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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여행에로의 초대>

2006.10.29 11:07

한영세 조회 수:626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 1821-1867) 는 19 세기 프랑스의 시인입니다. 그의 유일한  시집인 「악惡의 꽃」은 낭만주의浪漫主義가 만연하던 당시에 가히 충격衝擊 그 자체였으며, 현대시로의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가1857년 「악惡의 꽃」을 발표했을때는 그 시대의 누구도 이 시집의 놀라운 독창성을 감지感知하지 못하였던 바, 오히려 평론가들과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혹평酷評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몰이해沒理解에 대해 그는 ‘이해받지 않는 것에, 또는 극히 조금밖에 이해받지 않는 것에 어떤 영광榮光이 있다면, 나는 이 졸저拙著에 의해 단번에 그 영광을 획득했고, 또 그럴 자격이 있다고 조금의 허풍도 없이 말할 수 있다.’ 라고 말하며 ‘인간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착하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도움이 될 책만을 써야한다’ 는 것이 ‘도덕’이라면, 그것은 ‘가증可憎스런 위선僞善이다.’라고 냉소冷笑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위였던 그는 양부養父와 불화하였으며, 가정도 이루지 못하였고, 법원에 의해 금치산자禁治産者로 선고받고 채권자들에게 시달려 괴로움을 당했으며, 중년 이후에는 지병持病에 시달리는 등, 평생 동안 불운과 몰이해를 숙명처럼 걸머져야 했습니다.  

그러니 과연 그는 후세의 사람들이 말하듯 ‘저주 받은 시인'이었을까요?  

그는 놀라운 상상력이란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두 번째 시 ‘축복’ 에서 ‘… 나는 압니다. 거룩한 성군의 축복받은 서열 속에 당신께서 시인을 위해 한 자리 남겨두신 것을. 옥좌천사玉座天使, 역천사力天使, 수천사首天使들의 영원한 향연에 시인도 불러주신 것을.’ 이라고 상상하고 있습니다. 상상에 의한 세계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현실 세계보다 더 리얼할 때, 현실은 ‘권태’스럽기 짝이 없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악惡의 꽃」의 첫 시 ‘독자讀者에게’ 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이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거뜬히 세상을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를 집어삼키리. 그놈은 바로 권태倦怠!’ 그리하여 그의 산문집 「내면內面의 일기日記」에서처럼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라도!’ 라고 절규할만도 했을 것입니다. 또 그의 산문집 「인공人工의 천국天國」에서는 마약痲藥을 통한  ‘권태’로부터의 일탈逸脫을 진지한 어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시인’에게 현실은 철저한 무관심의 대상이었고 전혀 흥미없는 ‘지겨운 것들’ 이었으며 어떻게든 회피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었고 그로 인하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였으므로 무능력하였습니다. 그는 ‘알바트로스’에서 이렇게 한탄합니다. ‘… 시인도 이 구름의 왕자를 닮아,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건만, 땅 위에선 야유揶揄 속에 내몰리니, 그 거창한 날개도 걷는 데 방해가 될 뿐.’

그러나 그의 사후에는 ‘시인’과 같은 ‘축복’을 받은 ‘소수의 행복한 독자’들에 의해 열광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하여 후대에 이르러는 그의 시집이 ‘현대시의 복음서’라고까지 불리게 되었으니 오히려 그를 일컬어 ‘축복 받은 시인’이라 한다 하더라도 과언過言은 아닐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악惡의 꽃」은 그가 근 25년에 걸쳐 구상하고 수정을 거듭한 작품이니만치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울憂鬱과 이상理想’, ‘파리의 풍경’, ‘술’, ‘악의 꽃’, ‘반항’ 그리고 ‘죽음’ 편篇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작품이 속해 있는 편이 ‘우울과 이상’ 편이며 ‘우울’ 과 ‘이상’은 ‘현실’과 ‘상상’을 비유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로 이 ‘우울과 이상’ 편에 있는 작품들을 제일 좋아하고 있는데, 그의 상상력이 발휘된 시들이 이 편篇에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중 한 편의 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시의 첫 귀절은 그 발음의 아름다움으로 (mon enfant, ma soeur; 몽 앙팡, 마 쇠르) 널리 알려져 애송愛誦되고 있으며, 그의 여성에 대한 취향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여행에로의 초대>

나의 아가, 나의 누이여,
꿈꾸어보렴
거기 가서 함께 살 감미로움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으리
그대 닮은 그 고장에서!
그 곳 흐린 하늘에 젖은 태양이
내 맘엔 그토록 신비로운 매력을 지녀
눈물로 반짝이는
변덕스런 그대 눈 같아.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세월에 닦여 윤나는 가구가
우리의 방을 장식하리.
진귀한 꽃들,
향긋한 냄새,
용연향龍涎香의 은은한 향기와 어울리고
호화로운 천장,
깊은 거울,
동양東洋의 찬란함,
거기선 일체가
넋에 은밀히
정다운 제 고장 말 들려주리.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보라, 저 운하위에 잠자는 배들을.
떠도는 것이 그들의 기질,
아무리 사소한 그대의 욕망이라도
가득 채우기 위해
그들은 세상 끝으로부터 온다.
저무는 태양은 옷 입히는도다,
들과 운하와 도시를 온통 보랏빛과 금빛으로.
세상은 잠든다
뜨거운 빛 속에서.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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