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엘리지
2006.05.15 18:23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그래서 그때, 감동이 한강 물처럼 흐르다 넘쳐 눈을 적시고 잠을 적시고, 입을 적신 기억을 하나 꺼집어 낸다.
때는 2002년, 그때 시간이 새벽 3시 30분.
술 취해 이 글을 쓴다.
술 먹다 꼬박 밤을 세웠느냐는... 썰렁한 질문 하지마라. 술은 좋아 하긴 하지만 술보다 더
좋은 잠을 술 때문에 포기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평소보다 이론 상 엄청 잤다.
고운 피부(?)와 두루두루 건강을 위하여는 잠이 최고!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인간이 바로 본인이다. '인체에는 스스로를 치료하는 능력이 있다'는 자연주의적 으학 상식을 상식이 아닌 복음으로 믿고 있기도 하다.
헷갈리는 영혼과 다리 심 좋은 몸... 도전하는 스트레스와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한 치료 시간은 당연히 잠자는 때이다. 그것을 믿고 따르고 행동으로 옮긴 덕분에 약, 특히 양약은 매년 두 번씩 먹는 회충약 외에는 없다.
이시간에도 술에 취해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작전 때문이다
.
이곳 로스앤젤리스에서는 시차 때문에 새벽 4시 30분에 월드컵 중계를 한다.
재외동포를 포함한 한국인 모두를 인터넷, 전광판과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할 전능한 수리수리마수리 축구다. 한국은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의 함성으로 뒤덮히겟지만 이곳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이번 축구가 축구로 끝나지 않을 역사적인 발길질이며, 지구촌 한민족 꼬랑내 동질성을 확인하는 고마운 발들의 향연이다.
중계 시간이 한참 꿈나라를 헤멜 시간은 분명했다.
잠은 몸 사랑이고, 건강한 몸은 나라사랑이기에, 몸도 좋고 응원도 좋은 소위 '윈윈' 작전을 짜야 했다.
온 국민을 분단 오십년 만에, 그토록 싫어했던 빨갱이로 만든 히딩크 신드롬도, 작전 덕에 만들어졌듯 나으 작전 역시 절묘했다.
벌건 대낮인 오후 5시쯤 산악회원 몇 명과 함께, 이른 저녁에 독한 양주로 반주를 했다. 그리고 손 흔들고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그들에게 진정성 어린 부탁을 했다. 새벽 4시에 우리 집에 전화를 걸어, 혹시라도 몸사랑 잠에 빠져 있을 수도 있는, 나를 깨워주기 부탁했다.
집에 와서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 재계하고 맥주를 한잔 했다.
그 이유는 목욕하면 목이 마르니까...가, 아니라, 양주와 짬뽕 되도록, 그래서 본인의 생체리듬을 헷갈리게 만들어, 벌건 대낮 취침에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었다. 물론 술 짬뽕은 수면제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을 임상을 통해 나는 안다.
이부자리 위쪽엔 양말 스카프 빤쭈 티셔츠등 입을 옷을 모셔 놓는다. 그것들의 색갈은 모두 빨간 색이어야 한다. 빨간 악마 티셔츠를 미처 준비를 못한 직무유기에 대한 차선책이다.
그 시간이 대략 오후 7시쯤 될 것이다 .
잔다. 나는 잔다... 자동으로 깨어나면 좋고 전화 벨 소리에 수동으로 깨어나도 좋다.
무조건 제시간에 팍! 일어나야 한다.
그 붉은 스카프는 하나 챙겨 놓았다. 그런데 그건 북한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축구는 위대하다. 만약 어느 집회에서 그런 복장 그런 붉은 색 스카프를 두르고 나타났다면, 대번에 '빨갱이' '주사파' 운운 했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
쓸데없는 망상 그만하고 잠자리에 누워 원체 실력이 없는 산수 공부를 한다. 오후 7시에 잠이 들어 역사적 시합 당일 4시에 깨면 몇 시간 자는 거지? 양 손가락을 꼽아 보니 하나가 남는다. 그럼 그렇지. 작전은 옳았다. 9시간 자면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자는 셈이다. 역시 축구는 옳다.
샤워 마치고 온갖 구멍 다 커튼으로 메우고, 옷과 스카프 찾아 곱게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만, 작전대로였다.
잠결에 가위에 눌려 후다닥 일어나 시계를 보니 누운 지 1시간도 안된다.
오우- 노우- 안된다. 자야 한다.
...아차차차, 지금이닷! 후다닥. 애구. 아니네... 자자. 앗! 늦었다! 후다닥, 이런 제길헐.
냉장고를 뒤져 맥주를 찾았다. 신경 안정제 혹은 마취제가 필요했다. 마시는 마취 주사가 효과 있기를 기도하다, 후다닥!. 기러기 아니랄까 봐 또 후다닥, 다시 후다닥, 마지막 후다닥.
닭장 속의 날지 못하는 동물 흉내 내듯 이불 속에서 후다닥거리다 비틀거리는(알콜 기운 땜시로) 몸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것이 이 시간 글을 쓰는 이유고 술 취한 전말 보고다.
그래도 정신은 있어 아까 말한 대로 현재 몸 전체가 빨갱이다.
붉은 악마들뿐이랴.
두 시간 앞으로 다가온 대첩 90분 격전 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숨죽이며 경기를 주시 할 사람들이.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오늘 경기에서 실수라도 승리를 한다면, 아이고~ 좋아라.
....그런데 좋지 않은 현상이 시방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하품이 계속 나온다. 지금 시간은 정확히 3시 55분. 이제 경기 시작은 35분 남았는데.
이곳 방송사는 맛보기도 없다.
전파사용 계약 때문인지 땡~! 해야 중계 시작이다.
강력한 마취제 효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인지, 피부미용을 위한 생리적 현상인지 모르나, 나는 악착스레 잠에서 버틸 것이다.
완전 빨간 색이 없어 불그스므리, 발가스므리, 분홍색 마눌 네글리제 옷차림으로 마춘 전투복 무장 해제 하기가 너무 억을 해서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고생 안하려면 다음부터 길거리 응원을 간다는.
댓글 8
-
나마셔츠
2006.05.15 18:25
-
회원
2006.05.16 10:30
붉은 앙마 티 셔츠 하나 제공받으려 열심히 알아보았읍니다.
월드컵 중계 스케줄입니다.
6/13 (화) 한국: 토고 6:00AM
다울정 과 3700 Wilshire 라디오코리아 잔디광장.
6/18 (일) 한국:프랑스 정오12:00
Staples' Center 그리고 3700 Wilshire 잔디광장
6/23 (금) 한국: 스위스 정오12:00
다울정, 그리고 3700 Wilshire 잔디광장.
현재 발표된 스케쥴입니다.
혹시 착오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정도 노력이면 티 셔츠 몇개 주실껀가요? -
나마셔츠
2006.05.16 11:53
흐흐~ 세 번 다 응원에 참가 할 수 있겠네요. 신나라~ 회원님 정보가 세번이니 3장 드립니다. 필산! 중산! 노랑머리! 빨랑 신청 해라. 글고 시합 시작 전, 긴밤 우찌 보내야 될지 너무너무 기쁘다~ -
은수기 조카
2006.05.16 11:54
2장이요~ -
중산
2006.05.16 22:20
어제 에델바이스 눈물을 흘리며 다 읽었습니다.(안 울면 때려서라도 울린다고 해서...ㅠ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탄탄한 구성을 보면서 형의 글빨에 감탄했습니다. 오랜 산행을 통한 형의 철학이 녹아있어서 가볍지 않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토요일날 안상호 기자가 북카페란 난에 형의 지겨운 얼굴과 산뜻한 표지 칼라 사진을 곁들여 크게 기사를 섰더군요. (신문은 보관중임.) 그날부터 퍼올려고 계속 미주한국일보 사이트에 들어가는데 아직 안 보이고 있습니다. 전 낼 뉴옼에 갑니다. 돌아가신 형님의 아들 대학원졸업식이 있어서요... 형은 6월달에 오신다구요. 붉은앙마 티셔츠 입고 만나요.^^ -
필산
2006.05.17 12:19
신청 안한다고 안나가고 버텨낼 자신이 도무지 없읍니다...
그나저나 에델바이스 LA서점에 나왔나요?
내일 가봐야 겠읍니다. ^^* -
은수기 조카
2006.05.17 14:01
엇! 나마스테님
그게 뭔 소리에요???
당근 울 고모 것도 있어야죠
가장 필수적인 것을^^
3장이에욤^^
우리 모두 2006년에도 2002년처럼 뜨겁게 불타오른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보아요
우리 꼭지점 댄스 연습(장샘님도 같이) 하구 있으니
기대하세요 -
나마스테
2006.05.17 17:50
흐흐~ 구여븐 은수기 조카들아. 그날 아자씨들이 많이 갈텐데 꼭지점 댄스 꼭 보여 주그라. 왕비병 고모는 빼고~^^
새벽에 모인다는 건 말도 안되고, 결국 근처에서 밤을 새운다는 야그인디, 그 장소가 원서형 집밖에 더 있겠니? 하여 갤러리아 마켓 시장을 본 후, 승리를 기원하는 밤새 음주가무 퍼포먼스를 생각컨데, 아아 벌씨로 가심이 콩닥거린다.
주방대장: 필산. 주방장: 나마스테. 웨이터: 중산. 도어 보이 노랑대구리.
손님은 그저 많이만 잡숴 주시면 되는 샹그리라 파라다이스다.
그나 저나 내 지겨운 얼골 나온, 신문지 한장 챙겨 주면 스카프 한장 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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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했다.
그때, 나뿐 아니라 방방 뛴 사람이 나성에서 어디 한 둘이던가?
똥꼬에 아프팔트 색갈 묻는 것 감수하고 요상한 주차장 바닥에 앉아, 합법적 고함을 합창으로 무작스럽게 외칠 때, 우리를 감시? 보호? 구경? 하던 세리프들도 함께 웃었다.
그때 감동이 소름 돋듯 돋는다.
역시 기쁨은 나눌 수록 커진다는 썰은 맞다.
하여, 다울정이 어딘지 모르지만 거기서 떼거리 응원이 있는 모양인디 우리 산악회도 모이자.
순전히 응원 때문에 거기로 가는 본인이, 지금부터 선착순 접수를 받는다.
뭐를?
한 골 넣을 때마다 분명히 곁에 있는 낯 모를 사람 끌어 안고(나는 고함치며 끌어 않고 방방 거린 사람이 맥시칸이었다) 방방 뛸 것이니, 산악회 체면상 변장을 하고 무대 의상을 입어야 하지 않는가.
하여, 붉은 앙마 티 셔츠를 제공하려 한다.
선착순 500명.
농담 속 질실이 있나니 신청 없으면 옷도 읍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