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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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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Strawberry Peak 산행은 6명이 나섰다.

지난주 처음 올라간 발디봉 옆 선셋피크에 눈이 없었다.

 

발디 근처 산에서도 못 만난 눈을 양지바른 딸기봉에서 만날 일은 없을 터.

그래서 출발하며 스팻츠와 마이크로크렘폰을 차에 빼놓았다.

 

감기 때문에 고생한 김종두씨 부부는 레드박스 출발.

유회장과 이규영씨와 난 콜비캐년으로 오르기로 했다.

 

사색(思索)의 트레일을 거처 딸기봉 메도우를 횡단하는 길.

산행은 각자 한 후 레드박스에서 만나기로.

 

레드박스에서 딸기봉 정상은 8마일 쯤.

사색의 길을 12마일쯤이니 좀 더 걷고 싶은 욕심.

 

카풀로 달리는 2번 도로는 온통 푸르름.

2월이니 아직 겨울이 깊지만 벌써 봄이 산하를 점령한 듯싶다.

 

등 푸른 생선처럼 살아서 벌떡벌떡 달리고 있는 푸르른 산맥.

몇일 전 내린 폭우 덕에 산야가 더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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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 샌개브리얼 산맥은 어떤 존재일까?

 

놀이터이며, 건강 지킴이인 동시에, 배설 해방구.

실시간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아 확인의 산.

 

출발 할 때는 봄이었는데 고도를 올리니 바뀐다.

멀리 배든 파월 정상이 히말라야 흉내를 내고 있다.

 

과학은 정확한 것.

하얀 설선이 칼로 자른 듯, 아래쪽 푸름과 깨끗하게 나뉜다.

 

눈 쌓인 산맥이 히말라야 흉내를 내는 걸 보니 생각이 바뀐다.

애초 계획한 사색의 길이라 불리는 높은 능선길은 긴 응달 길.

 

눈이 있을 확율이 백프로.

사색의 길이라는 말답게 사람들이 잘 가는 트레일도 아니다.

 

크램폰을 놓고 온 걸 생각하니 포기가 정답.

그래서 한 팀으로 레드박스Red Box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사색의 길을 포기한 건 잘한 판단.

크램폰 읍씨 갔다가 증말 사색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물론 그런 판단이 들면 돌아서겠지만 무리는 말자.

산이 딴 곳으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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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박스 도착하니 윌슨산을 오르는 도로가 눈 때문에 폐쇄되어 있다.

지난주 억수로 퍼부은 비가 이곳 고산에서는 눈이 되었던 모양.

 

눈 귀경 나온 사람들로 주차장이 만원.

그러나 딸기봉은 표고가 낮은 편이고 양지쪽이니 눈도 적을 것이다.

 

흘낏 정상을 보니 딸기화채에 하얀 설탕 가루를 뿌려 놓은 정도.

첫 번째 새들에 오르니 눈이 제법 많이 보인다.

 

그러나 양지쪽엔 눈이 녹았다.

갈림길은 돌아 응달로 들어서니 눈이 얼어 있다.

 

크렘폰 신기도, 그냥 가기도 애매한 길.

일행들은 크렘폰을 꺼내 신는다.

 

몇 달 동안 배낭에서 잠자고 있던 나으 크렘폰

지난주 눈 없는 산행 한 번 했다고 그걸 차에 빼놓다니...

 

뭐 조금 가다 위험하면 하산하자.

그런데 곁에 가는 이규영씨는 왜 크램폰을 신지 않을까?

 

배낭속에 있다고 하던데.

그녀가 보기에도 신을지 말지 애매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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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쪽엔 눈이 없고 응달엔 눈이 많다.

고도를 올리니 다운타운 빌딩 숲이 아스라히 보인다.

 

어깨 걸고 달리는 산맥이 푸른 파도처럼 일렁인다.

좋다.

 

풍경 좋고, 공기 좋고, 몸뚱이도 신난다고 아우성.

이런 게 사는 건데, 골치 아픈 대통령은 왜 하는지 몰라.

 

그래서 우리가 대통령 안 하는 걸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잘 사는 게 별 건가? 이게 잘 산다는 증거지...

순한 능선 길을 훠이훠이 걸으며 행복하다는 생각에 빠진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우리 산악회다.

드디어 정상과 메도우가 갈라지는 새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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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판단 잘했다.

애초 계획한 메도우 쪽 트레일엔 눈이 많고 발자국도 안 보인다.

 

정상으로 접어들자 고도를 높인 덕인지 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모두 크렘폰을 신었지만 나와 이규영씨는 그냥 오른다.

 

내가 크램폰이 없다는 말을 그녀에게 안 한 것인지 모른다.

크램폰 없이 올라가는 나를 보며 이규영씨도 자신을 얻은 걸까?

 

세상에는 꼴통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말 드럽게 안 듣는 시애비, 애미라 한다.

 

내가 그런 말을 듣는 애비 중 하나다.

안전하게 크렘폰을 신으라고 해도 안 신는 꼴통.

 

난 아니다.

읍으니 못 신은 것.

 

눈이 점점 깊어지고 미끄럼이 심해진다.

양손으로 지탱하는 트레킹 폴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발은 미끄러지는데 팔로 버티는 사지마비.

내가 힘든데 이규영씨는 더 할 것이지만 왕고집.

 

발바닥은 지옥이지만 파노라마 풍경은 기막히다.

이 딸기봉 설산행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오늘 풍경이 압권.

 

시와 때와 모든 조건이 맞아야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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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데 오늘 한 수 배웠다.

 

왜 여자들은 사진 찍을 때 다리를 꼬아요?”

진짜 몰라 묻는 질문.

 

김혜경씨가 알려 준다.

출산하면 다리가 O짜가 되기에 그렇고 롱다리로 보이려고 그런다고.

 

그런 깊은 뜻이!

그때부터 나도 사진을 찍으면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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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정상에 올랐다.

다리를 꼰 채 정상 증명사진 찍고 하산 시작.

 

말 안 듣는 시어머니 이규영씨가 드디어 크렘폰을 신는다.

참 개성 있는 성격이다 ㅎ

 

쇠발톱 신은 동료들에게 하산 길은 즐거운 노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믿는 게 두 팔 트레킹폴 뿐.

 

얼마나 용을 썼는지 사지마비.

~! 김종두씨가 넘어진다.

 

크렘폰을 신고도 넘어지는 눈 길인데 나는 안 넘어졌다.

그러니 사지마비는 당연한 일.

 

긴장 속 굼벵이 하산이 시작되었다.

조망이 멋진 바위에 점심을 먹는다.

 

하얀 눈에 복사되었던 자외선 탓일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김규영씨가 준 김밥이 이렇게 맛있는 건 줄 처음 알았다.

설국 속에서 다운타운을 눈 아래 두고 즐긴 점심.

 

저 빌딩 가운데 꽤 고급 지다는 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먹은 풀코스 요리와 딸기봉 김밥을 비교한다면?

 

비교할 걸 해야지.

그때 먹은 풀코스는 벤소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김빱은 다르다.

 

이걸 먹어야 지금 두 팔로 지탱하며 용을 쓰고 하산을 할 수 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 쓰던 근육에 주입된 김빱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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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미끄럼 하산 시작이다.

죽을 염려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미끄러지는 게 무섭다.

 

긴장하니 발밑만 보인다.

눈 아래 펼쳐진 다운타운 구경 좋아하네.

 

구비구비 겹쳐진 푸른 산 경치 좋아하네.

등산화 아래는 이제 행복이 아니라 미끄럼 공포만 쌓여있다.

 

평소 안 쓰던 날개를 혹사시켜서 인지 쥐도 난다.

내려가면 당장 크렘폰을 찾아 배낭에 넣으리라.

 

여름이 와도 그걸 메고 다니겠다.

그러니... 미끄러져 자빠지지 않기를.

 

준비성이 없으니 그럴 줄 알았단 말 듣지 않기를.

그 기도빨이 먹혔는지 무사히 묘기대하산을 마쳤다.

 

설선 아래로 내려서니 또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

산천초목이 싱그럽고도 푸르른 게, 오늘도 비타민 제대로 맞았구나.

 

사람 마음 이렇게 간사하다.

오늘 찍은 행복한 사진.

 

그건 우리 홈페이지 그림 일기장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뒷풀이로 라운드피자로 달렸다.

 

이규영씨가 김빱으로 감동시키더니 당번도 한단다.

그러나... 오호~ 통제라!

 

유회장이 결혼 00년 기념식이라 집에 가야 한단다.

오호~! 기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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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피자에서 우리끼리 유회장 00년 기념식을 축하하며 잔을 부딧쳤다.

그런데 갑자기 반가운 얼굴들이 들어선다.

 

한미산악회 뚜벅이들.

그들은 콜비캐년으로 올라 암벽 릿지를 타고 정상을 오르려 했단다.

 

그러나 너무 위험해 보여 그 루트를 포기.

암벽 리지 포기는 잘한 일이다.

우리가 사색의 길을 포기한 것처럼.

 

예전에 그 코스에서 사고가 나 우리도 정기산행에서 빼 버렸다.

무리할 이유가 없어야 오래 산을 즐긴다.

 

사지마비 산행 끝났지만 나는 안다.

내일쯤 안 쓰던 근육통이 나타나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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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뒷풀이 이규영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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