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2/ 25 팀버Timber 산행
2025.10.13 13:35

가을이 점령한 오늘 팀버 산행엔 7명이 참여했다.
투명한 가을 하늘과 볼을 간질이는 맑은 바람.
이런 느낌을 ‘삽상한 날’이라고 한다던가?
10월 하늘은 정말이지 환장하게 푸르렀다.
그리고 이제 힘을 잃어 가는 햇볕은 부드럽다.
오늘 산행은 다음 주 있을 산제 답사를 겸한 산행.
나는 처음 보지만 지난주 산행부터 나왔다는 카일라kayla씨가 반갑다.
처음 인사치고는 살벌한 덕담을 해줬다.
“살아남으소서”
그 말의 뜻은 모든 회원이 알지만 신입은 잘 모를 거다.
그래서 설명 대신 노래를 불러 줬다.
간식 주고~ 정보 주고~ 뒷풀이 맥주 줘도~ 님은 멀어져 갔네~ 님은 먼곳에~
김추자만큼 노래 잘할 리 없지만 노랫말 패러디는 잘한다.
그동안 어디 한명 두명인가?
수 백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수 십명은 분명히 넘는다.
그저 산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공유하려는 인연이 작심삼일로 끝난 게.
그럴 것이 인정 사정 읍씨 마구 걷는 산행에서 살아 남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남아 있고 싶어도, 님은 먼 곳에~가 된 심정도 이해가 되긴 되는 바이다.
무릎팍도사 지도로 체조와 무릎 기도를 끝으로 산행에 나섰다.





어어? 그늘이라 어둠침침한 아이스하우스 캐년이 갑자기 밝아지는 느낌.
아직 상기 일러 푸르른 솔나무 사이 사이로 불 켜진 노란 촛불들.
등산로를 밝히려 우르르 불 밝힌 노란 단풍.
독사 약 올린다고 제철을 맞은 비숍 단풍 사진을 보내온 사람에게 반사.
이렇게 가까이에도 단풍이 있는데 그 먼 곳까정 가다니 ㅎ




시더그린 캠프장 길로 접어 들었다.
이 길은 언제나 붐비지 않아 고요하다.
산제를 지낼 자리를 점검하며 장비와 음식을 어떻게 나를 것인가 토론.
결국 유고집을 이길 수 없음을 고백하고 깨갱.
전생에 무신 죄를 지어 백전백패 하는 지 하늘도 무심하다.
그래서 음해를 하려는 건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유회장이 새로 온 카일라씨를 골탕 멕이려 하는 거 같다.
쉬운 아이스하우스캐년 길을 버리고 더 멀고 긴 이 코스를 선택한 것.
그건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하려는 게 아닐까?
으흐흐~ 나는 내 기가 막힌 추리력에 스스로 박수를 쳤다.
그러고 나니 속이 좀 풀린다.





그러고 나니 가을에 풍덩 빠진 산 풍경이 눈에 든다.
내려다보이는 아이스캐년 군데군데 피어난 저 노란 단풍 좀 봐.
가로등 흉내를 내고 있잖아.
저리로 하산할 것이니 사진 많이 찍어야지.
코발트블루로 깊은 하늘과 어느 사이 힘이 빠진 햇살.
가을은 정말 가을인가 벼.
사람 사는 동네 쪽으로는 스모그가 분명하지만 이곳 하늘은 청명 그대로.
뜬금없이 문득 회원들의 다리가 고마워졌다.
슬픔은 나눌수록 가벼워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썰.
저렇게 건각들이니 함께 자연 속으로 스며들어 스스로 풍경이 되는 게 아닌가.
함께 느끼는 성취감과 감동은 그렇기에 증폭되어 다가선다.





우리 참, 잘 살아왔다.
소박한 행복은 등산화 아래 있다고 믿는 사람들.
눈부신 가을 하루를 내 발로 걷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들.
강희남 회원께서 카풀 차 안에서 한 말씀 주셨다.
정말 걸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참 고마운 일이라고.
백만번 동의.
이런 충만한 행복감을 빌게이츠가 이재용이 트럼프가 이재명이 알까? 흐흐
고도를 올리며 올려다보는 하늘이 분명히 한 뼘은 높아졌다.
막을 수 없어 가고 오는 세월을 우리는 자연이라 한다.
우리고 갈 것이고 그것도 자연이라 할 것이다.
제철을 만난 노란 단풍.






갈 때를 알기에 저 스스로 제 몸 사르는 단풍.
그건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가을이 주는 쓸쓸한 산의 표정이 아니다.
가야 봄 새순이 돋듯 오고 가는 윤회는 당연한 것.
갈 때를 알고 가는 당당함이 아름다움으로 나타난 게 단풍일 것이다.
봄꽃을 갈무리하는 사람은 없어도 단풍을 소중하게 책에 꼽는 사람은 봤다.
그러나 솔가지 늘 푸른 초록도 단풍도 머지않아 속절없이 눈에 덮일 것이다.
은빛으로 바뀔 산과 소나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릴 크리스털 고드름들.
한 달 정도면 시작될 설산행을 생각하면 벌써 손에 힘이 들어간다.
챙겨놓았던 크렘폰도 다시 등장할 시간.
그게 우리가 건강해야 할 절대적인 이유일 것이다.
하산은 아이스하우스캐년으로 이어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쏟아지듯 흐르는 계곡물이 많이 야위었다.
산정에 눈이 쌓이고 그 눈이 녹아야 계곡물 살이 찔 것이다.
물길 따라 함께 걷는 건 북한산 정릉 계곡을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 아이스하우스 캐년을 정릉 계곡으로도 부른다.
휘파람 휘휘 불며 하산을 서두른다.






콜럼바인 샘터에서 손 시린 물을 채웠다.
하산을 마친 시간.
오늘도 산은 우리에게 기꺼이 일주일을 일용할 에너지를 채워줬다.
뒤풀이는 단골 라운드 피자.
생맥주 한 잔에 넘치는 행복을 느끼는 뚜벅이들에게 복 있을진저~!
카일라님도 부디 살아남아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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