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 25 빅혼 산행
2025.07.21 13:43

헛 둘 헛 둘 몸을 풀고, 무릎 기도를 올렸다.
여름쯤 겁나지 않는다는 듯 재잘거리는 아이스하우스 캐년 물철철 소리.
물철철 만큼 이 계곡은 그늘도 철철이다.
그노무 주차장이 늘 만원이라 그렇지 여름 산행은 이곳만 한 곳도 읍따.
일명 정릉계곡.
파랗게 투명한 하늘과 청정한 대기와 삽상한 바람.
이런 천국을 내 발로 스며든다는 게 행복인 줄 진즉에 알았다.
진정한 행복은 등산화 발아래 있는 것.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한다.
꽃분이와 꽃년이 두 명의 이쁜 아가씨가 있다고 치자.
꽃분이는 백번쯤 만났고 꽃년이는 오늘 처음 만난다.
꽃분이와 꽃년이 두 명 중에서 오늘 만날 당신의 선택은?
대답하기 요상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유회장 대답은 정확했다.
꽃년이로 합시다.
그 말은 새로운 여자... 아니 처음 만나는 산길로 빅혼을 오르자는 말.
유회장은 사계절 수없이 빅혼을 올랐었다.
하지만 오늘 만나게 될 꽃년이 길은 처음.
흐~ 이 길이 쬐끔 더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원래 모든 일은 처음이 힘든 거니 께.





한미 산악회원들도 쿠카몽가 산행에 나선 모양.
언제 만나도 뚜벅이끼리는 반갑다.
덕담을 나눈 한미 산악회 팀을 추월하며 폭주 기관차가 된다.
칙칙폭폭 오른다.
가을은 아직 멀리 있는데 상수리나무에는 벌써 도토리들이 영글기 시작.
세상 모든 새끼들은 구엽다는 말을 믿는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아가들도 그렇다.

내 몸을 구성한 세포가 즐겁다고 아우성 치는 느낌.
컬럼바인 샘물에서 이미 비워진 물병에 얼음물을 채운다.
우째서 이 샘물은 겨울에는 따듯하고 여름에는 얼음물일까?
계곡 이름에 그 비밀이?
새들에 도착한다.
당연히 그 많던 눈은 간 곳 없고 청정한 소나무 숲만 그대로다.
누군가 말했듯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무척 짧다.
이 푸르른 숲이 동화 속 겨울왕국이 될 시점도 불과 몇 개월 밖.
자~ 이제 여기서 꽃년이를 만나러 방향을 틀 때.
만나려면 아이스하우스 캐년 새들에서 쿠카몽가쪽으로 가야한다.
거기서 만나는 두 번째 새들에서 빅혼쪽으로 방향을 바꿔 오르면 된다.





그동안 우리 산악회는 캘리캠프를 지나 노멀루트와 숏커트 트레일만 이용했다.
그러므로 백번쯤 걸었던 꽃분이 길.
유회장이 오늘 처음 만날 꽃년이 길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이 트레일은 지도에도 없는 길.
마니아들만 입소문으로만 아는 비밀의 길이다.
예전 다리심이 좋을 때 쿠카몽가 하산길에 가끔 꽃년이 길을 이용했었다.
우리가 즐겨 이용했던 꽃분이 길보다 이 길은 2마일 정도 길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 새들에 도착하니 능선 뒤에 숨어 있던 업랜드 시가지가 둥실 떠오른다.
갈림길 여기서 빅혼 정상까지 가파른 리지가 이어진다.
어슴푸레 길이 보이긴 한다.
무조건 의심 없이 리지를 따라 오름짓을 해야한다.
도시엔 스모그가 자욱하다.
그 경계선을 넘어선 아득한 산길.
이곳에선 푸른 하늘 뭉게구름이 원색으로 선명하다.
가파른 능선 길이므로 양쪽 조망이 좋다.
거침없이 사방이 툭트여 땀을 씻는 바람처럼 시원하다.





첫 키스.
첫 만남.
꽃년이를 처음 만나는 유회장 느낌은 어떨까?
원래 남자들이 더 부끄러움을 탄다.
그래서 그런지 유회장 얼굴이 빨간 홍당무가 되어 있다.
첫 만남이 부끄러운 건지, 가파른 리지 길이 힘들어 그런지, 모르겠다.
고사목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경사각이 죽는다.
이제부터 정상 부분 쉬운 길이 나타난다.
죽어서도 당당하게 서 있는 고사목이 예술이다.
비가, 눈이, 혹은 바람이 조각해 놓은 예술품 전시장.
그 예술품 사이로 발디봉이 우뚝하다.
정상엔 우리 뿐.
이곳에도 못 보던 정성을 들인게 분명한 정상 표시판이 있다.
우리만 모르는 사이 정상에 예쁜 표시판을 만들자는 운동이 펼쳐졌었나?
꽃년이처럼 화장 예쁘게 한 표시판을 들고 찰카닥.
찰카닥 찰카닥 찰카닥.
점심으로 싸 온 빵이 웃긴다.
자신 이름처럼 빵빵하게 봉지가 부풀어 있다.
고소라는 말.







에너지를 채운 후 하산을 시작한다.
겨울철이면 눈썰매를 타며 하산하는 바로 그 가파른 코스.
아이스하우스 새들까지 불과 30분밖에 안 걸렸다.
그만큼 이곳도 가파르다는 말.
백번 이상을 만났던 꽃님 길을 따라 ‘섬집 아기’ 동요를 휘휘불며 하산.
문득 너는 행복한가? 하고 묻는다.
‘누죽걸산’을 믿기에, 믿는 자는 언제나 행복한 법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은 그래서 복음이 된다.
오늘도 행복은 바로 내 등산화 아래에 있다는 각성.
하산을 마칠 즈음 ‘탁족’을 했다.
올들어 처음.
왜 아이스하우스 계곡인지 새삼 안다.
5분이 뭐야 1분도 못 버틸 얼음물.





문득 유회장에게 꽃년이를 만난 느낌이 어떻냐고 물었다.
좋네요.
꽃분이든 꽃년이든, 하나가 아니라 둘 모두 다 좋다는 말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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