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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2/ 9/ 25 팀버(Timber) 산행

2025.02.10 13:17

관리자2 조회 수:57

오늘 팀버엔 모두 여섯 명이 산행에 나섰다.

한 겨울 2월의 산인데도 하얀 눈 대신 온통 초록색이다.

 

올겨울 우리 산악회는 신기한 눈 가뭄을 만났다.

수십년 래 이런 적이 없었다.

 

눈은커녕 귀경도 못하고 지난 3일 입춘(立春)을 맞았다.

그런데 그제 고마운 비님이 내렸다.

 

도시야 그렇지만 고도 높은 산에는 반가운 눈이 기다릴 줄 알았다.

말짱 꽝.

 

겨우내 무겁게 배낭에 넣고 다닌 크램폰과 스페츠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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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어 한껏 야윈 아이스캐년 계곡물이 소리내어 울며 산을 떠나고 있다.

다음 주에 우수(雨水)라는 절기가 찾아온다.

 

우수는 눈이 녹아 비나 물이 된다는 날이니 날씨가 풀린다는 뜻.

그래서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도 생겨난 것.

 

그래서 올해 눈 귀경은 정말 끝.

건너편 쿠카몽가나 빅혼의 북쪽 사면에 제법 깊은 눈이 보인다.

 

그게 독사 약올리는 격.

양지바른 팀버에는 온 눈도 다 녹아 버렸다.

 

그래서 돌연변이 2월 푸른 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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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투정은 사람의 일이라는 듯 말없이 산은 우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파란 하늘에 역광으로 빛나는 초록 나뭇잎들.

 

참기름을 바른 듯 빛나는 나뭇 잎새.

그런 풍경에 몸을 구성한 세포들도 일제히 살아나는 기분.

 

녹을 눈이 없기에 계곡물은 많이 야위였지만 더 맑아졌다.

지금이 겨울임을 증명하는 건 간간이 불어오는 겨울 삭풍뿐.

 

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먼지 나는 트레일 햇볕은 봄처럼 따갑다.

뚜벅이들 걷기 좋은 날씨이긴 하다.

 

어느 사이 팀버 정상.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바뀐 게 있다.

 

정상에 우뚝한 우듬지 우람한 소나무 숲도 그대로다.

팀버 정상이 8,303피트라는 것도 변할 리 없다.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우리 산악회는 팀버를 만만히 봤다.

 

동네 뒷산쯤 생각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팀버를 높은 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높은 산.

바뀐 그 생각을 변명하려고 이론도 갖다 붙였다.

 

아이스 하우스 캐년 트레일 헤드 출발지점이 4,920피트.

팀버 정상이 8,303피트.

 

표고차 3,400피트 정도.

3,400피트 정도의 고도를 올랐다면 설악산 대청봉을 오른 격이다.

 

당일로 대청봉을 왕복하다니...

이게 만만한 산인가?

 

이런 이론을 개발한 게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다.

팀버를 높은 산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다리 힘이 점점 빠져서가 아니다.

 

그대는 대청봉을 쉽게 왕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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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넘어 우리 아지트로 내려간다.

그곳에도 한잠 자고 싶을 만큼 햇살이 따사롭다.

 

양지바른 우리 아지트에서 햇볕 바라기를 하며 점심을 먹는다.

윤혜경회원이 특식을 준비해 왔다.

 

신박한 아이디어.

익힌 닭고기를 찟고 준비해 온 야채와 새사미 소스를 버무린 샐러드.

 

대형 지퍼팩에 넣어 버무려 만든 즉석 요리.

젓가락 대신 일회용 장갑 한쪽씩을 주어 손으로 먹게 만드는 센스.

 

공짜라 맛있는 게 아니라 진짜 신선하게 맛있었던 치킨 셀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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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라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온통 푸르름.

 

이 산정을 덮었던 눈과 얼음을 본 건 신기루였는지도 모른다.

맞은편 발디봉도 정상에 겨우 버짐처럼 가냘픈 눈 흔적만 보인다.

 

진짜 역대급 눈 가뭄이다.

그럼에도 첩첩 산은 아직도 우리에게 짝사랑의 대상이다.

 

어깨 걸고 달리는 산맥.

그러고 보면 저 산은 우리가 기꺼이 바친 땀방울의 제단이기도 하다.

 

하늘이 푸르러 생각까지 푸르렀던 맑은 날.

돌돌 거리며 내려가는 계곡물을 동무 삼아 하산을 끝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등잔 밑에 있다.

팀버 보약을 먹고 난 후 행복하다는 감정이 사치인가?

 

겸손이다.

숙제를 끝낸 우리 뚜벅이 만 알 수 있는 작은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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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만족은 발디 레스토랑에서 큰 만족으로 바뀌었다.

땀흘린 덕분인지 접시를 깨물어 먹어도 소화가 될 것처럼 모든 게 맛있다.

 

 

 

 

 

 

그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강희남 회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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