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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한 잎의 여자」

2006.05.22 16:45

김동찬 조회 수:424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같은 여자, 슬픔같은 여자, 병신같은 여자, 시집(詩集)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은 슬픈 여자.  

               오규원 (1941 -  ) 「한 잎의 여자」전문 

  시는 설명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로 끝났으면 이 시는 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푸레 나무 한 잎 같은 여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물푸레 나무는 이 시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푸레 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실제로 이 나무의 껍질을 물에 담그면 물이 파랗게 되고, 껍질을 태운 재는 물에 풀어 염료로 쓰였다.  
  물푸레 나무 한 잎이 보인다. 쬐그맣고 뒷면에는 하얀 솜털이 나 있다. 그 나무가 우리 가슴을 맑고 푸른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녀의 슬픔까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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