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6/ 25 트윈픽Twin Peaks 산행
2025.04.07 14:23
오늘 5명이 산행에 참석했다.
산길을 잘못 들어 헤매면 ‘알바’했다고 웃는다.
고맙게 오늘 카풀을 제공한 유회장.
그의 차가 트윈픽 시작점 주차장을 못 찾아 한참을 더 알바했다.
그럴 것이다.
트윈픽은 자주 갔지만 오늘은 낯선 산처럼 생각든다.
언제 갔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드럽게 힘든 산이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그 동안 이 동네는 얼씬도 못했다.
이쪽으로 오는 2번 도로가 산불 혹은 눈 때문에 폐쇄된 탓.
우리 홈페이지에 그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홈페이지는 우리 못난 얼골들 그림 일기장.
산행방을 뒤져 보니 자료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4/ 2/ 23 트윈픽 산행은 눈 때문에 도로를 막아 불발.
대타로 Mt. Pacifico로 산행.
7/ 9/ 23 산사태로 도로가 폐쇄되었다.
대타로 베어 캐년으로 산행.
그렇다면 우리 마지막 트윈픽 산행은 언제였던가?
3년 전인 9/ 25/ 2022년.
열 두명 참가.
3년 가까이 이 산을 찾지 못했으니 기억이 가물 거릴 만도 하다.
그런데 강필성씨가 최근 도로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은 트윈 피크.
이미 강필성씨는 친구와 트윈픽 산행을 하는 중이다.






해발 6,760 피트 버콘Buckhorn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체조 시작.
기억의 저편 창고에 쌓여 있던 트윈픽에 대한 정보가 살아나기 시작.
길을 건너 등산로가 시작되자 소나무 숲이 우리를 반긴다.
쭉쭉 빵빵 솟은 늘씬한 소나무 숲은 가로지르는 고즈넉한 트레일.
고즈넉이라... 고즈넉하다는 순수 토속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전에는 ‘고요하고 아늑하다’고 고즈넉이란 단어를 설명한다.
그러고 보면 정말 이 소나무숲 트레일은 고즈넉한 길이다.
하지만 산불에 흉하게 탄 검은 나무들도 많이 보인다.
나무들에게도 사람처럼 다리가 있었다면 좋겠다.
산불이 가까이 다가오면 냅다 도망갈 수 있을 테니까.
선 채로 불에 희생된 수백 살을 먹었을 나무들.
그 또한 자연이라지만 안타까운 풍경인 것은 틀림없다.
어느 우듬지 큰 소나무에 반쯤 푸른 솔가지가 보인다.
다가서서 그 나무에 이마를 대고 기를 불어 넣는다.
“넌 틀림없이 살아날 거야. 힘내라~! 힘”
까맣게 탄 나무 아래 아기 묘목도 보인다.
다시 한 번, 힘 내라~! 힘.






워터맨Mount Waterman 봉우리 허리를 감도는 완만한 경사 길.
처음 2마일은 트레일은 사색의 길처럼 매우 걷기 좋다.
가는 겨울에 대한 미련인지 앙금처럼 눈이 남아 있다.
능선에 올라섰다.
목적한 트윈픽이 우뚝하다.
트윈 픽은 말 그대로 봉우리가 두 개.
그중 우리는 왼쪽의 동봉을 오르는 산행.
그리고 먼빛에 정상부에 눈이 쌓인 발디봉도 보인다.
우리 산악회는 발디봉을 종산宗山처럼 여기고 있다.
장난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용은 진심인 ‘등정증명서’도 준다.
그 발디봉 또한 산불과 사태로 입산 금지 중.
체력을 충분히 닦은 김종두 회원 부부가 발디봉을 못 오르는 이유가 그것.
고도 7,650피트 워터맨 갈림길에서 잠시 다리쉼과 간식을 나눈 후 출발.
트윈픽으로 갈라지는 교차로를 내려서면 길이 힘들다.
내려갔다가 다시 트윈픽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
체력적인 힘도 그러려니와 그보다 더 힘든 건 따로 있다.
트윈 정상 찍고 돌아올 때 다시 내려간 이 길을 올라야 한다는 공포.
사람들 흔적이 없는 걸 보니 이 산을 우리가 전세 낸 셈이다.






이곳 산불이 더 심했나 보다.
트레일 곳곳에 까맣게 탄 나무가 가로막고 있다.
피해 넘어 가기가 어렵다보니 숏커트.
길이 아니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모두 힘들다.
이곳엔 사람이 만든 트레일이 바뀌고 있는 중.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본다.
근본으로 되돌아간다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이란 단어가 슬그머니 튀어나온다.
우리는 샌 개브리엘 야생구역(wilderness)에서 등산 같은 하산을 하고 있는 중.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전에 외진 이곳에는 곰 사냥꾼들만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다.
그러니 힘들다.
가이드북에도 우리가 가는 트레일은 매우 도전적인 코스로 소개한다.





하지만 모든 세상 이치에 공짜는 없다.
세상 아름다운 건 고생 끝에 빛나고 있으니까.
트윈픽은 새들부터 산길이 많이 가팔라진다.
제대로 된 길도 없다.
쌍둥이 봉우리 중 우리가 오르려는 동봉 고도는 7,760 피트.
바로 눈앞에 서 있지만 그게 만만한 오름짓이 아니다.
가파른 오르막은 등산로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모든 길은 정상으로 통하는 법.
함께 혹은 따로 모두 힘겹게 오르고 있다.
독한 사람들.
누구도 돌아 서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길 옆 남아 있는 눈밭에 하트가 그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 하트안에 ‘재미’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렇다면 미리 산행을 시작한 강필성씨가 틀립없다.
산을 전세 낸 줄 알았는데 틀린 생각.
오릿~! 하고 에코를 주니 강필성씨가 친구와 홀연히 나타난다.
참 반가운 얼굴.
그들은 하산 우리는 등산.
화강암 바위가 지천이지만 둥글고 편평한 정상에 서니 12시 40분.
상쾌한 공기와 더 상쾌하게 구름 한 점 없는 깊은 하늘.
어느 예술가가 있어 이 바위들을 만들고 한없이 깊은 하늘을 그려 낼까.
한 예술하는 사람이 조각하고 그린다 해도 이 냄새와 이 느낌까지 담을 수는 없다.
정상의 파노라마 풍경은 더군다나 접근 불가능.
지난주 수백 억불 예술품을 감상한 ‘게티피크’ 산행.
게티미술관보다 이곳이 훨~~ 좋은 건 설명이 필요없다.





우리는 트레일 헤드에서 정상까지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이 정도면 준수한 실력.
윤혜경씨 체력이 대단하다.
한마디 해줬다.
“더 배울 게 읍따~ 하산해라”
어느 산악회 도네이션을 한 모양.
예술적으로 채색한 새 정상 표시판이 보인다.
힘들여 오른 만큼 그걸 들고 정상 사진을 여러방 찍었다.
양지 마른 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하산을 시작했다.
이 하산은 또 다른 등산을 위함이니 갈 길이 멀다.
새들까지 가파르게 내려온 후 드디어 두 번째 등산 시작.
지겹게 내려온 길을 지겹게 올라간다는 느낌.
매번 트윈픽을 올 때마다 그걸 체감한다.
힘들었으나 역시 사람 발은 무섭다.
오전에 지나온 워터맨 갈림길에 오르고 나니 이제 걱정 뚝.
황소등처럼 순한 트레일을 내려갈 일밖에 없다.
키가 훌쩍 커진 그림자를 앞세우고 훠이훠이 걷는 기분.
그런 느낌은 행복하다는 감정이입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오늘도 일주일을 일용할 양식을 가득 채워 하산했다.







빡센 산행에 주린 배.
윤혜경씨가 라운드피자에서 채워줬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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