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산행 앨범방

오늘 Strawberry Peak 메도우 산행에 5명이 참여했다.

요즈음은 날씨가 하- 수상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더웠는데 오늘은 쌀쌀.

그래도 딸기봉 인근 산동네는 따듯한 곳.

 

레드박스Red Box 주차장에 도착하여 몸을 풀었다.

지난주 힘든 윌슨산행 보너스라도 되는 듯 오늘은 쉬운 코스.

 

윌슨산은 길기도 하지만 고도 차이가 4,400피트를 오르내린다.

딸기봉은 2,000피트 정도이니 휘파람 길이라 해도 좋을 코스.

 20241208_081108.jpg

 

20241208_081744.jpg

 

20241208_081844.jpg

 

20241208_081859.jpg

 

20241208_081911.jpg

 

20241208_081925.jpg

 

트레일은 산 능선을 휘감아 돌고 돌며 이어진다.

딸기봉 정상과 메도우로 나누어지는 갈림길.

 

누군가 정상을 향하여 돌로 화살 표시를 해 놓았다.

헷갈리는 곳에서의 얼굴 모르는 산악인 봉사에 미소.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젊은이들이 쓰는 조어에 반대한다.

뇌피셜, 맘충, 벼락거지, 야민정음, 지름신, 틀딱충, 갑툭튀

 

이런 말의 뜻도 모르지만, 하나 배우면 두 개가 나오니 포기.

그러나 소확행은 확실하게 안다.

 

일본의 소설가 하루끼의 작품에 나오는 조어이니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그 뜻.

 

이 조어가 떠 오른 이유.

오늘 산행 역시 소확행이 될게 분명했으니까.

20241208_082656.jpg

 

20241208_085510.jpg

 

20241208_090741.jpg

 

20241208_092137.jpg

 

20241208_092146.jpg

 

20241208_092521.jpg

 

 

우리 뚜벅이들은 욕심이 없다.

쿠테타를 할 능력도 없다.

 

메가 복권에 당첨될 희망도 없다.

그런 거 안 사니까.

 

그저 자연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스스로 소확행을 즐긴다.

이름 모를 들꽃아 안녕.

말끔히 바라보는 다람쥐야 잘 있었니?

 

휘휘 휘파람 불며 휘적휘적 걸어 들어가는 조용한 산길.

딸기봉을 오르려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이 길은 독점.

 

아랫 메도우에 도착하니 이런 평지가 있다는 것에 초행자들이 놀란다.

공부하는 KAAC회원들답게 표지판 앞에서 토론이 붙는다.

 

크릭은 한국어로 뭐지? 메도우는?

크릭은 냇물, 메도우는 목장 혹은 초장, 초원, 혹은 풀밭, 제 각각.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한국어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니 거시기 하네유~”를 한국 느낌으로 영어로 번역하는 건 불가능.

한강이 노벨상을 탄 게 번역의 힘이라는 데까지 토론이 발전했다.

수준이 높아 그런 게 아니고 보너스 소풍 산행이라 여여로워 그렇다.

 

고요 속에 잠긴 메도우의 숲이 보기 좋다.

윗 쪽 메도우 우리 단골 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가파른 딸기봉 절벽 바위가 그늘을 만들어 무서리가 하얗다.

미세스 박이 남편 배낭에서 꺼내는 물건들이 장난이 아니다.

스테인리스 볼까지 챙겨 왔다.

 

온갖 과일과 꼬린 치즈와 양념을 넣어 즉석 샐러드를 만든다.

맛있다.

산에서 이런 별식을 먹는 것도 소확행이다.

20241208_101258.jpg

 

20241208_101326.jpg

 

20241208_103402.jpg

 

20241208_103408.jpg

 

20241208_103935.jpg

 

20241208_104213.jpg

 

점심을 먹고 가위바위보를 했다.

물론 결론은 미리 나와 있는 거지만, 착한 회원들 그걸 모른다.

특히 동기회 분들은 낚시 무는데 이골이 나 있다.

 

~ 가위만 내어 이긴 두 명은 콜비캐년Colby Canyon으로 하산합니다.”

늘 그렇듯 우리는 강희남 회원의 차로 트레일 들머리 레드박스까지 왔다.

강희남 회원님 홀로 온 길로 돌아 보내기가 미안, 미안하여 가위바위보.

 

이 메도우에서 콜비캐년 갈림길까지를, 사색(思索)의 길이라 했다.

어떤 사물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찾으라는 말이 사색이다.

 

그보다 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내 생각이 역시 맞았다!

 

그곳엔 예전처럼 도토리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이 도토리들을 강수잔 회장과 채집했었고 도토리묵으로 환생시켰다.

그녀는 가고 없는데 이제 도토리만 남았다.

 20241208_103455.jpg

 

20241208_103631.jpg

 

20241208_103635.jpg

 

도토리나무 숲을 에돌아 가는 황소 등처럼 순한 길.

한 구비 돌아 서자 시야가 확 터진다.

 

홀연히 눈앞에 나타난 조세핀 봉이 우뚝하다.

그 곁에 울퉁불퉁 치솟아 어깨 걸고 달리는 산맥.

 

숲 그늘도 좋고, 전망도 좋고, 힘들지도 않은 착한 산길.

생각하며 걸으라는 사색(思索)의 길.

 

파란 창공을 찌를 듯 솟은 조세핀 봉이 얼굴처럼 생각 든다.

산의 얼굴.

 

조세핀 봉을 정점으로 무수한 계곡이 흘러내리고 있다.

내가 마주한 것이 조세핀 봉 얼굴이라면, 저건 계곡이 아니다.

 

산 얼굴에 패인 주름이다.

산의 주름살은 산이 거쳐 온 시공의 기록이다.

지난했던 그 세월이 만들어낸 시간의 무늬다.

 

원래 늙은 산은 주름이 많다.

그러나 젊은 산엔 주름이 없다.

 

돌아 본 딸기봉의 가파른 암벽에도 주름... 계곡이 없다.

수직으로 치솟은 젊은 산.

20241208_111321.jpg

 

20241208_111959.jpg

 

20241208_112408.jpg

 

20241208_113312.jpg

 

20241208_120428.jpg

temp_1733705518556.1927124629.jpeg

 

temp_1733705518580.1927124629.jpeg

 

원래 젊은 산은 직선이며, 늙은 산은 곡선이다.

그러니 늙어 가며 주름이 많을 수밖에.

 

그대도 젊은 날 주름 없이 팽팽했던 얼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윤기 나던 얼굴에 주름이 가득 해 불만인가? 그대는?

 

눈앞 조세핀 봉 저 주름이 만들어 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아득한 시간에 걸려 어렵게 얻은 주름살.

 

우리가 지나온 딸기봉 가파른 암벽은 무너지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 바위를 보았고 그곳을 지나왔다.

늙은 조세핀 봉에서는 허물어 질 암벽이 없다.

 

주름은 훈장이라던 어느 시인의 글이 떠오른다.

훈장이라... 이마에 깊게 파진 주름은 그냥 얻은 게 아니다.

 

주름마다 기억이, 말이 담겨 있다.

기쁜 일, 아픈 기억, 즐거웠던 시간, 슬퍼했던 그때가 흘렀던 자국이다.

 temp_1733705518599.1927124629.jpeg

 

temp_1733705518581.1927124629.jpeg

 

temp_1733705518589.1927124629.jpeg

 

temp_1733705518593.1927124629.jpeg

temp_1733705518600.1927124629.jpeg

 

그랬구나.

평생을 걸려 내가 많든 주름살은 어쩌면 인생을 잘 살아낸 훈장일 수도 있다.

따라서 주름살은 부끄러움일 까닭이 없는 것.

 

사색의 길에서 꼬리는 문 사색은, 자기변명으로 끝났다.

그러나 우리는 저 산들을 주름잡은 건 확실하다.

 

혹시 콜비주차장에서 우리를 태우지 않고 패스할까 봐 뛰듯 걸었다.

라운드 피자집에서 미세스 박이 감투를 썼다.

키 크고 싱거운 사람이, “피자 소믈리에라는 직함을 만든 것.

 

피자 감별사.

감투 덕분에 진짜 맛있는 피자를 먹었다.

20241208_142917.jpg

 

 

PS. 이규영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침에 고속도로를 막아 산행 불참하고 돌아간다는 전언.

 

 

 

 

 

피자값이 줄었으니까, 그 또한 고마운 일 ㅎ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