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비비추에 관한 연상」

2006.05.31 02:10

김동찬 조회 수:457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다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라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게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 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문무학 (1951 -  ) 「비비추에 관한 연상」전문 

이름 모를 들꽃이라고 싸잡아  부르면 안 되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
을 모르고 지나칠 뻔하지 않았는가. 비비추. 새 이름 같기도 하고 그 새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꽃이 연보라빛 종을 비비추 비비추 흔들
면 잊었던 얼굴 하나 떠오른다. 그 얼굴은 작은 바람에도 수줍게 웃던 첫
사랑의 소녀가 아닐까.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문 시인의 집 뜰 한구석에는 야생초를 
기르는 온실이 있다. 그리고 마루에는 이 시가 표구돼 걸려 있다. 문 시인 
부부가 야생초를 가꾸고 시를 쓰면서 비비추 비비추 살고 있는 모습을 보
면 '비비추에 관한 연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