘차게 흘러내리던 계곡 물도 많이 사위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단풍은 지고, 옷을 벗은 나목은 설산에 쓸쓸할 것이다.
겨울 시즌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건 회원들 허연 입김에서 알 수 있다.





발디봉을 비롯 이 지역은 눈이 많이 내리는 산맥이다.
오늘처럼 가을꽃 단풍이 지면 이내 상고대, 설화가 찾아 올 것이다.
색이 다를 뿐 사계절을 표상하는 꽃은 언제나 산에서 만날 수 있다.
숨이 차 등산복에 허연 소금기가 비치던 여름이여 안녕.
숨이 허옇게 뿜어져 살아 있음을 웅변하는 겨울이여 어서 오라.





그렇구나!
꽃이 져야 열매가 맺는 법.
우리 눈앞 가을꽃 단풍이 져야, 내년 봄 새순이 돋을 것이다.
계절을 바꾸는 자연처럼 인생도 그렇다.
슬프면 기쁠 때도 있고, 화나면 즐거울 때도 있는 법.

콜롬바인 샘물은 오늘도 힘차게 솟아 흐르고 있다



새들에서 1마일쯤 걸어 켈리 캠프(Kelly Camp)직전의 희미한 트레일로 올랐다.
원래는 능선까지 오른 후 왼쪽으로 가서 정상에 서는 게 일반적인 등산.
그 능선에서 반대쪽이면 온타리오 봉으로 이어진다.
인적없는 가풀막 빅혼 트레일 표시는 없다.
하지만 방향 감각이 있는 한 정상을 잃을 염려는 없다.





빅혼 정상이다.
이곳에서는 탁 트인 360도 전망을 볼 수 있다.
좋다! 그저 좋다.
기대했던 발아래 구름바다 대신 솟구치는 구름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능선을 넘나든다.




아주 옛날 산노래를 배운 적이 있다.
지금은 가수들이 노래하지만 예전의 산노래는 거의 입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 시에라 산맥으로 단풍사냥을 갔다 왔다.
아무도 없는 야영장에서 오랜 만에 울대를 세웠다.



울대를 세워가며 악을 쓰듯 노래했던 산노래 제목은 ‘아득가’
아득가
아득히 솟아오른 저 산정에
구름도 못 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산은 우리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산은 우리고향 메아리소리 되어 오르네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신통하게도 ‘아득가’ 가사와 멜러디를 아직 잊지 않았다.
빅혼 정상에서 희미하고 불분명한 직선 코스를 찾아 새들로 하산 했다.
정말 오늘은 구름도 정상을 오르지 못했으나 우리는 올랐다.
그래서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올랐는가?
택도 없다!



한국을 다녀 온 이정희씨가 오늘 당번.
라운드 피자에서 즐거운 뒷풀이를 제공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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