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3/ 25 루켄스 봉 산행
2025.07.14 12:30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금방이라도 울 듯 하늘님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왠 재수.
오늘 올라야 할 루켄스 봉은 그야말로 양지바른 산.
‘양지바른 산’이라 함은 겸손의 표시.
사실 루켄스 봉은 그늘이 드문 홀라당 벗은 알봉이다.
그 해 뜨거운 여름 호된 산행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흐린 하늘이 고맙다는 말씀.
운이 좋다면 오늘 산신령처럼 구름 속을 걸을 수도 있다.
보너스로 구름 바다를 이룬 천지개벽 풍경을 만날 지도 모른다.
7월 염천하 알봉 산행을 스케쥴로 넣은 사람을 잠시 원망한 적도 있었다.
울려는 하늘을 보며 그 사람에 대한 반성.





3명이 모여 카풀로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왠 왕 재수! 는 요기까지...
트레일 입구에 도착하자 구름이 물러가고 깡패 같은 햇살이 우리를 맞는다.
폭탄처럼 퍼 붇는 햇살 속 아득한 정상엔 방송국 안테나가 우뚝하다.
그러나 일주일 일용할 충전을 위한 산행인데 더위 좀 먹은들 어떠랴.
정상아 우리가 간다! 기다려라.
산행 인원이 적어도 해야 할 일은 있는 법.
“무릎아, 오늘도 즐겁게 우리를 인도해 다오”
대덕 고승의 법문처럼 만트라를 외우고 출발.
7월 햇살은 사전에 나온 대로 진짜 뜨겁다.
아이스하우스 캐년 그늘이 그립고 물철철이 부럽다.





오늘 뜨거운 산에서 우리 몸은 반숙이 될 것 같다.
겨우 허리께까지 오는 잡목 그늘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
우리 산악회가 부르는 깃대봉까지 그야말로 알봉 산행.
깃대봉엔 대형 성조기가 풀이 죽은 채 매달려 있다.
펄럭여야 할 깃발이 풀이 죽어 있다는 요 말은 바람도 없다는 말씀.
잠깐 다리 쉼을 하고 햇빛 하얀 세상으로 돌격.
우크라이나에 퍼 붙는 벌떼 드론처럼 햇살은 가히 폭력적이다.
혹시 몰라 4통의 물을 챙긴 내가 고맙고 기특하다.
LA근교 산 중 가장 높다는 루켄스 봉.
오리 홈피에도 있듯 이 산에 대한 강한 추억이 있다.
알봉답게 눈이 없었던 이 산이 설국으로 변했던 날의 산행.
그때 눈이 행복했던 산행이 거짓말이었을까?
이렇게 계절 역시 숨 가쁘게 바뀌고 있다.
동료들 얼굴이 붉게 익었다.
독한 사람들.
이 햇볕의 폭력에도 산행 그만하자는 말이 없다.




드디어 능선을 이어가는 소방도로를 만났다.
이제 정상은 한 시간 거리.

숨어 있던 산 반대편이 훌쩍 나타난다.
조세핀, 딸기봉, 배든파월 봉이 한 줄로 보인다.
그 산들이 한문으로 산山의 형상을 한 모습이다.
이래서 한문이 상형문자라는 거구나.

더위를 먹은 건가?
아니면 극한 상황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인가?
평소에도 봤었던 산들이 이제 글씨로 보이다니.
하긴 모든 성인들은 산에서 계시를 받았다.
예전에 만화 원작을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대저 인자요산(仁者樂山)이고 입산환희(入山歡喜)라 무릇 사람은 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청청한 마음을 닦는 것. 예수도 팔레스타인 시내 산에서 산상수훈(山上垂訓)을 통해 그 도를 넓혔으며, 석가도 영축산 아래에서 수도를 통해 생사의 비밀을 알았느니라. 단군 왕검도 태백산 혹은 백두산으로 강림하였으며 동학을 일으킨 최재우도 천성산에서 적멸의 이치를 깨우쳤느니라. 근래의 선지식인 성철스님도 가야산에서 입적을 하며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니라>하며 헷갈리는 열반송을 남겼느니라. 또한 우리의 선대들도 죽으면 땅에 묻혀 봉분을 쌓느니, 그것이 바로 또 하나의 작은 산이 아니더뇨?
또 있다.
무슬림 원조 마호메트도 메카 근처의 히라 산 동굴에서 가브리엘로부터 계시를 받았다.
그걸 받아 적은 것이 경전인 코란.
부처도 예수도 깨달음을 얻은 장소가 루켄스처럼 엄청 더운 산이었다.





손바닥만 한 그늘이라도 나타나면 쉬기 시작했다.
다리심은 남아 있지만 폭주기관차처럼 몸피가 뜨거워서다.
쉬다보니 한 생각이 떠 오른다.
햇볕이 강할수록 그늘이 짙다.
불교의 핵심 교리 연기설.
그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
이 말을 쉽게 풀이한다면 햇님이 있기에 그늘이 있다는 말.
그것이 없으므로 이것도 없다.
웬수 같은 햇님이 없다면 그늘도 없다는 말.
그러면 그늘을 만들어 준 햇님을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씸?
와우~ 자꾸 이런 깨달음이 뒷통시를 친다.






2통째 물맛이 좋은 걸 보면 분명히 더위 먹은 건 아니다.
이러다 오늘 신흥종교 하나 탄생할지 모른다.
무사히 정상에 오른 건 튀통시를 계속 치는 계시 덕분이라 믿는다.
못 보던 정상 표시판이 보인다.
아하~ 이 표시판은 경전이다.
누군가 투켄스봉에서 영감을 얻어 필사한 복음서이다.
그 경전 앞에서 사진 찍는 걸 보면 확실히 깨달은 자일 것이다.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도 이곳이 의심 없이 정상임을 깨달을 것이다.
돈오돈수(頓悟頓修).
불교 용어로 돈오돈수는 ‘한방에 깨닫고, 단박에 닦는다’는 뜻.
우리도 루켄스 정상임을 한방에 깨닫고 단박에 들고 찍었다.





하산 길에도 그노무 깨달음이 자꾸 뒤통시를 친다.
핵핵 올라 올 때 그림자가 앞서가더니 정오 그림자는 머리 정수리만 하다.
일주일 일용할 충전을 마치는 트레일 헤드에서 그림자는 뒤쪽으로 길어졌다.
아아~ 말 없는 그림자도 움직이는구나.
무릇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정말 없구나.






도를 닦은 결과는 극락으로 즉각 나타났다.
모처럼 흥래각에서 유회장이 거하게 쐈으니까.
양배추로 담근 김치마저 맛있다는 걸 보면 유회장도 득도했을까?
진짜 이번 기회에 산신령교 하나 맹그러?
한국엔 허경영이 있지만 LA이엔 유경영이 있다는 걸 믿슙니까?





회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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