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매미가 울까?
2006.08.21 17:59


매미가 운다.
후텁지근한 여름밤이다. 나무숲에서 울던 매미는, 빌딩 숲도 숲이라 생각했을까. 매미는 휘황한 네온 싸인 곁 가로수에서 요란스레 울고 있다. 가로수 마다 울어 대는 매미 소리가, 나무를 고성능 스피커로 만들어 놓았다.
원래 매미는 낮에만 운다.
일출과 일몰을 기준으로 울던 매미였는데 서울 매미는 밤에도 운다. 처음엔 쓰르라미 인 줄 알았다. 내가 성장했던 시골 유년의 기억엔 밤에 우는 풀벌레는 쓰르라미와 귀뚜라미뿐이었으니까.
착한 셀러리 맨 출근하듯 시골 매미는 해 뜨면 울고, 해지면 잠잠해 진다.
그런데 서울 매미는 그게 아니었다.
밤 마다 하도 요란하여 관심 있게 듣고 보니 분명 매미 소리였다. 어떻게 매미가 밤에도 울지? 이것도 생태계의 교란 때문일까? 가로등과 네온싸인이 낮처럼 밝아 매미에게 울 때라고 착각하게 만든 건가?
밤에도 우는 매미는, 밤낮없이 바쁜 서울 사람을 닮은 지도 모르겠다.
매미가 들었으면 더 시끄럽게 울 노릇이지만, 질펀한 유흥 주점의 여자를 속 된 말로 ‘매미’로 부른 적이 있다. 그 여자들이 노래하던 집을 '매미집'이라 불렀던 이유가 그런 거다.
그곳이 왜 필요 했을까.
숫컷의 본능을 겨냥한 장사 속 때문이다.
곰곰 생각하면 생식의 본능은 원래 성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숫컷의 생식 본능은 목숨 걸고 거듭 남을 행하는 일이다.
그런 담론은 이제 무의미해 졌다.
매미는 왜 밤에도 울까?
그렇다. 매미의 울음 역시 종(種)의 번식을 위한 것 일뿐이다. 그게 매미가 우는 목적이고 결론이다. 그래서 매미에게는 죽어도 울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매미는 우는데 목숨 걸었다. 곁의 나무에서 우는 경쟁자 보다 더 크게, 씽씽 달리는 차량의 소음 보다 더 크게 울어야 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시끄럽다는 짜증이 사라지고 공연히 마음이 짠해진다.
온갖 도심의 소음 중에서, 도드라지게 울어야 될 이유가 눈물겹다.
혹, 영장류인 인간 숫컷도 그렇하지 않을까.
매미는, 매미집 암컷과는 달리 숫컷만 운다.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으로 공명판이 터져 나가라 운다. 그 울음소리에 끌려 암컷이 수컷 가까이로 날아오면 교미를 한다.
번식의 울음 전쟁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매미 자신들도 과도한 울음 노동에 잠시 쉬기도 하지만, 어느 수컷이 울기 시작하면 금시 평화가 깨진다. 다른 수컷이 질세라 따라 운다. 그래야 암컷을 차지 할 확률이 높아진다.
매미는 덧없는 일생에 대하여 사람은 많은 비유를 만들어 냈다,
생명에 대한 허무를 매미에게서 발견해 냈다. 짧게 사는 목숨의 대명사가 될 만큼 매미는 수명이 짧다. 매미가 어른이 되어, 울며 구애를 하다 늙어 죽는 시간은 보통 열흘에서 스무날쯤 된다.
그 짧은 시간에 매미는 사랑을 해야 한다. 섹스를 해야 하고 잉태를 시켜야 하며, 알을 낳아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매미의 울음은 오랜 시간 준비 된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뚫고 살아남은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면, 그 시끄러운 비명의 정체를 이해 할 것 같다. 매미가 나뭇가지에 낳은 알은 눈이 오기 전 유충으로 부화된다. 그 후 매미 유충은 땅 위로 떨어져서 흙 틈 사이를 찾아 땅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가로수 아래에 변변한 땅이 있을까. 그래도 돌덩이처럼 단단한 흙은 헤집고 땅 속으로 들어 가야 산다. 그렇게 땅 속으로 들어 간 매미 유충은 수년에서 길게는 십년이 넘도록 땅속에서 보낸다.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어둔 땅 속에서 기나 긴 세월을 보낸다. 한 달을 채 못 살, 빛나는 태양과 공기를 즐기기에, 어둔 당 속에서 바친 세월이 너무 길다. 한 철 울음 울기 위한 준비 치고는 너무 아득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서울 매미의 울음은 비명처럼 들린다.
짧게 울다 갈 매미는, 그래서 더 요란해야 거듭 난다. 그래야 종을 번식 할 수 있다. 산 속보다는 턱없이 적은 아스팔트 곁 가로수마다 촘촘하게 붙어 있는 경쟁자들이 운다. 하염없이 지난했던, 땅 속 어둔 세상을 벗어 난 서울 매미가 밤인들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 서울은 아직 덥다. 그런데 산빛이 가을을 예감 시킨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 좀 더 더워야 한다. 마치 인디언 썸머처럼.
왜냐하면 더위를 피해 24일 서울을 탈출 하기 때문이다. 아주 아득한 곳으로.
칭짱 철도라는 게 있다.
북경에서 기차 타고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 라싸에 도착하는 철도다.
실크로드의 대척점 표현으로는 스틸로드쯤 되겠지.
제목을 근사하게 뽑았다.
"우리는 기차타고 히말라야로 간다"
고소증에 머리는 지근 거리겠지만 선선할 것이다. 어쩌면 추울 수도 있겠다.
이제는 한가 할 그쪽 에에레스트 베이스캠프도 가고, 시샤팡마 베이스도 가고, 맘 내키면 카일라스 산까지 내처 갈 길이다.
기차 타고 도착한 티벳을, 찝차타고 다시 히말라야 라룽라 고개 넘어 네팔로 넘어가 그때쯤 시원 할 한국으로 올 여정이다.
한 2주일 쯤 걸릴까.
사진 찍는 인간과, 가끔 이 계시판에 나타나는 관산과 함께 가는 여정이다.
그런데 거기도 매미가 울까?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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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
2006.08.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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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2006.08.22 02:19
에델바이스로 우리들 가슴을 짠하게 하시더니,
이번에는 히말라야를 기차타고 넘으시네요.
새로운것, 좋은것 많이 담아가지고 오셔서,
여기있는 저희들에게 재미있는 소식 자주 들려주세요.
Have a safe & wonderful tr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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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산
2006.08.22 02:48
사진찍는 인간(찍사),관산(필산) 이 모든것이 나와 연이 있건만
어찌 가장 중요할 기차에는 함께 못타는고...
다음엔 어기짱을 놓아서라도 함께 타야겠읍니다.
함께간듯 실감나는 여행기랑, 좋은 사진들 기대하겠읍니다.
매밀랑은 조심하시고요..^^* -
귀뚜라미
2006.08.22 03:09
오오 매미. 매미를 닮읍시다. 만국 공통어 맴맴~ 타시탈래(티벳말로 굿 모닝~) -
김 성진
2006.08.22 11:39
대 자유인 나마스테!
축하 합니다. 부럽습니다.
마음껏 즐기시고 대 자연에서 울어나온
멋진 글 기다립니다.
김 명준 선배님 모친상에 동서분 오신 것도
고~맙습니다. -
관산
2006.08.22 15:47
중산님, 잘 계시죠. 어찌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사실 넉넉한 여정은 아니나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여하세요.주소 알려주시면 합니다. -
중산
2006.08.23 04:11
자나깨나 건강조심, 매미조심, 무사히 돌아오소서.^^
제 이멜주소는 soloktc@hanmail.ne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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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에게 붙잡히는 일 없이 무사히 다녀오시길^^
글고 다음엔 나도 붙혀주~