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30/ 25 게리 피크
2025.03.31 09:59
빗소리에 새벽잠이 깨었다.
창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인터넷 서치를 하니 1번 PCT도로가 아직 막혀 있었다.
오늘 목적한 무그 피크 산행은 어렵겠다.
101도로로 우회하여 대형 아울렛이 있는 카말리오Camarillo를 거쳐 갈 수는 있다.
멀리 돌아 트레일 헤드에 도착해도 등산로가 열려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결정적 이유.
오늘 뚜벅뚜벅 걸어야 할 초원으로 이루어진 트레일은 진흙밭.
무그 피크를 기획한 이유는 꽃구경도 겸하고 있으므로다.
그런데 추운 날씨는 보니 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기특한 생각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서 밝히자.
약속 장소엔 4명이 나왔다.
막힌 도로, 진흙밭, 꽃이 피려다 다 얼어 죽겠다.
이쯤 겁을 주고 본론을 말했다.
우리 동네에 온 기념으로 내가 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러나 어디 가냐? 가깝냐?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조건이다 OK?.
모두 동의한다.


4명이니 내 차로 가자.
그리하여 도착한 곳이 게리 피크.
새벽 잠이 깨어 빗소리를 들으니 걱정이 앞섰다.
끔찍한 펠리세이드 산불도 생각났다.
그래 검색해 보니 pct도로가 아직 막혀 있었던 것.
유회장에게 전화를 걸려다 참았다.
어차피 산행에 참여할 사람은 카풀 장소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공지한 장소와 시간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그 이유는? 홈페이지 산행 공지를 믿고 그 장소로 올 사람들 때문이다.
오든, 안 오든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게 예의다.
카풀을 하려 유회장이 배낭과 트레킹 폴을 챙긴다.
그거 챙기지 마, 등산화도 신지 마, 밥 숫가락? 물? 도시락만 챙겨.
나으 훌륭한 풀 서비스를 믿어.
일행이 내 말을 믿어 주는 게 고맙다.






목적지까지 프리웨이를 피해 로컬로 천천히 운전했다.
왜냐하면 ‘일빳다’였기 때문.
저자 거리에서 사용되는 첫 번째라는 은어가 일빳다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얼마나 빳다를 많이 맞았으면 그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까.
그러나 아무래도 목적지를 말해야겠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게리 피크입니다.”
일행이 처음 들어 볼 게리 피크는 어디 있나.
산타모니카 산봉우리 즉 브랜트우드 산꼭대기에 있다.
그곳에 지어 놓은 게티미술관이 게리 피크다.
웃어?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아마 게리 피크 등산이 끝날 때쯤 이들은 다리가 뻐근할 것이다.
게티미술관은 10시에, 일빳다, 첫빳다, 아니 문을 연다.
오픈 시간에 맞추려 로컬로 운전을 해도 10시 전에 도착.
역시 첫빳다였다.





보안이 삼엄하다.
새벽에 예약한 인터넷 표를 보여주고 검색을 끝낸 후 트램에 올랐다.
일행 중 유회장만 첫빳따, 아니 첫 방문이란다.
지금부터 신분 상승시켜 줄 게 트램 운전이나 잘해.
물론 트램은 전자동 무인운전.
운전석처럼 정면의 유리를 마주한 유회장.
아마 운전하는 기분이 들거다.
간밤에 온 비로 산천이 싱그럽다.
간간이 비님이 오락가락.
첫빳따 트램이라 그런지 매일 붐비는 게티센터가 한가롭다.
누구나 트램에서 내리면 본관으로 가는 게 통례.
그러나 우리는 정원으로 향했다.
왜? 이곳도 우리가 일빳다일 것이기 때문.
이 유명한 정원은 센트럴 가든으로도 불린다.
뚜벅이들은 발로 이 거대한 정원을 탐험해 보는 게 좋다.
500종류 이상의 꽃과 식물로 이루어져 있는 멋진 정원.
그래서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므로 한적한 산책을 위해서 일빳다가 최고라는 말.
최고의 전문 가드너들이 가꿔 놓은 이쁘기도 한 꽃밭이 넓기도 하다.
무그 피크에는 상기 일러 봄꽃이 없을 테지만 여기는 지천으로 피어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바쁘다.
정원 뚜벅 탐방을 끝낸 우리는 곧장 웨스트 파빌리온, 서관으로 돌진.
이곳에 이 미술관 전체를 팔아도 사지 못한 그림이 있기 때문.
빈센트 반 고흐의 걸작인 아이리스(IRISES).
아이리스는 한국어로 ‘붓꽃’이라고도 불린다.
198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390만 달러(약 610억원)에 낙찰되었다.
38년이 지난 오래전 가격이다.
그걸 1990년 게티 미술관에서 구입했다.
얼마인지는 비밀에 붙여졌고 2025년인 지금도 그렇다.
분명한 것은 무조건 열 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을 것이다.
물론 억만금을 주어도 게티를 상징하는 붓꽃을 팔 이유가 없다.
일빳다라 그런지 평소 사진찍기 위해 몹시 붐비던 아이리스 앞이 한산하다.
증명사진 찰칵찰칵.
다른 명작들은 피부가 맨 살인데 아이리스만 유리를 씌어 놓았다.
미친 놈들 테러 때문이란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





고야의 투우, 세잔의 사과, 마네의 봄 해설을 마구 찍어 댄다.
열심히 오르내리며 예술적 신분 상승을 계속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삼성 스마트 폰 번역 기능이 일등 효자.
가만히 보니 새로운 것도 보인다.
홀라당 벗은 비너스나 나르시스 조각 앞에서 회원의 스마트폰이 더 바빠진다.
뭉크의 작품도 이곳에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제목은 ‘별이 빛나는 밤’.
‘절규’로 알 수 있듯 뭉크 특유의 어두운 색조와 그로데스크한 구도.
그림 왼쪽 상단에 흐릿한 하얀점 몇 개 찍어 놓고 별이 빛나는 밤이라니.
그림의 이해는 어렵다.
그러나 그림 한 점에 소설 한 권 분량이라는 말을 믿는다.
왜? 글보다 먼저 탄생한 게 그림이니까.
구석기 시대에는 인간에게 문자가 없었다.
그 대신 그림이 있었다.
구석기시대 그림이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에 증거로 남아 있다.







게티의 동서남북 4개의 미술관은 2층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우스 파빌리온, 남쪽 건물 202호실 쪽 테라스.
외워라.
여기가 가장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장소니께.
다운타운 빌딩 숲은 물론 산타모니카 바다와 카탈리나섬까지 보인다.
바쁜 405고속도로와 세프루베다 고개까지 일목요연.





바쁘게 등산하다 보니 점심때.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 식탁에 자리 잡는다.
카페테리아에서 스픈과 포크는 무료 제공.
풀 서비스가 진가를 발휘한다.
점심을 먹고 별관에서 진행 중인 구스타브 카유보트 전시회를 찾았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시카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빌려 온 것.
이런 기획이 일년내내 있으니 자주 올 수밖에 없는 일.
‘보트 파티’라는 작품 앞에 섰다.
세느강에서 보트를 타는 풍경화다.
이게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빌려 온 프랑스에서 ‘국보’로 지정한 그림.
삼성 스마트폰의 쉽고 자세한 번역 기능에 국뽕이 차오른다.
이제 하산할 시간.







마지막으로 본관 스토어를 들렸는데 강희남 회원께서 그림책을 구매한다.
그 책에서 그림을 안내원에게 보여주며 전시실을 묻는다.
그림은 붓꽃이 걸려 있는 서관에 있었다.
벨기에 화가 제임스 엔소르가 그린 ‘예수의 브뤼셀 입성’이란 그림.
폴 게티 미술관 소장품 중 가장 큰 회화라고 했다.
수십 번을 온 곳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직도 멀었다.
그동안 내 눈에는 만화처럼 보였으니까.
미국 부자들을 존경한다.
이런 컬랙션을 통하여 누구나 무료로 신분 상승을 시켜 주니까.
앗차!
다음에 다시 올 일이 생겼다.
오늘 놓친 주먹코 램브란트(Rembrandt) 자화상을 감상해야 하니까.
무사히 하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
졸음이 온다는 일행들의 말은 그만큼 많이 걸었다는 이야기.
종일 역사와 문화와 명작들이 넘쳤던 게리 피크 덕분이겠다.
게리 피크 역시 빡센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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