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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3/ 23/ 25 빅혼봉Bighorn Peak 산행

2025.03.24 13:55

관리자2 조회 수: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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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빅혼봉Bighorn Peak5명이 산행에 나섰다.

 

반가운 얼굴 강희남회원도 보인다.

이집트 여행을 막 끝내고 오신 것이다.

 

카풀로 산행 들머리 아이스하우스 캐년 주차장에 도착.

카풀을 하자니 김종두회원이 말한다.

 

와이프가 컨디션이 안 좋아 중간까지만 갔다 하산할 수도 있어요.

요즈음 체중이 9파운드나 빠졌답니다.

 

그래서 차 두 대로 올라 온 것.

깜빡하고 주차 자리 하나만 남겨 주세요..라는 기도를 못했다.

 

그런데도 자리가 두 개나 있다~!

역시 착하게 살아야 복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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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는 완연한 봄 날씨.

그러나 산정엔 지지난 주 경험했던 깊은 눈이 아직 버티고 있을 터.

 

높은 산정이 연출하고 있는 설국에 입장하려면 크렘폰은 필수.

올 이 동네 산에는 눈 흉년이 들었었다.

 

깨구리가 폴짝 튄다는 경칩이 지나도록 산엔 먼지만 폴폴.

그러다 지지난 주 온타리오 픽 설국에서 늦깎이 눈맛을 제대로 봤다.

 

그때 크렘폰에 밟혔던 뽀드득 음악은 쇼팽의 클래식보다 듣기 좋은 소음.

오늘도 귀 맑아지는 그 음률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봄이라는 듯 지줄대는 계곡 물소리가 더 청량하게 들린다.

등산로엔 눈 대신 봄날이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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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도 고도를 올리면 눈을 만날 수 있다.

그걸 체감할 수 있는 우리 뚜벅이들은 복 받았다.

 

하루 만에 봄과 겨울을 오가며 풍경 속 또 다른 풍경이 되니까.

컬럼바인 샘물은 오늘도 공짜 생수를 신나게 쏟아내고 있다.

 

그 정성이 고마워 생수를 버리고 물을 채운다.

Icehouse Saddle까지는 간간히 눈과 얼음이 보였지만 크램폰은 신지 않았다.

 

유회장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의 속마음을 안다.

적설 상황을 보아 가능하다면 우리는 빅혼 봉을 직등할 것이다.

 

빅혼봉 북쪽 가파른 사면에 눈이 좋다.

누군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 뚜벅이들이 있어 눈에 발자국이 찍혀있다.

 

이곳에서 모두 크램폰을 꺼내 신었다.

눈이 있다면 가파르지만 직등을 할 수 있는 길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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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수록 눈이 얼었고 경사가 가파르다.

모두 힘들게 오름 짓을 한다.

 

그런데 아파서 9파운드나 몸이 빠졌다는 윤혜경씨가 선두그룹에서 펄펄 난다.

중간에서 백을 할까 봐 차도 따로 가지고 왔다는데 이게 뭔 일?

 

아아...몸이 9파운드 가벼워져서 얻은 효과라고 생각하자.

힘들 땐 바늘 하나 무게도 부담인데 무려 9파운드나 덜어냈으니 땡큐~.

 

그런데 눈에 난 발자국은 분명히 정확한 길이 아니다.

누군가 설벽에 첫 발자국을 낸 건 고마운 일이나 이 길은 좀 돌아가는 것.

 

우리는 이곳 빅혼 직등 설벽을 잘 알기에 그런 티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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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의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라는 시가 있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때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어지러이 걸어선 안 된다는 불수호란행은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시.

 

리더가 되려는 자, 뒤따르는 후학을 위해 바른길을 가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설원에서 그 시를 떠 올린 건 그런 심오한 뜻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온타리오 눈밭에서 당했듯 쌩짜배기 산을 오른 이유가 무엇인가?

앞선 누군가 눈길을 그 산 정상으로 이어 놓았기 때문.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믿고 오르는 빅혼의 눈길도 의심이 가는 것이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라는 시구가 그런 상황을 말하고 있다.

...라고 무식한 나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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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가 느긋해지고 한참을 더 오르니 눈에 익은 정상부 암릉이 나타난다.

오래전 이 암릉에서 이산의 주인이자 이름인 사슴 빅혼을 만난적이 있다.

 

이 눈 속에서 빅혼 가족들은 무얼 먹고 살까.

조금 돌아 올랐어도 드디어 8441피트(2573미터)정상.

 

빅혼 정상 역시 깊은 눈에 덮여있다.

정상은 정말 일품 조망터다.

 

거대한 쿠카몽가 윌더니스 한 가운데 위치해 있으니 전망이 좋을 수 밖에.

눈 밝은 자는 태평양 바다까지 볼 수 있다.

 

양지 쪽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사방은 눈인데도 햇살은 따사롭다.

 

그런데 왠 등 푸른 청년 한 명이 올라온다.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정말 이 구절이 점쟁이인 게, 그는 우리가 밟아 놓은 길을 따른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 정상이 온타리오냐고 묻는다.

 

그의 잘못이지만 우리가 밟아 놓은 눈길 밖에 못 봐 이리로 오른 것.

운동화에 양말도 안 신고 배낭도 없으며 손에는 책 한 권만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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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램폰을 신고도 미끄러지며 오른 빅혼을 양말도 없는 운동화로 오르다니.

거기에 손에 달랑 들고 온 책은 또 무언가.

 

어어? 그는 눈 위에 돌출되어 있는 고사목에 누워 책을 펴 든다.

저 책은 무엇? 그리고 저 사람 정체는 무엇?

 

눈 덮인 정상에서 처절하게 공부하여 판사가 되려는 육법전서인가?

눈이 선해 보이는 백인 청년은 그 궁금증을 풀어 줬다.

 

책은 행복에 관한 내용이라고.

그걸 읽으려 설국을 이룬 빅혼 정상에 운동화 차림으로 올랐다고?

 

헷갈린다.

미국판 도사는 이렇게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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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는 도사를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글리세이딩(히프썰매)를 타면서 봄날의 설국을 즐기는 시간.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라는 노래말처럼 이 설국은 곧 지워질 것이다.

그런들 또 어떠랴.

 

눈은 계절 속에 숨어 있다 때가 되면 나타날 텐데.

직등 루트로 하산하니 새들까지 불과 30여분 밖에 안 걸린다.

 

그게 빅혼에 눈이 깊으면 우리가 직등을 즐기는 이유가 된다.

휘휘 휘파람을 불며 성취감에 행복한 느낌으로 산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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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남회원께서 발디 레스토랑에서 푸짐한 먹거리를 쏘셨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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