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9/ 25 온타리오 피크 산행
2025.06.30 15:57

유월이다
한 해의 반이 속절없이 지나는 유월의 마지막 산행.
우리 산악회 산행 계획서도 하반기로 바뀌었다.
산행 들머리로 가는 길.
기도는 간절한 성의가 담겨야 응답이 있다.
카풀로 아이스하우스 캐년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 유회장의 기도.
“한 자리만... 한 자리만...”
한국 정권이 바뀌어 장관 자리 한 자리를 원하는가?
성의 없는 기도에 응답은 당연히 꽝~!이다.
스트릿 파킹을 하고 걷는 아스팔트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몇주 전 능선에 우루르 불 밝혔던 유카나무 캔들도 철 지났는지 별로 없다.
이제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헛 둘 헛 둘 스트레칭을 끝내고 산행에 나섰다.
아스팔트와 다르게 물 많은 계곡이 서늘하다.
이래서 이 계곡을 북한산 우이동 계곡 혹은 정릉 계곡으로 부른다.





지난주 김종두씨 부부가 그랜드캐년 횡단을 마쳤다.
사우스림에서 저녁 8시에 출발하여 해드랜턴 켜고 밤새 걸어 노우스림까지.
우리 산악회에서도 그 산행을 했었기에 그 힘든 걸 잘 안다.
지금처럼 고도를 올리면 선선하지만 그곳은 반대다.
고도를 내리며 만나는 콜로라도 강 바닥의 끔찍한 더위.
산악회 입회 8개월 만에 그 힘든 산행을 해 내다니, 더 배울 게 읍따.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부터 숲은 바쁘다.
가을에 영글 도토리 등 새끼를 칠 바쁜 나무숲 그늘이 좋다.
물오른 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가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서는 햇살.
여름을 예비하는 햇살이 보석처럼 빛난다.
절로 나오는 휘파람.
그동안 하도 휘~휘 불어 대어 가요부터 동요까지 아는 노래 밑천이 떨어졌다.
아아~ 애국가가 있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어...
정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깊고 푸르다.





주차장은 만석이었지만 그걸 타고 온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이 샌게브리얼은 덩치가 큰 산맥이라는 증거.
도착한 새들엔 바람이 초록 물오른 나뭇가지들을 흔들고 있다.
그 소리가 흡사 바다의 파도 소리 같다.
하늘이 바다처럼 깊고 깊어서 숲이 바다 흉내를 내고 있는지 모른다.
며칠 전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스님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하나 소개받았다.
박장대소.
난 지인에게 답장을 썼다.
그 스님은 한국 불교계의 리차드 도킨슨이라고.
어쨌던 소싯적부터 관심이 많았던 불교 핵심 교리에 연기설(緣起說)이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썰.
서로 조건과 원인에 의해 나타나고 사라진다는 말.
따라서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불교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 뜬금없이 떠 올랐을까?
불과 3개월 전인 3월 우리는 이 산에 있었다.
그때 이 산을 오르며 만났던 겨울왕국 그 많은 눈은 어디로 갔는가?
꽃샘추위라는 말 대신 춘삼월에 내린 많은 눈에 꽃샘폭설이라 이름도 붙였었는데.
눈 산행에 행복해 했던 그 순간은 과연 실제 했었는가?
그때 사진은 우리 산행방에 존재하니 그런 시간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흔적은커녕 무심한 바람에 먼지만 폴폴 날린다.
시간은... 세월은 참 허무하다는 제행무상 제법무아라는 썰.
모든 것은 변하며 모든 것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머리 쥐 나는 이야기를 믿자.
눈은 녹아 아이스하우스 캐년 계곡물을 만들고 나무들 새순도 살찌웠다.
물길은 흘러 흘러 강을 이루고 결국 태평양에 합수되었을 것이다.
운대가 맞는다면 쿠로시오 해류를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계곡물은 지금 한국 동해안 언저리에서 명태를 키우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타라망이란 말을 믿자.
이런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르는 건 기실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온타리오를 ‘독사 약 올리’는 산이라 부른다.
켈리캠프 능선을 오르면 보이는 가짜 정상.
만자니타 숲을 돌아 만나는 정상도 가짜.
고사목이 병정처럼 서 있는 풍경을 지나 만나는 정상도 가짜.
포기할 수 없어 꺼이꺼이 오르다 보면 바위봉 사이 우뚝 선 고사목.
그게 비로소 정상이었다.





왕복 13마일 정도의 거리에 극복해야 할 고도가 4000피트 가깝다.
그러니 이런 땡볕에 온타리오를 오를 때면 딴 생각을 해야 한다.
온타리오 정상 가까이 다가서면 예술로 승화된 고사목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언제 난 산불인지 기억도 가뭇하다.
우뚝 서서 풍화되어 가는 우듬지가 형이상적 조각이다.
죽어서도 당당한 고사목과 그 아래 키를 키우고 있는 앙징 맞은 애기 나무.
역시 세상은 돌고 돈다.
온타리오 정상은 그간 힘든 시간을 보상해 준다.
맞은 편 우뚝한 발디의 스키헛 골짜기와 베어캐년 골짜기가 한눈에 든다.
업랜드 정연한 시가지 넘어 산와신토 산 전체가 보인다.
전망이 툭 터져 인근 산들이 다 보이는 관계로 김종두회원 교육을 시켰다.
쿠카몽가, 빅혼, 팀버, 텔레그라피, 발디, 산와신토를 가르키시오.
결과는 40점이다.
자신이 제대로 땀흘려 오른 정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산에 들면 산이 안 보이는 법이니까.
짬밥이 거듭되어야 비로소 한눈에 드는 게 산이다.
이번 산행에 7시간 이상이 걸린 이유는 간단하다.
힘든 산이니까.






하산을 마치자 뒷풀이 경쟁이 붙었다.
김혜경회원이 그랜드캐년 횡단한 기념으로 쏜다!
그러나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강희남회원께서 어제 득손을 했기 때문에 득손주를 제공하는 것.
어제 태어난 3번째 손주가 빈말이 아니라 잘 생기신 할아버지를 닮았다.
온타리오 정상부에서 봤던 고사목 아래 커가는 앙증맞은 아가 나무도 닮았다.


발디 레스토랑에서 힘든 상해에 따른 성취감과 행복한 득손주를 함께했다.
강희남회원님 고맙습니다.
댓글 0
| 제목 | 최종 글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7/6/2025 San Bernadino Peak 산행
| 관리자 | 2025.07.07 | 79 | |
|
6/ 29/ 25 온타리오 피크 산행
| 관리자2 | 2025.06.30 | 110 | |
|
6/ 22/ 25 Gabrielino Trail
| 관리자2 | 2025.06.23 | 88 | |
|
6/ 13/ 25 Mt 팀버 산행
| 관리자2 | 2025.06.16 | 108 | |
|
6/8/2025 Mt. Pacifico 산행
| 관리자 | 2025.06.09 | 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