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4 -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만 . . .
2008.09.04 11:01
우리들은 13지구가 아니라도 아주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만 의료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19살의 소녀는 지금껏 내가 만난 몽골 사람들과는 달리 얼굴이 희고 깨끗한 미인이었습니다. 혼자서는 걷지 못 하고 양쪽에 부축을 받고 들어온 그녀는 형형한 눈으로 갈망하면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내 말에 눈으로 대답하는 맑은 눈망울은 그대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7살 때 병을 앓아 하체가 약해져서 잘 걷지 못 하다가 3년 전부터는 거의 걷지 못 하게 된 그녀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저에게 낫게 해달라는 믿음을 가지고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온 CT Scan 결과를 보면서 주님께 또 따집니다. ‘주님, 제가 이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얼바인 대학 의과대학에서 일 년 동안 Brain을 공부했지만 CT Scan을 읽기는 너무나도 부족한 저 자신을 알기 때문에 주님께 또 따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마음속의 독백일 뿐 지금 저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필름 한 장 한 장을 아주 세심하게, 무얼 잘 아는 것처럼 들여다보며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님, 저 아무것도 못해요. 저 이거 못 고쳐요. 내가 할 수 있는 환자를 보내 주셔야지 왜 이런 환자를 저에게 보내주시나요? 이젠 저도 모르겠어요. 미국에서 편안한 저를 몽골에 데리고 오셔서 이 아이를 제 앞에 주셨을 때는 주님께서 어떤 뜻이 있으시겠죠. 그래요. 저는 그냥 침을 놓겠습니다. 다음에는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세요. 제 손을 이끌어 주세요.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세요. 그래서 이런 환자들이 고침을 받아서 주님께 영광 드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도록요. 그래야만 제가 온 보람도 있고, 주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기도하면서 저는 침을 놓기 시작합니다. 침을 놓기 전에 통역을 통해서 그녀에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도 나를 모르고. 그런데 주님께서 몽골을 사랑하시고 너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머나먼 나라, 미국에서 나를 여기까지 보내셨다. 그래서 우리가 만났고, 나도 주님의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게 되어 이렇게 치료에 임하게 되었다. 지금 너의 병은 어떤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했다. 나 또한 고칠 수가 없단다. 그러나 주님께서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주님께서 너를 낫게 해 주실 것이다. 그러면 너는 나을 수 있다. 주님 말씀에 ‘네가 낫고자 하느냐? 그러면 나으리라’는 말씀이 있다. 그 말씀을 믿느냐? 그러면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는 말씀대로 너는 나을 수 있다.” 그 아이와 가족들도 기도하고, 나도 기도하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주님 앞에 그렇게 절실하게 기도하면서 저는 치료에 임했습니다.
치료가 끝난 후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제 앞에 우뚝 선 그녀는 완전히 정상인처럼 섰습니다.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이제 나았다. 이제 너는 걸을 수 있어. 주님께서 너를 고쳐주셨다. 자, 걸어보자.” 두 손을 앞으로 벌려서 그 아이를 살짝 잡으면서 걷도록 유도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까지 정확하게 걸었으나 다섯 번째 걸음에서 비틀하고 앞으로 넘어지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벌린 두 손으로 잡아서 세웠습니다.
“자~ 참 잘 걸었다. 그런데 왜 계속 걷지 못하느냐 하면 너는 10년 이상을 제대로 걷지를 못해서 다리가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잠깐! 똑바로 서라. 내 말 잘 들어 봐. 너는 나았어. 확실히 나았다. 그 믿음을 절대로 의심하지 말아라. 주님께서 너를 고쳐주셨어. 지금부터는 네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돼. 그 길은 멀고 지루하단다. 왜냐하면 네가 살아오는 동안 너는 너무 오래 걷지 못 했기 때문이야. 지금부터 한발, 한 발 내 딛을 때마다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해야 된다. 감사합니다. 주님! 제 다리를 고쳐 주셔서. 이제부터는 제게 힘을 주세요. 감사합니다 - 라는 기도를 매일, 매 시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나의 말에 순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뇌막염에 걸린 17살의 소년을 데리고 온 아버지는 깡마르고 고생에 찌들은 검은 얼굴에 불평불만이 가득 차서 의심의 눈초리로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을 믿습니까? 이 아이는 아직도 아무 곳에서도 고칠 수가 없습니다. 저도 물론 고칠 수가 없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면 분명히 나을 수 있습니다.” 그 아버지는 입으로는 시인을 하면서도 마음이 담긴 눈으로는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년은 천진난만한 뽀얀 얼굴로 아~으~~아 하는 함성을 지르며 벌린 입에서는 침이 질질 나오고 순진하게 웃고 있습니다. 막 침을 놓으려는 순간, 그 아버지는 제게 물었습니다. “당신 어떻게 치료 할꺼요? 여기 저기 다 낫지 않았는데.......”
갑자기 저의 마음에는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교만이 가득 차면서 그 사람을 무시하는 투로 대답했습니다. “잘 보세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의 최선을 다해서 하겠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말을 양순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였으나 냉정한 말투가 되면서 주님께 또 덤볐습니다. “주님, 그 아이의 아버지가 왜 저렇게 되었겠습니까? 17년 동안 그런 아이를 기르면서 얼마나 어려운 일이 많았겠습니까? 주님이 그 아이를 저렇게 만들어 놨으니 당신이 책임을 지세요. 난 몰라요. 그냥 난 내 손이 가는대로 할 뿐이니까 당신이 알아서 고치세요,”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 아이나 아버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왜 저런 십자가를 지고 살아야 하는지 . . . 17살이라고는 하지만 덩치는 뚱뚱한 어른의 모습인데 힘이 장사인 그 아이의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을 주셔야 한다면 경제적으로라도 여유를 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평하시다는 주님께서는 그런 것을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건강과 미모와 재능과 많은 돈까지도 주시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렇게 가지가지로 힘들게 살게 하시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뜻은 아니라지만 어쨋든 무엇이든지 주관하시는 주님이라면서 그 아이를 왜 그토록 버려두시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제 얼굴에도 제 마음이 나타나겠지요.
그러나 다음 순간, 주님께 기도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인간적으로 너무나 못되고 어리석어서 순간적으로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세요. 처음에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미웠어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저의 교만을 없애주십시오. 그리고 그 아이를 낫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를 빨리 주님께로 데려가세요. 그것만이 그 아이와 지금껏 고생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그러면서 한편, 그 아이가 내 침을 맞고 죽는다면 큰 문제가 일어 날 텐데 하는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일은 침 치료 뿐 인데 치료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괴력이라고 표현 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그 아이의 팔, 다리를 못 움직이도록 네 사람이 붙잡게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벙어리를 고치는 아주 위험하다는 침 자리까지 과감하게 침을 놓았습니다.
치료가 끝난 후 그 아이의 입에서는 질질 나오던 침이 거의 마를 정도로 적어졌고, 말이 아닌 괴성이긴 하나 무언가 표현하는 듯한 연속적인 언어(?)같은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아이가 나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낫지도 않을 것을 공연히 사지를 꼼짝 못 하게 하고 아픈 침을 맞게 했구나 하는 자책감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기왕 고쳐 주시려면 주님께서 금방 고쳐주시면 될 텐데 . . . 주님께 대한 의구심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저에 대한 책망으로 가슴이 아픈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토록 열정적으로 저의 깊은 마음속에서부터 기도를 하면서 치료를 하였으면서 그 아버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미움과 교만이 가득 찬, 못 된 나의 인간성으로 치료한 것이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제 잘못으로 인해서 나을 수 있었던 아이가 하나도 낫지를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는 것도 제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93 | 사랑의테마 / 박인수,이수용 | 나인환 | 2008.09.23 | 724 |
| 892 | 나 보기 역겨워... [2] | John | 2008.09.23 | 811 |
| 891 | Autumn Leaves / 비교 감상하세요 | John | 2008.09.21 | 617 |
| 890 |
몽골-바이칼호 원정 잘 다녀왔읍니다.
[7] | tk | 2008.09.18 | 956 |
| 889 | 100 Miles 걸어서 Yosemite 까지 - 이정현 [2] | 나인환 | 2008.09.11 | 797 |
| 888 | 몽골 6 - 유명한 텔레지(Terelj)국립공원 | 마로니에 | 2008.09.04 | 1502 |
| 887 | 몽골 5. -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 사절단 | 마로니에 | 2008.09.04 | 831 |
| » | 몽골 4 -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만 . . . | 마로니에 | 2008.09.04 | 770 |
| 885 | 몽골 3 - 의사가 없는 환경에 사는 사람들 | 마로니에 | 2008.09.04 | 801 |
| 884 | 몽골 2 - 끝없이 펼쳐진 몽골 초원 | 마로니에 | 2008.09.04 | 982 |
| 883 | 몽골 1 - 낯설지만 아주 가까운 나라, 몽골 | 마로니에 | 2008.09.04 | 942 |
| 882 | 몽골 원정대소식 | John | 2008.09.02 | 673 |
| 881 | 4. 하마르다반 산맥의 최고봉 체르스키픽 | 마로니에 | 2008.09.01 | 916 |
| 880 | 3. 바이칼 호수에서의 트레킹 | 마로니에 | 2008.09.01 | 1122 |
| 879 | 2. 바이칼로 가는 멀고 먼 길 | 마로니에 | 2008.08.31 | 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