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03/ 25 쿠카몽가 산행
2025.08.04 14:36
쿠카몽가 산행엔 4명이 나섰다.
내 기도빨이 통한 게 오늘 처음이다.
카풀로 아이스하우스 캐년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만석.
그러나 나으 간절한 기도가 하늘을 울렸다.
없던 자리가 하나 비어 있다.
아마 캠핑을 끝내고 일찍 하산한 사람 덕분 일터.
헛둘 헛둘 합동 준비운동을 하고 기도... 주문을 외운다.
무릎아, 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부탁한다.
우리 주문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읍던 주차장 자리 나타난 것처럼 진지하면 하늘에 통하니까.
오늘따라 더 진지한 이유는 더위와 높은 난이도 때문.
왕복 12마일에 극복할 고도 차이가 4,150피트.
햇빛 아래 홀라당 벗고 눈앞에 우뚝 선 발디봉과 비교해 보자.
발디는 왕복 8.8마일이고 고도 차이는 3,923피트.
쿠카몽가 봉이 더 길고, 더 높다.
그러니 기도가...아니 주문이 진지할 수밖에.





산행을 시작하니 어째 요상하다.
산불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로 계곡에 옅은 연무가 고여있다.
먼 산들이 안개를 대신한 연기로 진경산수화처럼 아스라히 겹쳐 보인다.
산불이 이쪽에서 난 게 아닌지 트레일은 열려 있다.
오늘 하산주는 내가 쏩니다.
이규영씨가 가로막고 나선다.
아니에요, 오늘은 내가 당번합니다.
아들이 29일 쌍동이를 낳았거든요.
그래서 득손 턱을 낸다는 것.
그래서 당번을 빼앗겼고 나는 다음 주로 미뤘다.
이규영씨 천천히 오세요.
무리하지 말고, 가는 곳까지가 오늘의 이규영씨 산입니다.
통화합시다, 무전기 열어 놓을게요.
아이스하우스 캐년은 여름철 산행지로 제격이다.
그늘 좋아 서늘하지, 물이 많아 시원한 트레일.
맑기도 1급수인 계곡을 끼고 오르는 일은 즐거운 노동이다.
오늘따라 야영을 하고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장소도 제 각각, 캘리 캠프도 있고 쿠카몽가 정상도 있다.
이들은 안락한 침대를 놔두고 왜 풍찬노숙을 하러 산을 오르는가?
나는 그 정답을 안다.
대답은 천가지 쯤 있겠으나, 한마디로 별 만 개짜리 호텔이기 때문.






고마운 컬럼바인 샘터에서 차가운 물을 채운다.
새들에 도착하니 공기도 삽상하고 연기도 더위도 간곳없다.
푸른 하늘이라는 캠퍼스에 구름이 놀고 있다.
그림이라도 그려놓듯 멋진 선과 면을 연출하고 있다.
코발트 빛 하늘이 정말 깊고 푸르르다.
돌이라도 던지면 풍덩 소리라도 날 것 같은 심연.
이런 상상도 산을 찾는 이유, 만 가지 중 하나 다.
빅혼봉을 에둘러 쿠카몽가로 가는 트레일.
이 길은 고속철도처럼 속도를 내도 될 편한 트레일이다.
두 번째 새들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정상까지는 수많은 스위치백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뒤로 보이는 빅혼봉.
빅혼 정상을 아래로 봐야 그게 쿠카몽가 꼭대기다.
스위치백 오르며 숨이 턱에 찬다.
정상에서 야영한 산악인들이 하산하고 있다.
그들이 부럽다.





산정에서 야영하면 별 만 개짜리 호텔에 묵는 거라고 했다.
만 개는 겸손하다.
은하수 별을 셀 수 있는가? 그대는?
그걸 보며 잠들기 때문에 별 호텔이다.
그런데 산정에서의 야영은 또 다른 별을 볼 수 있다.
땅에 뜨는 별이 그것.
어스름이 시작되면 상기 일러 하늘의 별은 아직 뜨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쯤 땅 별이 하나 둘 돋기 시작한다.
어느 사이 영롱한 땅 별들이 어둠 속 불야성을 이룬다.
보석을 흩뿌려 놓은 세상.
사람들이 사는 땅을 가득 채운 땅 별.
그때쯤 하늘에도 난리가 나고 있다.
청공을 은편으로 수놓는 달과 별들의 합중주.
흡사 무중력 상태에서 환각에라도 빠진 느낌.
정상에 서면 보이는 온타리오, 포모나, 인랜드의 광활한 도시.
그게 모두 땅별로 도배가 된다는 걸 믿어야 한다.





그런 추억으로 또는 상상으로 힘든 걸 잊자.
꺼이꺼이 올라 쿠카몽가 정상.
수 많은 봉우리들 중 이만큼 가슴이 탁 트이는 경관은 없다.
언제 올라도 그 느낌은 같다.
비행기 창문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느낌.
혀처럼 튀어나온 바위는 우리 산악회 인증샷 장소.
이 바위는 노르웨이 트롤퉁가Trolltunga를 닮았다.
노르웨이 말로 트롤은 도깨비, 퉁가는 혓바닥.
혓바닥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미니어처 트롤퉁가가 된다.
찰칵찰칵(증명사진 찍는 소음)

이건 작품이야 작품. 구름바다와 섬이 된 산 그리고 쿠카몽가 정상의 혀 바위

노르웨이 트롤의 혀, 퍼 온 사진입니다





무전기가 울린다.
여기는 정상입니다 말씀하세요, 이상.
저는 이규영인데요 이제 새들에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상.
이규영회원 배낭 멜빵에 언제나 묶여 있는 무전기.
그 무전기 사용이 처음이라면 이제 ‘이상’무전교신도 배웠다.





간단한 점심 후 하산을 서둔다.
오늘 쏜다는 이규영씨를 너무 기다리게 하는 건 실례가 되니깐 ㅎ
아이스하우스 캐년에 도착하니 헬리콥터가 뜨고 난리가 났다.
한 대도 신기한데 두 대가 동원되었다.
사고라면 아주 큰 사고일 것이다.
비밀이지만 우리 산악회에서도 저 구조헬기를 타 본 사람이 한 명있다.
트레일 입구 그늘에서 이규영씨가 기다리고 있는 중.
산행 중 사슴 사진도 찍고 뱀을 두 마리나 봤다고 한다.
올해는 뱀띠 해, 상서러운 푸른색 뱀 청사의 해이다.
성경에서 죽일 놈을 만들어 그렇지, 동양에서 뱀은 원래 지혜를 상징한다.
뱀을 두 마리나 봤다니 역시 쌍동이 할머니답다.




세로로 찍으면 사진이 이렇게 됩니다
라운드 피자에서 맥주를 마주했다.
29일 태어난 이규영회원 쌍둥이 손자들.
스마트폰 속 일타쌍피 아가들이 너무 귀엽다.
푸짐한 안주와 씨원한 맥주 땜시로 물은 건 아니다.
저기... 이규영씨가 헬기를 보냈나요? 그럼요. 빨리 내려오시라고 보냈습니다. 쌍동이 할머니라 두 대 보낸건가요? 돈이 얼마인데... 우리 집앞 고속철도 역만 생기면 그 돈이 문젭니까. 그런데 이 뒷풀이는 이규영씨가 돈을 내지만 내가 사는 것과 같지요? 그게 무신 말씀? 지난주 딸기봉 산행 때 손자들 이름을 지어 줬잖아요. 큰 놈은 ‘고속’ 작은 놈은 ‘철도’ 그 작명료.
구글 귀신神에게 물었다.
왜 새들쪽에 헬기가 난리가 났는가?
산불 때문이다.
어쩐지 오전의 그 연기가 이 동네 산불 때문이구나.
우리는 고속철도 때문에 재벌이 된 이규영씨가 보낸 거 일수도 있다고 믿었다.
지난주에 이어 이어 이번주 산행 역시 아무말 대잔치로 끝났다.
그러나 또 하루 행복하게 보냈다는 성취감과 자족.
이런 등판에 얼룩진 소금 자국처럼 생생한 느낌이 살아서 천국을 경험하는 게 아닐까?



거기에 뱃속까지 천국을 경험시켜 준 이규영회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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