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5/ 24 팀버 산행
2024.12.16 13:50
오늘 팀버 산행엔 모두 14명이 참여했네요.
카풀 장소에 아주 반가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그 얼굴을 보며 문득 머리에 쥐 나는 공자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읽으려 책장을 펼치면 자동으로 수면제가 되는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
번역은 간단.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우리 산악회 김재권 서울지부장이 사위 신동철 회원과 나타났네요.
김재권 지부장은 우리 산악회 고참입니다.
미국에서 무수한 산행을 인도했던 사람.
올 2월 팀버 설산행을 했으니, 10개월 만에 다시 찾은 겁니다.
뚜벅이는 뚜벅이를 압니다.
돈도 안 되고 벼슬도 안 되는, 뚜벅 노동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들.
또 그걸 배우겠다고 동참한 회원들.





그래서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생겼겠지요.
고참 회원이었던 김성진, 써니 부부도 지부장을 보려고 나왔습니다.
써니씨 다리 근육은 우리 산악회가 알아주는 강골입니다.
태평양을 건너 친구가 찾아왔으니 오늘 산행이 즐겁겠습니다.
모처럼 북적이는 상황이라 유회장의 스크레칭 구호에 힘이 들어가네요.
무릅기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산행에 나섰습니다.
12월도 중순이니 이제 대기가 싸늘합니다.
그러나 심각한 눈 가뭄이라 아직 소나무들이 청청한 푸른빛입니다.
최고봉 발디에도 눈은 없네요.
가뭄이라 아이스하우스 계곡물도 많이 사위었습니다.
등산로는 한가합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주차장 빈자리도 용케 찾았네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추지만 트레일엔 간혹 얼음도 보이네요.






발걸음을 옮길수록 숲은 더욱 깊어집니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자연의 만든 소리만 들려옵니다.
바람이 나뭇가지가 흔드는 소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역시 자연인 내 숨소리.
지그재그 가파른 길을 오르는 동안 숨이 턱에 닿네요.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뉴스가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이잖아요.
와인을 홀짝거리며 며칠 지켜본 시차 틀림 후유증일 겁니다.
그동안 우리 산악회는 팀버를 ‘작은 산’이라고 치부해왔습니다.
절대 그런 산이 아닙니다.
고도 차이가 3600피트 정도이니 쉬운 산이 아니지요.
수 십년 전에 만화 시나리오 ‘산신령교 교전’을 투다닥 한 게 있습니다.
8급부터 9단까지 바둑의 급수를 패러디한 거지요.
8단 - 소산입산(小山入山) 이 부류는 겸허하게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안목이 있느니, 그런 작은 산을 즐겨 찾는 시기가 되었니라. 그러나 죽어도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 올라간다는 말은 안 하느니라.
특징 /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에 비례하여 입에는 양기가 올라, 남산 같이 조그만 산을 오르고 난 뒤, 뒤풀이 시간이 되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특성이 있느니라.
지금 나에게 8단 현상이 나타나려 하고 있네요.
아직은 아닌데... 한국 뉴스 때문인데... 변명을 해도 힘드는 건 마찬가지.
참고로 입신(入神)의 경지인 9단이 마지막입니다.
9단 - 입산금지(入山禁止) 이미 죽어 코딱지만한 산에, 아니 봉분에 깔려 있느니라. 헐~
그동안 이 비급(교전)은 설산의 어느 동굴에 묻혀있다가, 말법시대가 도래함을 말해주듯 다시 강호에 등장했다.* 자신이 산신령교의 어느 급에 해당하는지 잘 파악하고 바로 입교원서를 쓰시길... ㅋㅋ. 예전 하이텔 시절에 피씨통신에 떠돌던 ***작가의 글.





문득 김재권씨와 2월에 이 산을 올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면 볼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이 팀버 설경은 인근의 산에서 으뜸입니다.
쭉쭉 솟은 소나무들이 몽땅 크리스마스트리가 되는 놀라운 풍경.
나뭇가지마다 크리스털 닮은 얼음 방울들.
겨울 팀버 산행은 자박자박 크렘폰에 밟히는 리드미컬한 음향에 스스로 힘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기온이라 트레일엔 먼지만 폴폴 나네요.
그래서 힘이든 건지, 8단에 입문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나를 독사 약 올리듯 김재권 지부장과 이정호 회원은 널널합니다.




마침내 팀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14명 전원 등정.
푸른 하늘과 푸른 산맥이 조화를 이루는 정상의 조망.
시쳇말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네요.
정상 넘어 우리가 늘 점심을 먹는 명당 장소로 내려갔습니다.
이곳은 바람도 없는 곳.
잣이 지천이라 어느 해엔 그걸 한 웅큼 주어 먹은 적도 있네요.
점심을 먹은 후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을 서두릅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아이스하우스 캐년은 어둡습니다.
겨울 해는 노루 꼬리처럼 짧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길어진 그림자 앞세우고 무사히 모두 하산을 마쳤습니다.



뒤풀이는 김재권 지부장과 갑장이자 절친인 김성진, 써니 부부가 거하게 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산이 준 뚜벅이 인연은 색깔이 없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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