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4 Mt. 윌슨Wilson산행
2024.07.29 15:28
Mt. Wilson에는 5명이 산행에 나섰다.
등산시작 전 소공원에서 스트레칭 시간.
“무릎아, 오늘도 잘 부탁한다."는 유경영회장의 주문.
예전엔 낄낄 거리며 들었는데, 요즈음 그 기도문이 예사롭지 않다.
오전 8시쯤인 이글거리는 태양이 깡패 노릇을 한다.
어느 해 여름.
물 준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이 산에서 아주 호된 고역을 치렀다.
그래서 오늘은 무려 5통의 물을 챙겨 넣었다.
덕분에 게으른 배낭이 더 무거워졌고.





이열치열, 더위는 더위로 잡아라...
이런 말 믿지 마라, 죄다 헛소리다.
출발부터 1.5마일 정도는 발가벗은 것 모양 길이 완전 노no 그늘이다.
그것도 급하게 고도를 따야 하는 가파름.
땀에 젖은 등에는 지금 무장무장 소금꽃이 피어나고 있을 게다.
그런데 독사 약 올리듯 청량한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건 발가벗은 트레일에서는 그림의 떡.
처음으로 이런 여름에 이쪽 산행계획을 짠 유회장 욕을 했다.
벌써 물 한통을 비웠다.
푸른 하늘에 용광로처럼 타고 있는 태양을 피할 방법이 없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심오한 헛소리를 많이 한 스피노자 따라 하는 닮은꼴
“내가 산을 오르지 못 하더라도, 후배 회원들을 위해 이곳에 가로수를 심겠다”
깨달음 대신 이런 헛생각이 나는 건 무조건 직사광선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성인들은 이런 고된 산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사막의 시나이 산에서 모세는 십계명을 얻었고, 부처는 영축산에서 득도했다.
진짜 나도 이 고된 산행에서 운이 좋다면... 깨달음을 얻을지 모른다.
우리가 오르는 등산로는 윌슨 트레일이지만 계곡은 ‘리틀 산타 아니타 캐년’이다.
독사 약 올리는 물소리를 동무 삼아 땡볕에 익어가는 득도의 고행길.
많은 안내서가 이 코스를 추천할 때 첫 번째 문구.
더위 때문에 일찍 출발해라.
그늘도 없는데 직사광선 길을 꺼이 꺼이 걷다보니 First Water가 나타난다.
볼 것도 없이 트레일을 버리고 냅다 계곡으로 내려선다.




햇볕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엄청 짙다는 사실.
내가 드디어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돌돌거리는 계곡 물소리와 우거진 숲이 딴 세상.
갑자기 어두워진 탓에 선글라스를 벋었다.
숲 터널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
누군가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몇 번 개울을 건너다보니 이곳도 예쁜 소沼와 담潭이 있다.
원래 이곳은 올드 트레일이라고 예전에 길이 있었던 곳.
정션 갈림길에 그 안내 팻말이 서있다.
누군가 넘어진 아름드리나무를 토막 내어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 놓았다.
미소.





다시 이곳에서 본 트레일을 만나게 되는데 이제 그늘이 많아졌다.
도착한 Orchard Camp 산장터에 못 보던 벤치가 생겼다.
확인하니 보이스카웃 대원들이 봉사를 한 것.
또 미소.
다신 시작하니 그늘이 끝나고 또 햇빛 폭력이 시작된다.
힘들다.
한 여름 이 트레일이 고역이라는 걸 알지만 법대로 하는 산행.
능선 가까이에 있는 등산로 커브에 커다란 나무는 역시 건재했다.
그 나무에 뚫린 구멍에 벌집이 있었던 걸 기억해 냈다.
그런데 벌들이 이민을 갔는 지 빈 구멍이다.
그게 궁금해서일까, 아니면 힘들어 그 앞에 선 건지 모른다.
그때~! 왱하는 공포의 데시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먼 소리? 하는 찰라 등에 두 방, 다리에 한 방 뜨끔했다.
돈오돈수.
한방에 깨달음이 온다는 걸 불교에서는 돈오돈수(頓悟頓修)라 한다.
깨닫는 순간 무조건 튀어야 산다는 깨달음도 밀물처럼 몰려왔다.
깨달음은 역시 위대했다.
힘이 없어 거북이걸음을 걷던 다리에 할리데이비슨 엔진이 생겼으니까.
그렇게 땡볕을 뚫고 뛰어오른 만자니타 릿지를 우리는 벤치라고 부른다.






고맙게도 벤치는 텅 비어 있고 상수리나무 그늘에 덮여 있다.
왱~! 소리도 끝났으므로 꾸르륵 물 한병 마신 후 면벽을 시작했다.
잠시 후 유회장 등 일행이 올라와 단잠을, 아니 면벽을 끝냈다.
일어나려 보니 상수리나무에 파릇한 도토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또 미소.
깨달은 사람은 말보다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미소가 어울리는 것.
안테나가 숲을 이룬 정상 매점이 영업중이다.
내가 제일 먼저 찾은 건 수도꼭지.
5통 물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트레일에서 깨달음을 얻은 보상이겠지만 수돗물이 콸콸 나온다.







그런데 매번 이 산이 왜 이렇게 힘든지 확인해야겠다.
예전에 이 산을 오른 후 이런 비교를 했었다.
발디와(Mt. Baldy) 윌슨(Mt. Wilson)의 차이.
1. Mt. Wilson은 등반표고차(Elevation Gain)가 4,740ft(1445m) 왕복 14Miles.
2. Mt. Baldy는 등반표고차(Elevation Gain)가 4,000ft(1219m) 왕복 9.5Miles.
이러니 윌슨이 힘들다는 통계가 맞다.
이건 깨달음이 아니라 팩트다.
더구나 오늘은 폭염 주의보가 발령 중 아닌가.
자고 싶지만 깨달은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 한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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