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9/ 25 온타리오 산행
2025.03.10 15:25

오늘은 모두 다섯 명이 산행에 참석했다.
온타리봉 산행은 생각보다 힘들다.
그건 객관적으로 증명되는데 3,950ft나 되는 고도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트레일 길이도 왕복 13마일이니 발디봉보다 길다.
김종두회원 부부가 이 산을 초등했을 때 한 말이 기억난다.
그때 구름바다를 만났는데 트레일이 너무 좋아 별 힘이 들지 않았다고.
우리는 한 겨울 제일 춥다는 1월에 팀버 산행을 했었다.
눈은커녕 트레일에서 먼지가 폴폴 피어났던 봄 날씨 산행.
이상기후라는 말이 실감 났다.
매년 1월은 우리가 찾았던 어느 산에서나 눈 풍년이었다.
우리 홈페이지에서 당장 작년 1월 정기산행 앨범방 열어도 안다.
눈부신 설국, 눈꽃이 무장 무장 피어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회원들 모두 어린아이가 되어 눈과 어우러지는 풍경.
그런데 올해엔 언 강이 녹는다는 절기인 우수가 지나도 눈이 없었다.
그러다 며칠 전, LA에는 비가 왔다.
얼릉 일기예보 찾아보니 산에는 눈이 올 거라고 했다.
개구리가 폴짝 튀어나온다는 우수 경칩도 지났는데 때늦은 눈?
에이~ 오더라도 금방 녹을 거야.
1주전 운 좋게 만났던 아이슬립 상고대 서리꽃도 햇볕 한 방이면 사라졌다.






온타리오 봉 근처 팀버봉에서 만나 나른했던 봄.
눈은커녕 졸음 오는 따듯함과 트레일 먼지를 경험했는데 눈?
올해는 눈 구경 틀렸다고 확신했다.
이상기후 때문이라지만 좀 억울하긴 했다.
작년 11월부터 배낭 한켠에 넣어 다녔던 게이터와 크램폰은 창고행.
눈이 오는 겨울에 다시 만나자.
그런데 눈이 온다고?
히말라야도 아닌데 3월 온타리오 산에 눈이 온다고?
믿자.
하도 투덜거리니 하늘이 그 입을 막으려 하나보다.
원래 내가 뒤끝이 좀 길다.
창고에서 크렘폰을 다시 꺼내 챙겨 시작된 산행.
늘 좋은 사진을 보여주는 강필씨도 설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표정.







어어? 그런데 좀 이상하다.
오늘 새벽부터 썸머타임이 시작되는 헷갈림에도 주차장이 만원.
아마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눈 구경을 온지도 모른다.
주차장 맞은편 대머리 민둥산이었던 발디봉에 눈이 많다.
역시 기다리는 자에겐 복이 있다.
첫눈 산행이 될 거라는 예감에 세포들이 우르르 일어서는 것 같다.
트레일엔 사람들이 넘친다.
산을 즐기는 사람들을 속된 말로 ‘뚜벅이’라 부른다.
걷는 걸 차 타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들.
산정 눈이 녹아 그런지 아이스하우스 캐년 물소리가 우렁차다.
그러나 아직 산행 들머리에서 만나는 산은 푸른 산들이다.
소나무 나뭇잎도 파랗게 윤기가 흐르는 봄날 풍경.
진짜 봄이니까.
오늘도 하늘 참 환장하게 푸르다.
눈은 없는데 등산로가 얼어 있다.
예스~ 그렇다면 고도를 올리면 눈을 만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7부 능선까지 올라도 눈은 노루 꼬리처럼 적다.
2마일 우리 쉼터에서 안전을 위해 크램폰을 신는다.
눈 때문이 아니라 얼어 있는 트레일 때문.
김종두회원 부부의 크렘폰이 세상 첫 데뷰를 하는 날이다.
그들은 크렘폰 준비는 오래 전했었다.
하늘 심술에 포기했다가 오늘 처음 신어 보는 요상한 겨울 장비.







과학 만세, 높이 만세!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 100m를 올리면 0.6도씩 내려가니 녹지 않은 눈이 있었다.
아이스하우스 새들에 가까워지자 정말 눈 풍년을 실감난다.
이런 눈 폭탄 현상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3월의 꽃샘폭설.
꽃샘추위도 있는데 꽃샘폭설이라고 이름 하나 더 만든 들 또 어떠랴.
새들에서 오른쪽 오타리오 봉으로 가는 등산로에 눈이 깊다.
고마운 누군가 럿셀(눈길을 뚫어 길을 내는 것)을 해 놓았다.
럿셀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등산은 불가능.
길을 만든 얼굴 모르는 뚜벅이들에게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다.
고도를 올리며 내려다보는 세상은 이분법 사진이다.
금을 그은 듯 설선이 뚜렷하여 아래는 초록이고 위엔 하얀 눈.
개구리가 튀어나온 봄답게 바람도 춘풍이다.
눈 산행으로서는 최적의 날씨와 기온.






농담을 건넨다.
‘누죽걸산’이라는 말을 아세요?
사자성어四子成語인 모양인데, 그런 어려운 말 모릅니다.
‘누’해보세요. 누, 누우면
‘죽’해보세요. 죽, 죽고
‘걸’해보세요. 걸, 걸어야
‘산’해보세요. 산, 산다
이 말은 어려운 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의사들의 공통된 처방이니까.
그러므로 우리 두 발로 걷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인생인가.
눈알이 정화되는 겨울동화 설국의 풍경 속.
오염되지 않은 공기 속을 헤엄치듯 걷고 있는 행복감.
이렇게 깊은 눈길을 열어 놓은 얼굴 모를 뚜벅이들에 복 있을진저.
순백의 아름답고 고요한 산.
푸른 창공을 찌르며 곧 추 서있는 나무들의 당당함.
우리도 등산화 밑의 행복을 알기에 언제나 당당할 수 있는 것.
우리 뚜벅이들도 눈길을 따라 칙칙폭폭 잘도 걷는다.
그러나 파란 창공에도 비가 숨어 있는 법.
문제는 빅혼 리지가 시작되는 능선에 올라서며 시작되었다.
켈리 캠프(Kelly Camp)를 지나 힘겹게 올라선 리지.
그동안 능선 뒤에 숨어 있던 업랜드 시내가 확 시야에 들어온다.







처음 온타리오 피크를 올랐을 때 느낌이 떠오른다.
그때 느낌은 ‘독사 약 올리’는 산이 바로 온타리오 피크였다.
리지에서 보이는 눈앞 정상은 가짜였다 1.
그걸 돌아 만나는 정상도 가짜였고 2.
산불로 고사목이 된 숲을 지나 만나는 정상도 가짜 3.
바위 사이 고사목이 우뚝 선 네 번째 봉우리가 정상이었다.
그러니 처음 온타리오 피크를 오를 때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무수히 이 산을 올랐다.
그런데 이곳부터는 아예 뚜벅이들이 길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모든 등산로가 깊은 눈 속에 묻혀 있으니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봐서 아는데 눈길을 헤쳐 나가는 건 정말 중노동이다.
그 길을 만들어 우리가 설경을 즐길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뚜벅이들.
기존의 트레일이 묻혀버렸으니 그걸 찾는다는 건 불가능.
다만 정상이 눈에 보이고 등산앱 도움을 받아 새 길을 낼 수밖에.



그게 문제였다.
처음엔 몰랐다.
그늘이 없는 눈밭이라 지쳐갔지만 파노라마 풍경은 기가 막힌다.
강필씨 카메라가 신났다.
건너편 우람한 발디봉과 어깨 걸고 달리는 하얀산맥.
돌 보면 팀버와 쿠카몽가 그리고 빅혼봉이 수채화 그림이다.
눈 아래는 또 어떻고.
산맥과 산맥 사이, 우리가 올라 온 아이스하우스 캐년은 깊고 깊다.
그런 풍경 속에 모두의 눈알 정화를 이루었던 건 잠시.
눈 길이 가짜 3 세 번째 정상으로 이어진다.
원래는 가짜 3 정상을 끼고 순한 트레일이 이어져야 했던 곳.
그 트레일을 찾을 수 없으니 눈길을 정상으로 연결시킨 모양이다.
처음 올라 가 보는 가짜 정상.
여기까지도 힘들었는데 가파른 정상을 오르려니 정말 힘들다.
슬그머니 여태 칭찬했던 이름 모를 뚜벅이들에게 짜증이 솟는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가던 지 포기하던지.
그러나 우리 산악회 뚜벅이들이 포기할 리가 없다.
꺼이꺼이 가짜 3 정상에 오르니 진짜 정상이 보인다.
정상 봉우리 바위 사이 고사목도 보인다.
고사목이 우뚝 선 곳이 온타리오 정상.
그런데 고마웠던 이름 모를 뚜벅이들이 정말 독사 약 올린다.
진짜 정상을 가기 위해 또 하나의 연결된 정상을 올라야 했다.
생전 처음 산을 두 개나 오르내려야 했던 것.
잠깐 죄짓는 마음이 들었으나 결국 속으로 욕을 했다.
“미친 놈들 무슨 눈길을 이딴 식으로 연결해 놓았어? 아예 길을 안 만들었으면 오지를 않지.
정상이 빤히 보이니 이제 포기도 못하고...”






욕의 힘으로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
여태 힘들다고 투덜댄 것은 잊었다.
온타리오 정상에서 보이는 업랜드 도심은 바둑판처럼 질서 정연.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느낌.
“전에 오른 산과 완전히 딴 산 같네요. 그때는 구름바다 지금은 눈 바다.”
김종두회원의 말.
“산행이 그래요. 곰곰 생각해 보면, 자주 갔어도 늘 초등이 맞네요.”
증명사진을 무수히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늦은 오후에 하산 완료.
시간이 늦은 탓에 뒤풀이 생략.
반성.
정말 앞서 간 뚜벅이들이 없었다면 설국 산행은 불가능했다.
욕한 거... 사과한다.
그리고 한 생각이 비집고 나온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빡센 산행을 끝낸 성취감에 행복 만땅 충전.
뭘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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