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2 - 끝없이 펼쳐진 몽골 초원
2008.09.04 09:46
2. 끝없이 펼쳐진 몽골 초원
이러한 때에 저는 그런 곳에 간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몽골에 의료선교를 가게 된 것입니다. 교회의 목사님을 선두로 35명의 선교인들이 각기 다른 재주로 하나님을 증거하는 임무를 가지고 출발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내과의사, 외과의사, 두 분의 소아과 의사, 약사, 마취과 의사와 한의사인 제가 의료팀을 이루고 어린이 사역 팀, 노래와 율동 팀 등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UB) 비행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한적한 시골역을 연상시키는 작은 건물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 한국인들과 거의 같았는데 한결같이 밝고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여인들의 미소는 곱고 아름다운 순수함이 있는 그들의 성품을 그대로 나타내는 모습인데 우리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들과 같은 얼굴에서 삼십년 전의 우리 한국여인들이 연상되었습니다. 햇빛에 그을은 남성들의 모습에서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 하지만 옛 제국을 경영하던 후예의 당당함을 볼 수 있었고 초원을 누비던 순수한 기품마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들의 친절함이 깃든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눈길로 우리들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35명의 사람들이 가지고 간 짐들을 다 찾아서 쌓아놓으니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우리들 단기선교를 가는 사람들은 한 사람당 이민가방 두 개에 많은 의약품과 학용품, 책, 풍선, 장난감, 의복과 신발들, 과자, 사탕 등 등, 여러 가지를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개인이 필요한 것은 가급적 간단하게 줄여서 캐리 할 수 있는 작은 가방에다 가지고 갑니다. 그러니까 70개의 이민가방과 개인 짐 35개를 찾아서 싣고 갈 수 있는 큰 트럭들과 우리들을 태우고 갈 자동차를 준비하신 현지의 선교사님과 우리 팀의 팀장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여간 바쁜 것이 아닙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드디어 우리들은 울란바트르 비행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 곳에서 현대판 말(?)을 타고 약 7시간 떨어진 나르항이라는 곳에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탄 ‘말’이라고 한 것은 현지의 선교사님이 미리 준비해놓으신 버스와 밴입니다. 평균 3시간이면 가는 곳이었지만, 포장이 벗겨지고 깨어지고 패이고 부서지고 절단된 길이 흙으로 막히기도 하여 몽골의 허허벌판같은 초원을 7시간이나 달린 것입니다. 달릴 때 엉덩이가 들썩들썩, 머리가 천장에 우당탕탕 부딪히는 것이 정말 말을 탄 것 같았는데 중간에 차 한 대가 고장이 나서 고치느라고 다른 차들은 마냥 기다리기도 하였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골프장같은 초원은 갓 나온 새싹들로 뒤덮여 끝이 없이 펼쳐져 있고 지평선 가까이에는 야트막한 구릉과 구릉사이에 아직도 무언가 미련이 남은 눈자락들이 푸르른 나무들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시급한 민생고 -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대판 말에서 내렸을 때, 그곳에는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큼 아주 작은 에델바이스, 할미꽃, 붓꽃, 그리고 이름 모를 예쁜 들꽃들이 그 넓고 넓은 초원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오~ 주님의 오묘하심이여! 어찌 우리의 필설로 무엇을 그려낼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사랑과 찬미의 노래가 절로 나오는 그런 여정이었습니다.
우리들이 간다는 연락을 받은 몽골에서는 많은 준비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계신 선교사님 내외는 우리들에게 몽골의 '게르'라고 하는 전통적인 집에서 잘 수 있도록 배려 해 놓아서 우리들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저는 약사와 함께 잠을 잤습니다.‘게르’라고 하는 그 집은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빠오로와 비슷한 둥근 원형의 천막집으로서 그곳에 들어갈 때는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합니다.
유목민들에게 있어 ‘게르’는 초원의 중심이고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하는데‘게르’의 동서남북에는 하늘과 물, 불과 조상의 신들이 각각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108개의 나무막대기를 구부려서 집을 짓는데 유목민의 특성대로 많은 가축들을 데리고 풀을 찾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40분정도면 '게르'를 완전히 뜯었다가 새 장소에서 한 시간 만에 훌륭한 집 - '게르'를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아주 신중하게 겔 안으로 들어갔는데 밖에서는 그냥 천막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가 다 있습니다. 천장이 높아서 사람들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난로가 있어 실내가 훈훈하게 안정되어 있습니다. 마른 소똥을 난로에 넣어 밥이랑 국이랑 뜨거운 물을 끓이고 지혜롭게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지요. '게르' 한 가운데 높은 꼭대기 천정에는 구멍을 뚫어 자동 개폐기를 달아서 비를 막거나 환기를 위해서 여닫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게르'의 주인은 기독교인으로서 70세 정도 되는 부부로 보였는데 그들의 실제 나이는 63세와 55세라고 합니다. 우리들이 하루 종일 의료사역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면 특별한 손님이 온다고 생선튀김, 만두, 야채수프, 고기볶음과 마른 소똥으로 지핀 불 속에 직접 넣은 감자구이까지 거창하게 준비한 진수성찬을 만들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분들께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저녁까지 다 먹고 들어갔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어 참 미안했습니다. 특히 ‘마유’라고 하는 말 젖 차가 유명하다는 데 결국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만인이 통하는 웃음과 손짓발짓으로 뭐든지 통했습니다.
밥 먹으라는 그분들의 말씀(?)에 우리들은 다 먹고 와서 배가 불러 못 먹겠다는 손짓으로 남산만하게 배를 둥그리고, 고맙다고 하면서 웃고 또 웃고, 또 뭐라고 손짓을 하고 . . . 또 웃었습니다. 그래도 예수라는 말은 한국어로 정말로 통했는데 먼저 오신 분들이 예수라는 말을 가르쳐 준 것이라 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에게는 각자 준비해 간 슬리핑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깨끗하고 예쁜 시트를 준비해 주셔서우리들은 그냥 잠을 자고 슬리핑백은 선교사님께 다 드리고 왔습니다.
물이 너무 귀해서 이 닦은 물로 세수를 하고 발까지 닦아야 하는데 우리들은 한 컵의 물로 이만 닦고서 미국에서 준비해 간 1회용 젖은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과 발가락까지 닦고 잠을 자야 했습니다. 다음날 그들이 세수하시는 것을 보니까 대야가 아닌 작은 대접에 물을 담아놓고 손과 얼굴에 물을 묻힌 다음 비누칠을 열심히 하여 얼굴과 목까지 허옇게 묻히더니 다음에는 그 비누 묻은 손과 얼굴을 큰 수건에다 싹싹 닦았습니다. 너무나 이상하고 낯설었지만 그 곳에 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었지요, 아침에 일어난 우리들은 한 컵의 물로 겨우 양치질만 한 상태에서 세수를 하지 못하고 가져 간 물수건으로 대강 대강 닦았습니다. 너무나 이상하고 낯설은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분들이 우리들을 볼 때 물도 안 쓰고 희한하게 세수를 한다고 생각해서 참으로 이상하고 재미있게 보였을 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아침저녁 식사는 우리들이 준비해 간 고추장, 김치를 비롯한 한국음식으로 시내에 살고 있는 선교사님의 아파트에서 우리끼리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선교를 하는 동안 점심식사는 현지 분들에게 식대를 지불하고 현지음식을 준비해서 많은 현지 도우미들과 함께 먹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서로 친해질 수도 있어서 그렇게 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심때는 그들이 식사를 준비한 현지 음식을 적당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는 것을 유심히 보니까 그 많은 그릇들을 모두 씻어 큰 그릇에 넣어 구정물이 되었는데 그릇을 꺼내어 맑은 물에 헹구지 않고 바로 걸레같은(?) 행주로 싹 싹 싹 닦으니까 그릇들이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그렇게 매일 그 점심을 먹었지만 우리들은 아무도 배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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