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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WeeklyMountain 에서 신영철작가를 취재한 기사입니다 -

<주간초대석>
산악문학 작가 신영철씨

  


'나는 산악인 입니다.'

산악문학. 뜻풀이를 하자면 산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일컫는 말이 된다. 문학이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 논한다면 웬만한 사람은 그 정의조차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련만 앞에 ‘산악’이란 단어가 붙어 의미를 한정해주고 있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하지만 신영철씨는 단호하게 말한다. “산 또한 그렇게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글의 소재로만 얘기하자면 평생을 가도 다 풀어내지 못할 작업이라고 할까요?”이번 호에서는 산악인이자 산악문학 작가인 신영철씨를 만나 그의 산과 책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멋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산에 이끌려

1951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산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상하게 산에 가면 그 고요함과 평화로움에 자꾸 마음을 빼앗기더라고요.”범상치 않은 첫 마디를 떼는 신영철씨. 사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런 끌림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당시 철부지였던 그가 이유도 모르고 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현재 자신의 모습까지 이어지게 될 거라고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저희 때 소풍이라고 가 봐야 동네 뒷산 아닙니까?”라며 웃음 짓는 그의 산과의 인연은 기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된 듯 했다.

신영철씨는 고교 2년생이 되면서 산악부에 가입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수직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옛날 동네 뒷산에서 뛰어 놀던 개구쟁이는 히말라야 원정만 18회를 다녀온 베테랑 산악인으로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때로는 원정대의 대원이나 원정대를 이끄는 대장의 자격으로, 때로는 책 소재와 기사거리를 찾고자 하는 기자이자 작가의 신분으로, 그가 산(山)에 관해 쌓은 내공은 그 창작세계 만큼이나 깊게 느껴졌다. 현재 신영철씨는 월간 ‘사람과 산’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작가로써 집필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5년 제 55회 문학사상 장편부문에 당선되기도

작가 신영철씨의 집필활동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간 ‘사람과 산’ 잡지사의 창간 멤버로써 처음에는 저널리스트로써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의 글만 쓰다 보니 어느 날 내 글을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지난 199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집필활동을 계속 하던 도중 2000년 미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이 당선되면서 작가로써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작년 제 55회 문학사상 시상식에서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신영철씨의 소설 ‘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가 장편부문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다. 작가가 쓴 작품이 공모전에서 당선된 게 무슨 사건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산악인 출신의 작가가 ‘산’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에 당선된 것은 문학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작가 스스로 첨예한 등반을 몸소 행했던 등반가 출신이기에 그의 소설은 극적 긴장감이 책 곳곳에서 펄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당시 ‘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는 경험이 없이 작가적 상상력만으로는 절대로 풀어낼 수 없는 얘기들을 자신의 경험과 문학적 표현력의 적절한 조합으로 엮어낸 현장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었다. 이는 실제로 너무나 맞는 얘기이다. 장르가 조금 틀리긴 하지만 이른바 국내최초 본격 산악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마케팅에 열을 내던 영화의 개봉소식에 가슴 두근거리며 상영관을 찾았다가 산악인의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에 쓴 웃음을 지으며 문을 나설 때에 우리는 얼마나 허탈했던가?

신영철씨의 말을 빌리면 현재 ‘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는 일본의 모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고 내년 1월에는 일본에도 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글은 손이나 머리가 아니라 발로 쓰는 것

신영철씨는 자신의 작가적 신념은 글은 발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또 비슷한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항상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최근에 또 한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신영철이 만난 휴먼알피니스트』라는 책인데요. 이거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손이 아니라 발로 쓴 글이라는 거 한 가지는 감히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 기자도 읽어본 적이 있는 책이었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룬 26명의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 작가는 때로는 에베레스트, K2와 같은 고봉의 자락으로, 때로는 미국까지 날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 그의 이러한 집필활동은 살아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그의 작가적 고집에서 기인한다. 또 ‘산’ 이야기를 이른바 ‘산쟁이’만큼 잘 풀어낼 사람은 없다는 믿음도 작용한 듯하다. 신영철씨는 앞으로의 집필 방향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산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고민했던, 그리고 산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들을 계속 다뤄 보고 싶다고 했다.


산악인이라고 불러주세요

문득 신영철씨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본인이 산악인과 작가, 두 부류 중에서 어디로 나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산악인이지요.”라며 짧고 굵게 대답했다. 또 그는 “저는 평생 산을 다닌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글은 제 인생에서 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하면 부수적인 겁니다. 또 제 글이 그리 대단하게 주목받을 만한 수준이지도 못하고요.”라며 겸손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언젠가 사석에서 신영철씨가 가수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제법 구성진 음성으로 휘적휘적 손짓까지 섞어가며 술에 취해, 곡에 취해 노랫가락을 훑어가던 그 모습은 이후 그를 떠올릴 때마다 마치 트레이드마크 마냥 기자의 기억 속에서 오버랩 되곤 했었다. 목 낮은 음성으로 산을 오르는 행위는 동료와 함께라도 본질적으로 홀로 오르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산악인 신영철씨. 홀로 산과, 그리고 대자연과 마주하고 묵상(默想)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그에게서 그 내면에 감춰진 맑고 순수한 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글ㆍ사진 김민수 기자

  
[위클리마운틴 | 200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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