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01/ 26 트윈픽 산행
2026.02.12 00:59

오늘 산행엔 6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오늘 목적지 트윈 픽은 힘든 산으로 소문나 있는 곳.
멀기도 해서 오랜만에 찾아 온 오지의 산이다.
샌개브리엘 야생 구역에 위치한 산은 이곳을 관통하는 등산로가 없다.
그 말은 산 넘어갈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예전엔 곰 사냥꾼만 찾았다는 야생 구역답게 원초적 자연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강필성씨의 조언대로 트리포인트(Three Points)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은 낯익은 곳이지만, 이 코스로의 산행은 가물거리는 기억속에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주차장은 우리 산악회 회원들로 바글거린 적이 있다.
이 주차장 연결도로 끝에 있는 밴디도 단체 캠프장이 우리 산악축제 단골 행사장이었기 때문.
2~3백명이 모여 풍악도 치며 즐겼던 뚜벅이끼리의 산악축제.
그 시절이 흘러갔듯 그때의 열성적이던 회원 중 몇 명도 따라갔다.
진심으로 열심히 봉사하고 진정으로 즐거워했던 회원들.





그때 그 얼굴이 떠올랐다.
그 사진을 감상하려면 아래 링크를.
http://www.kaac.co.kr/index.php?mid=album2&page=4&document_srl=179930
트리포인트에서 출발은 PCT와 겹친다.
테일러 유씨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
이틀 전 20km? 20마일? 마라톤을 뛰고 왔단다.
대단한 체력임은 진즉에 발디봉에서 알아봤다.
무릅기도를 올린 후 산행 출발.
2번 도로를 건너 PCT 표시를 따라 오른다.
잠시 후 워터맨 트레일과 갈림길을 만난다.
우리는 워터맨 트레일 쪽으로 가야 한다.





트레일은 통째로 전세 낸 길.
산행하는 인간들이 우리뿐이다.
길을 이어가며 잊혔던 옛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
기억 창고에 묶여 있던 기시감이 툭~ 튀어 오른다.
워터맨 만의 특징인 둥글고 부드러운 기묘한 암석 군락이 반갑다.
산행 초기엔 죽어라 뒷사람 발꿈치만 보다 하산했다.
하지만 고참이 되면 주변을 휘휘 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는 법.
휘휘 돌아보니 예전 이 길에서 느꼈던 감흥이 오소소 살아난다.
기암괴석이 특징인 이 트레일은 한국 갸야산 만물상 코스를 빼다 닮았다.
그때도 그 생각을 한 것이 돌머리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돌이라 돌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돌이 만든 풍경은 이곳밖에 없다.
고도를 올리며 샌개브리엘 월더니스 표지판을 만난다.
이제 야생으로 들어간다는 것.
울창한 제프리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왜 LA 인근 산에서는 고도가 높아야 소나무들이 사는가?
그것이 궁금하다.
숲 사이 가라앉은 원시 계곡이 깊고 그윽하다.
과연 미쿡은 땅이 넓다. 





그럼에도 좁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린란드를 합병한단다.
한반도 열 배, 남한의 20배 크기 땅을.
툭 터진 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시원?
아직 겨울 한가운데인데 시원?
오늘 산행 중 혹시 눈을 만날까 봐 마이크로 크램폰을 챙겨 넣었다.
그런 칭찬받을 준비성이 말짱 꽝~!
나무 사이로 지난주 오른 발디봉이 보인다.
정상만 마른버짐처럼 눈만 히끗한데 세상은 봄... 아니 초여름이다.
첫 번째 개울을 만났다.
워터맨 능선 역시 LA산답게 물이 귀한 곳인데 작은 개울이라니.
깊은 계곡과 수석과 숲을 즐기는 산행에 졸졸거리는 물소리 음향까지?
시청각 산행을 즐기라는 자연의 배려?
그런데 작은 계곡은 무려 6개나 나타났다.
산이라는 천연의 댐이 흘려 주는 물.
졸졸 소리를 내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숲이 움켜쥐었다가 풀어 준 한 방울, 두 방울의 물 들이 모였다.
지금 발걸음에 졸졸 화음을 맞추고 있다.
이 물은 어디로 갈까?
또 씰데읍는 상상이 시작된 걸 보니 트레일이 쉽다는 말.
노세노세의 형이 아닌, 철학자 노자老子라는 양반을 찾아간 적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로 갔다는 말이 아니고 그 사람 이름을 딴 중국 노산을 올랐다는 것.
노자의 산답게 그가 쓴 도덕경(道德經)이 어마무시한 절벽에 새겨져 있었다.
다른 말은 머리 쥐 나지만, 하나 알아들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로 좋은 것은 물과 같다. 왜냐하면 물은 다투지 않으면서도 만물을 이롭게 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 머물기를 싫어하는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이 작은 계곡물이 언젠가는 바다에 도달해 여정을 멈출 것이다.
그 긴 시간을 물은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떨어지고, 깨지고, 휘몰아쳐도 그저 흐를 뿐 다투지 않는다.
나도 살아가며 그러려고 노력했을까?
흐~ 어림없다.
지나고 나면 참 부질없음이여, 후회만 남았다.
혹여 떠벌이의 의미 없는 말에 상처를 입은 분이 계시다면 용서를.





5.2마일 지점에서 워터맨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의견이 두 팀으로 나뉘었다.
겨울 해가 짧으니 트윈픽을 포기하고 가까운 워터맨 정상을 오르자는 말.
그러나 우리 유회장이 누군가.
한국에는 허경영, 미국에는 유경영이 있다.
유고집답게 정석대로 트윈픽을 오르자는 말.
이럴 때 상선약수의 해결책이 필요한 법.
다투지 말고 물 갈라지듯 두 팀으로 헤어져 행하자.
그후 나중에 물처럼 합치면 된다는 말.
졸졸 교향악을 들으며 묵상 속 길에서 얻은 상선약수의 교훈를 써 묵었다.
그때였다.
“안 됩니다. 한 팀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내 배낭 속에 챙겨 온 먹거리 때문입니다.”
어쩐지 테일러 유씨는 이 산행이 매우 힘들게 보였다.
지난주 펄펄 날던 기억이 나서 마라톤 후유증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무거운 배낭이 먹거리 때문?
모든 이론과, 고집과, 철학은 먹거리 앞에서는 한방에 무용지물.
5초도 안 되어 합의.
한 팀으로 트윈픽 새들까지 가서 묵는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런데 1마일 밖에 안 되는 내리막길이 고역이다.
산불이 나서 트레일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
길 없는 길을 뚫어 가며 새들로 내려섰다.





배낭속엔 갈비? 샌드위치? 빈대떡?
상상으로도 군침이 돌아 빨라진 발걸음.
물이 졸졸 흐르는 명당을 찾아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짜잔~ 갑자기 광어회가 나타난다.
그것도 한국산.
광어 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심했다.
비자 걱정 없이 태평양을 건너 샌게블리엘 깊은 산맥 야생 지대까지 오다니.
더위에 상할까 봐 얼음까지.
초장에 와사비에 접시까지.
그것뿐일까.
복분자술, 백세주, 정종까지 셋트.
정종은 따끈해야 한다며 리엑터에 물을 끓여 덥힌다.
마지막으로 시에라컵처럼 품위없는 곱뿌는 가라.
짜잔~ 진짜 유리 소줏잔 6개 등장.
김혜경씨가 슬쩍 행복한 미소를 보낸다.
이러니 배낭 무거운 이유를 알겠다.
물론 술은 많은 양은 아니다.
그저 바다 건너온 팔자 사나운... 팔자 복 받은 횟감에 어울리게 적은 양.





누군가 한마디 했다.
“유회장님 대표로 요 앞에 빤히 보이는 정상을 다녀오세요.”
으허허허~ 유회장 특유의 웃음이 트윈픽을 흔든다.
그때도 점심 자리 옆 계곡에는 상선약수가 졸졸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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