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6 4산 산행
2023.08.07 12:46
오늘은 조촐하게 4명이 산행에 나섰습니다.
회장은 참여 식구가 적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는 거 같네요.
당연한 걱정일 겁니다.
회장 열 받으라고 슬쩍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식구가 적으니 단출해서 더 좋은데요?”
케이트 민과 크리스탈은 하루에 4개 봉우리 오르는 산행이 처음이랍니다.
100도라는 폭력적인 더위 속에 4개 봉우리를 오른다고 겁을 먹습니다.
이튼 새들Eaton Saddle에서 헛둘 헛둘 몸을 푼 후 출발했습니다. 




아침인데도 땡볕이 장난이 아닙니다.
물을 평소보다 많이 챙기긴 했습니다.
이 더위에 물 떨어진 누군가, 내 물을 달랄까 봐 은근히 걱정됩니다.
이튼 캐년Eaton Canyon 단애의 절벽이 가파릅니다.
그 뒤에 파란 하늘을 찌르며 곧추 선 삼각형 바위산이 더 가파르네요.
우리가 3번째로 올라야 할 마컴mt markham 봉입니다.






뮬러 터널Mueller Tunnel을 통과합니다.
이 터널은 이곳에 관광기차가 다닐 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차 출발지는 우리가 잘 아는 에코 마운틴이고요.
관광열차 아이디어를 내고 만든 대학교수 이름이 로우lowe입니다.
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로우 봉이 바로 그 사람이름을 딴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없어졌느냐?
떼돈을 벌다가 산불로 그만 홀라당.
에코마운틴 정상의 거대한 폐허가 그 증거입니다.
뮬러 터널 입구에 1942년에 만들었다는 마크가 선명하군요.




우리가 첫 번째로 오른 산 이름은 실망 봉Mt dsappointmant.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괴상한 산 이름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망하지 않은 이유는 정상에서 보는 전망이 매우 훌륭했거든요.
스모그에 쌓인 LA 다운타운과 멀리 씨원한 태평양까지 잘 보였습니다.
매우 이상한 산 이름 ‘실망봉’은 미국 지질 조사팀이 붙였습니다.
여기에 서 있는 산 중에서 최고봉인줄 알았는데 측량을 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샌 가브리엘 봉이 167피트가 더 높았던 거지요.
그걸 아는 순간 실망해서 붙였다는 이름이라기에 이해는 되었네요.





두 번째로 오를 산 가브리엘San Gabriel 봉을 향하여 뚜벅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산이 6,129피트이니 오늘 오를 4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그러나 실망봉에서 능선이 이어졌기에 30여분 만에 두 번째 미션을 마쳤습니다.
정상에서 보는 360° 풍경이 아주 그만 쥑여줘요~입니다.
안테나가 빼곡한 윌슨 봉우리와 푸른 산맥들.
시선이 태평양으로 빠지기 전 복작거리며 살고 있을 LA다운타운.
우리 같은 뚜벅이들이에게 풍경을 즐기라는 듯 벤치가 보입니다.
언제 물 잔뜩 지고 올라 와 이 정상에서 LA밤 풍경을 보기 원합니다.
파란 불꽃을 내뿜는 스토브에는 안주가 익어갑니다.
소주잔에 어른거리는 LA 빌딩 숲의 영롱한 야경.
물론 생각뿐이겠습니다만 상상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내려오다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가끔 산에서 만나는 한국여성 화가와 남편 변호사입니다.
유회장에게 휘트니 등정여부를 묻는 걸 보니 우리 홈페이지를 가끔 보는 모양이네요. 
세 번째 목적지 마운트 마컴mt markham 봉입니다.
솔직히 첫 번째와 두 번째 봉우리는 워밍업이었습니다.
출발할 때 본 피라미드 닮은 마컴봉은 오늘 오르기에 제일 힘든 산입니다.
더군다나 100도가 넘는 바위 릿지는 그늘 한 점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지 않는지 가시덤불이 많습니다.
힘듭니다.
덥습니다.
욕 나옵니다.
그래도 포기할 산악회가 아닙니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산행을 나는 지난 몇 주 빼먹었습니다.
시방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책(書)이라는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마감은 걸려있지, 실력은 없지, 시간은 모자라지...
교보문고에 꼽혀 있는 책에서 잘못된 단어를 고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기검열에 걸린 책을 오르는 일이, 산행보다 힘든 법입니다.
내가 안 온다고 산이 서운해 할까요? 아니면 못 온 내가 서운 할까요.
그러므로 나는... 아니, 우리 모두는 내가 좋기에 산을 오릅니다.
미국에 살며 유일한 소속이 우리 산악회인 게 고맙습니다.
갈 곳이 있고, 오를곳이 있고, 일주일 한 번 산에서 보면 즐거운 뚜벅이니까요.
나는 진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끝없는 작업에 묻혀 지난 몇 주 산에 못 나온 게 억울합니다.
이런 싸가지 있는 생각이 든 이유는 뭘까요?
너무 힘든 고행 산행이라 부처님 깨달음 경지에 이른 모양입니다.
독사 약 올린다고 바람도 없습니다.
경치는 기막힌데 그늘도 노루 꼬리만 한 거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끝이 있다는 걸 우리는 매주 경험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를 않는 게 이유인지 흔한 정상 표시가 없습니다.




네 번째로 마지막 목적지 로우lowe봉이 남았습니다.
힘 드니 이쯤에서 산행을 마치자고 할법한데 누구도 그 말이 없습니다.
산 이름 답게 쉽게 올랐습니다.
정말 뜨거운 여름철 산행의 진수를 맛본 하루였습니다.
정상엔 벤치도 여전하고 주변 봉우리에 맞춘 쇠파이프도 그대로입니다.
발디라고 써 진 쇠파이프에 눈을 댑니다.
그 많던 눈은 모두 어디로 갔을 까요?
케이트 민 스마트폰을 보니 겨울 발디 봉 생각이 떠오릅니다.
눈 덮인 정상에서 사진을 찍다 스마트폰을 그곳에 놓고 하산했던 일.
그걸 이튿날 다시 올라 결국 찾아 낸 독 함.
거의 조폭수준인 땡볕이 맞으며 하산을 시작합니다.
거의 다 내려오니 누군가 산악자전거를 타러왔는지 그늘에서 쉬고 있습니다.
뚜벅이는 좋아하지만 등산로를 어지럽히는 자전거는 별로입니다.
그런데 그 인간이 유재일 전 회원이었습니다.
오늘 아는 얼굴을 많이 만나는 산행입니다.

큰 실수를 할 뻔 했습니다.
함께 내려가 라운드 피자에서 씨원한 맥주를 먹자라는 말이, 목에 걸렸습니다.
옆에 있는 크리스탈이 오늘 당번이거든요.






말이 목에 걸렸지만 하산을 끝내고 라운드 피자로 갔습니다.
역시 여자회원이 있어야 야채 고봉 쌓기 묘기를 볼 수 있습니다.
조폭 폭염에 종일 고문을 받은 몸이 해갈을 합니다.
씨원한 맥주와 닭다리가 환상궁합이라는 알았습니다.


이걸 제공해 준 크리스탈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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