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7/ 24 빅혼 산행
2024.10.28 12:51
오늘 Bighorn Peak엔 5명이 산행에 나섰다.
이런 놀라운 일이~!
루캔스 산행에 처음 나왔던 3명이 나타 났다.
지난주 산제에 오지 않아, 빡센 산행에 도망갔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사롭지 않다.
스트레칭 마치고 산행에 나섰다.
청정한 대기.
투명한 하늘.
삽상한 바람.
몸을 구성한 세포가 신난다고 소름처럼 우르르 돋는 느낌.






그러나 산은 이미 가을을 보낼 채비를 하고 있다.
아이스하우스 캐년 계곡물도 많이 야위었음을 본다.
누군가 말한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무척 짧다고.
명언.
그랬구나...
10월도 이제 오늘이 마지막 주말.
군데군데 노란 단풍이 화르르 제 몸 살라 꽃처럼 피어났다.
가을꽃.






그러고 보면 겨울꽃도 곧 피어날 것이다.
엉덩이 썰매를 타던 설국이, 설화가 지금 저만치 서 다가서고 있는 중.
벌써 겨울을 예비하니 일 년의 윤회가 정말 짧다.
창고 속에 챙겨 넣었던 크램폰을 꺼내 놓아야 할 때.
새로 온 3명이 역시 잘 걷는다.
물론 그들 체력과 끈기는 루캔스에서도 증명되었지만.
청량한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컬럼바인 샘물을 지났다.
Icehouse Saddle에 도착했다.
새로운 3분 들은 자기들끼리 호칭을 ‘동기’라고 부른다.
우리 홈페이지를 보고 산행에 온 날이 같으니 입회 동기? 신입 동기?
물론 루켄스에서 건강한 땀을 섞은 처지이니 편하게 부르려는 배려.
그 동기들이 다리 쉼을 할 때 설명했다.
땅바닥에 트레킹 폴로 지도를 그리며 제안을 한 것.
캘리캠프를 지나 노멀루트로 오르는 코스와 숏커트 트레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단, 숏커트 트레일은 2마일 정도 거리가 짧습니다.
그리고 이 산의 주인인 사슴 빅혼도 어쩌면 만날 수 있습니다.





역시 내 작전이 맞았다.
동기들, 그분들이 낚시에 걸린 붕어처럼 숏커트 트레일을 물었다.
짧을수록 가파르고 힘들다는 당연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설명하는 자의 마음이니까.
캘리 캠프 직전.
유회장이 우리 산악회만 아는 희미한 숏커트 트레일을 찾아내었다.
그때부터 고행 시작.
길 없는 길을 찾아 꾸준하게 고도를 올렸다.
아이고~~! 여기까지가 오늘 내 산이니, 이제 하산하겠습니다.
뭐... 길은 외길이니 잊을리 없고 카풀이니 주차장에서 만납시다.
각본은 그러했는데, 그런데 기대했던 그런 말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분은 체질에 맞는 산악회를 만났다고 남편을 독려한다.
우리가 올라 온 길에서는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그만큼 진상이었던 길.
왕복 2마일을 벌려고 5마일을 갈 수 있는 힘을 쓸 만큼 힘든 코스.
드디어 꺼이꺼이 능선에 올라 노멀루트를 만났다.







여태 능선 뒤에 숨어 있던 업랜드 시가지가 둥실 떠오른다.
도시엔 스모그가 자욱하다.
사람 사는 동네에 묻혀 있는 우리는 그걸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산에 오르면 그걸 한 눈으로 본다.
백문이 불여일견~!
슬쩍 올려 다 본, 고노무 가을 하늘, 맑고 참 푸르다.
고생한 동기분들을 위하여 빅혼이 나타나 환영을 해주었으면.
엉덩이가 하얀 뿔 대장 사슴 빅혼.
그러나 정상에 오르기까지 빅혼은 나타나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예전에 회원이 찍은 빅혼 사진이 있으니까.
그거라도 퍼다 수고한 동기분들에게 보여주어야겠다.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겨울철이면 눈썰매를 타며 하산하는 바로 그 가파른 코스.
그러고 보면 동기분들 고생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등산화가 스케이트가 된 가파른 흙길에 먼지가 뽀얗다.
아이스하우스 새들에 내려서니, 하산에 불과 30분 밖에 안 걸렸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말.
동기분들은 빅혼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오르고, 또 하산한 것.
딱 우리 산악회 체질이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할 터.
짝사랑으로 끝난 게 어디 한 두 번일까.
그래도 탐 나는 재목들은 맞다.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휘휘 휘파람 불며 이어가는 하산길.
뜬금없이 떠오르는 질문.
그대 행복한가?
행복하다는 건 무엇일까?
첨단의 미국에서 가공되지 않은 자연 속을 내 발로 걷는다는 것.
그게 행복이라는 각성.
그러므로 행복은 바로 내 등산화 아래에 있었다.



영혼의 비타민을 잔뜩 먹은 포만감과 성취감에 행복한 날.
단골 라운드 피자집 아이페 맥주까지 행복했던 시월의 마지막 주말.


*빅혼 사슴은 고병권회원이 촬영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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