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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즐거운 편지」

2006.05.12 00:08

김동찬 조회 수:538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1938 - ) 「즐거운 편지」전문 

몇 년 전, <편지>라는 영화에 이 시가 등장함으로써 황동규 시인의 시집이 갑자기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이 죽기 전 편지를 써놓아 자신이 죽은 후 사랑하는 아내에게 매일 배달되게 만드는 슬픈 영화였다.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이 무엇인지를 영화는 잘 해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소함이란 내일이면 그리움으로만 만날 수 있는 오늘의 모든 순간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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